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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정안
Jul 13. 2024
슬픔의 바다
봄에 걷는 제주 올레길
신산리 마을카페 - 신풍신천 바다목장 - 표선해수욕장
신산리에서 영혼의 허기를 달래줄 것 같은 점심을 먹고 다시 걷는다.
걷는 것만큼 머릿속을 맑게 해주는 것이 있을까.
걷는다는 것은 온전히 나와 마주하는 일.
혼자
걷는
시간을
사랑한다. 하지만 마음이 맞는 사람들과 함께 걷는 것도 좋다.
나와
마음이
맞는
사람들은
또 다른
나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바닷바람은 불고 풍경은 시원하게 펼쳐져 있다.
무엇하나 우리를 가로막는 것이 없다.
이 아름다운 바다는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을까.
80년을 산 우리 엄마도 살아온 이야기가 끝도 없이 나오는데 그 오랜 시간 이곳을 지키며 지나가는 사람들, 이 바다에서 생계를 이어갔을 사람들, 이곳에서 사라져 간 사람들을 바다는 모두 기억할 것이다.
나는 천년을 산 것보다 더 많은 추억을 지니고 있다.
-
샤를 보들레르
시집 '악의 꽃' 중 '우울'
신풍신천 바다목장
제주올레 3-A코스와 3-B코스가 만나는 곳이다.
다채로운 물빛의 망망한 바다와 초록이 드넓게 펼쳐진 목장이 만나 이상한 해방감을 준다.
바람이
거칠 것
없이
통하듯
무엇이든
다
될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한다.
사진출처 : 네이버
겨울에는 이곳 목장에서 귤껍질을 말리는데 그 모습이 장관이라고 한다.
나무가 바람이 부는 방향을 알려준다.
언덕에 서서 바닷 쪽에서 불어오는 세찬 바람을 정면으로 맞고 있으니 머릿속에 있던 잡생각들이 확 달아나고 맑고 시원한 공기만이 가득 차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바다는 보는 위치에 따른 다른 모습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처음 보는 꽃이다.
꽃검색에도 정확히 나오지 않아 그냥 섬에 피는 야생화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카페 물썹
물썹은 제주어로 해변, 바닷가라는 의미라고 한다.
카페 안은 바깥 전경을 모두 담아낼 수 있는 커다란 창으로 되어 있어 바다와 목장을 앉아서 볼 수가 있다.
걷는 것도 즐겁지만 걷다가 쉬어가는 시간 또한 즐겁다.
내가 걸어온 길을 고즈넉이 바라본다.
마을을 지나가는데 개 한 마리가 넘어오려는 듯 높은 담장에 두발을 걸치고 있
다.
우리는 귀여워서 여러 가지 방식으로 아는 척을 했는데 미동도 없이 먼바다만 바라보고 있었다. 꿈꾸는 개?
결국 우리 중 누구도 저 아이의 관심을 받지 못하고 손을 흔들고 귀엽다고 탄성을 지르고 지나왔다. 참으로 시크한 개였다.
배고픈 다리
고픈 배처럼 밑으로 쑥 꺼졌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 한라산에서
내려와
바다로
이어지는
물줄기가
이곳을 지난다
.
하천마을을 지나 표선해수욕장에 도착했다.
표선해수욕장 옆으로 걷기 좋고 아름다운 숲길이 있다. 바다 바로 옆에 이런 아담한 숲길이 있는 게 제주의 또 다른 매력이다.
구름이 작품처럼 포진한 하늘과 누군가를 기다리는 의자
표선 해수욕장
해가 비친다는 의미에서 '표선 해비치 해수욕장'이라고도 하며 바닷물이 맑고 투명하다.
백사장의 길이가 길고 넓으며 흰색의 조개껍질 모래와 검은색의 현무암이 대조를 이루어 해안경관이 아름답다.
또한 해안이 육지 쪽으로 깊숙이 들어가 있어 썰물 때는 백사장이 활 모양이 되고 밀물 때에는 수심 1m 내외의 호수와 같은 모양을 이룬다.
밀물 때는 해변이 잠기지만 수심이 얕아 썰물 때는 만의 가장 안쪽에 위치한 수로부터 만의 입구까지 직선거리 약 500m의 백사장이 펼쳐진다. 또한 물이 차는 속도와 빠지는 속도가 빠른 것이 특징이다.
올레길 3코스의 종점이자 4코스의 시작점이다.
여
기에 올레길 안내소가 있어서 패스포트 등의 관련 기념품을 구매할 수 있다.
제주 4.3 사건 때
이곳
백사장(한모살
)에 총살장을 설치하여 백사장 곳곳에서 집단 학살이 일어났던 가슴 아픈 역사가 있는 곳이다.
모래사장에서 학살당한 이들은 바닷물에 떠내려가 시체를 찾기도
어려웠다고
한다.
이곳이 수많은 주민들이 희생당한 총살장이 된 것은 표선리에 소재한 면사무소에 군부대가 상주했기 때문이다.
면사무소 앞에 임시로 움막을 지어 유치장으로 활용했는데, 유치장에 끌려 온 주민들 대부분을 이곳에서 총살한 것이다.
아...
넓은
모래사장이 아름답게 펼쳐진 모습을 보고 있는데 명치를 찌르듯 갑자기 가슴이
먹먹해 왔
다
.
모든 것을 기억하는
슬픔의 바다는 밀려가고 밀려올 뿐 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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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슬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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