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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안 Jun 29. 2024

온평포구에서 신산리 마을까지

봄에 걷는 제주 올레길

첫날 격렬한 걷기로 인해 숙소에서 거의 기절할 듯이 잠을 잔 우리는 아침에 일어나서 서로의 얼굴을 보고 웃음을 터트렸다.


모두의 얼굴이 눈을 뜨기 어려울 정도로 퉁퉁 부어 있었던 것이다.


새벽 기상과 바닷바람을 맞으며 걷고 오름을 오르락내리락하고 평소보다 몇 배는 더 걸었으니 몸이 바로 적응을 못했나 보다.


그래도 숙면을 취한 덕분에 아주 상쾌한 기분으로 3코스 출발지점인 온평 포구로 나왔다.



온평 포구에 나온 우리는 탄성을 질렀다.


바다 위로 해가 뜨고 있는 황홀한 풍경과 마주했기 때문이다.



제주 올레 3-B 코스


오늘은 제주 올레 3-B코스를 걷는다. 이 코스는 해안을 따라 걸어가는 바다 올레이다.



온평포구를 떠나 출발한다.


아침햇살이 왼쪽 얼굴에 집중적으로 비쳐 몹시 뜨거웠다. 챙이 넓은 모자로도 소용없어서 답답하지만 마스크를 쓰니 훨씬 낫다. 사람들이 얼굴을 온통 가리고 걷는 모습이 이제 이해가 간다.



연듸모르 숲길


바닷가를 걷다가 잠깐 숲길이 나오는데 이곳이 연듸모르 숲길이다. 3-B코스를 만들기 위해 제주올레탐사팀과 주민들이 새롭게 개척한 곳이다.


평지이고 길이는 짧지만 소나무 후박나무 등이 울창해서 걷기에 좋고 아름답다.


바닷길만 이어지다가 갑자기 만난 숲길이 신선하게 느껴지는 곳이다.



카페 아오오(아웃 오브 오디너리)


숙소에서 아침을 먹고 커피를 못 마신 우리는 카페를 보자마자 반가워하며 뛰어 들어갔다. 넓고 전망 좋은 카페였다.


윤슬이 반짝이는 바다가 시원하게 펼쳐져 있고 아침햇살은 맑고 순수하게 모든 사물을 비춘다.


문득 '나는 누군가에게 햇살 같은 사람인적이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떠올랐다.


이 장면을 보며 어찌나 마음이 따뜻하고 울컥했는지...



신산 환해장성길

아름다운 성벽이 바닷가에 쭈욱 쳐져 있다.


배를 타고 들어오는 외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제주도에서는 해안선을 따라가며 성을 쌓았는데 이를 환해장성이라 한다. 


세월이 지나면서 소실되고 남아 있는 신산 환해장성 성벽의 길이는 약 600m이다.


제주에서 현재 성벽이 남아있는 곳은 14곳이다.


야생화와 낮은 성벽과 바다와 하늘이 어우러진 모습을 보며 걷는다. 바람이 불어와 이 아득한 봄날을 더욱 꿈같이 만들어 준다.



시간이 머무는 책방


책방은 무인으로 운영하고 있었다. 들어가서 자유롭게 쉬고 책을 보고 할 수 있는 곳이다.


들어갔더니 할머니와 손녀가 책을 보고 있었다. 이곳에 손녀와 자주 오신다고 하며 아주 좋은 공간이라고 하신다.


바닷가 마을 이 작은 책방은 쉼표 같다.



신산리 마을카페


마을주민들이 지역 특산물인 녹차를 이용하여 직접 만든 디저트와 칼국수를 판매하는 곳이다.


올레 3코스 중간 스탬프가 카페 앞에 있다.



제주 농개(농어개)


농어가 많이 들어오는 어장으로 길목을 막아 투망으로 물고기를 잡는다.


이곳에는 산에서 내려온 담수가 시원하게 솟아나서 여름철에는 사람들이 이곳에서 쉬기도 한다고 한다.



온평 환해장성을 배경으로 한치를 말리고 있다.


한치 말리는 풍경이 이렇게 아름다울 일인가.  


싱싱한 해산물과 바닷바람에 말린 한치를 점심으로 먹었다. 이제까지 걸으면서 느꼈던 고단함이 싹 사라지는 기분이었다.


정직한 먹거리는 늘 감동을 준다. 

나이 지긋하고 무뚝뚝한 해녀분이 썰어주는 해산물에는 그녀의 삶이 묻어 있다.


우리가 음식을 통해 느끼는 감동은 자연과 사람 그리고 이야기 일 것이다.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음식의 맛 속에 그 모든 것이 들어 있음을 우리는 안다. 음식을 입안에 넣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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