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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프로 Nov 23. 2020

지구 끝의 온실

<오직 밀리에서만... 김초엽 첫 장편소설>

지난 번에 언급한 대로, 난 '밀리의 서재' 측과 전혀 연관이 없는 입장이지만.. 순수한 정보 차원에서 말씀드린다. 이 책은 '오직 밀리에서만' 볼 수 있다. 그것도 '종이책 정기 구독자'만~!! 나도 오직 이 책을 읽기 위해 기존 구독을 해지하고 종이책 정기구독으로 바꿀 수밖에 없었다...ㅠ.ㅠ


혹시라도.. <밀리의 서재>가 어떤 서비스인지 잘 모르겠다 하는 분이 계시다면... 아래 글을..


<김초엽>이 누구?? 하고 의문이 드시는 분이라면 아래 글을 참고하시면 약간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지구 끝의 온실>은 SF 작가라면 한 번씩 다룰 법한 지구의 종말과 살아남은 자들의 이야기를 기본 소재로 한다. 김초엽의 소설은 현재의 주인공이 과거의 사건들과 연결되는 방식으로 풀어나가는 경우가 많은데,  대표적으로 <스펙트럼>이나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등이 그렇고... 꼭 그렇지 않더라도 과거의 누군가(이모-나의 우주영웅에 관하여, 엄마-관내분실 등)와의 접점이 있는 작품이 대부분이다.


이 작품 역시 마찬가지인데, ‘아영’이라는 ‘더스트 연구센터’의 연구원이 ‘모스바나’라는 갈고리덩굴의 이상확산을 계기로 ‘더스트폴’(에반게리온으로 비유하자면 ‘세컨드 임팩트’ 같은..) 이후의 생존에 대해 추적하게 되는 내용이다. 읽으면서 이문열의 ‘사람의 아들’과 비슷한 느낌을 받았는데, 아마도 주인공이 화자 겸 사건을 파헤치는 역할을 맡고 있기 때문일 듯..


작가의 창작 습관인지.. 일부러 그렇게 설정을 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전체 작품들에서 요양원이나 병원이 많이 등장하고 노인의 비중이 높은 것을 보면, '시간'과 '인간의 유한함' 같은 것이 김초엽의 전체 작품을 관통하는 듯하다. 그래서 SF 작가가 된 것일 수도 있고... 앞으로도 그럴까?? 궁금해진다.


<지구 끝의 온실>은 기존 작품(모두 단편)에 비해 호흡이 길어서인지, 집중력이 떨어지는 구간들이 좀 있다. 단편에 강점을 보였던 작가인 만큼, 여러 이야기들이 모여서 하나의 큰 이야기를 구성하는 방식이면 어땠을까도 싶은데.. 여튼, 현재와 과거 두개의 시점에서 쭈욱~ 내용을 이어간다.




종이책, <지구 끝의 온실>


이 책을 읽으면서 드는 생각 몇 가지..


'칡'과 '모스바나'


이 책의 화자인 '아영'이 과거에 있었던 '더스트 폴'(지구 멸망의 원인)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인 '모스바나'(식물이다. 엄청난 번식력을 가진..)은 최근 '칡'과 관련된 이슈에서 영감을 얻은 게 아닌가 싶다. 나도 이 소식을 접하고, 건강식으로만 생각했던 칡의 다른 면을 보게 됐으니깐..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문제지만.. 칡이 생태계를 교란한다는 것을 보고 '모스바나'의 영감을 얻었을까? 반대로 생태계에 강력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식물로 칡을 찾게 된 걸까?


로봇의 감정 어디까지 변화할까?


원래 인간이었던 레이첼은 사이보그 단계에서 점차 기계로 대체되어 결국엔 100% 로봇이 된다. 이 과정에서 일종의 '감정'(스포가 되는지라 이 정도로)을 가지게 되는데.. 뇌도 제거된 상태라고 하면 이는 정말 '감정'이라고 볼 수 있을까.. 아니면 '알고리즘'에 불과할까? 그것도 아니면 그냥 '메모리'일 수도 있겠지만..


영화 '프로메테우스'에서 '데이빗(마이클 패스밴더) 역시 이런 감정을 보여주는 로봇으로 등장하는 데.. 끝이 좋지 않다. '블레이드 러너'의 경우에서도 그렇듯, 로봇의 인간화된 감정은 우리에게 불편함을 준다. 'Her'의 경우 역시 조금 느낌이 다르지만 결국 부정적 결론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시리'나 '빅스비' '알렉사' 등과 대화를 하기 위해서 인간이 '로봇화'된 어법에 적응해가는 것처럼.. 점차 인간이 로봇화 되는 일은 없는 걸까? 간단한 감정의 표현 조차 이모티콘으로 대신하는 것이 일상인 우리가, 로봇이 감정을 갖는 미래를 걱정한다는 게 어불성설이다..





아날로그의 아쉬움


<지구 끝의 온실>  권을 읽기 위해 종이책 정기구독을 했음에도, 아이러니하게  책은 '전자책'으로 읽었다. (종이책 구독자에게는 전자책 열람 권한이 있는지라..) 아이패드로  읽고 나서야, 종이책은 뭔가  다를까 하고 훑어봤는데.. 폰트 외에 딱히 종이책 만 감성이 느껴지진 않는다.


SF 소설인만큼 삽화가 좀 들어가면 어땠을까? 최근 <사이코지만 괜찮아>라는 드라마를 보고 <좀비 아이>를 구매했는데.. 동화라는 특수성이 있긴 하지만, 김초엽의 SF 역시 그림과 잘 어울릴 것만 같다.



P.S.. 그렇다고 종이책에 아무것도 없는 건 아니다. 김초엽 작가의 필체로 쓰인 엽서 한 장이 있는데.. 이건 직접 확인해 보심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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