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카페에서 생긴 일

흔치 않은 확률

by 정안

사회적 거리두기로 일체의 사교활동을 접은 나는

집에만 있기가 너무도 힘들어서 어느 날 근처 공원 산책에 나섰다.


더워진 날씨에 그늘이 별로 없는 공원은 한산했다.


큰 맘 먹고 나온 발걸음이 아쉬워서

천천히 걷고 그늘이 있는 곳에서 잠시 쉬기도 했다.


자작나무 이파리가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한 바퀴 돌고 났더니 땀이 날 정도로 더워서

그만 철수하기로 하고 집에 오다 카페에 들렸다.


사람이 많았다.


핸드폰 하나만 들고 나온 나는 언젠가 지인이 보내준 쿠폰으로 결재를 하려 하니 내가 필요한 건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잔인데 남는 금액이 환불이 안되어 그 쿠폰 금액만큼 뭔가를 사야 했다.

(불편하군...)


돈 한 푼 없고 카드도 없어 이 쿠폰 아니면 커피를 마실 수도 없었다. 이런 상황이니 시원한 커피가 더 강력하게 먹고 싶어 졌다.


필요한 게 없었는데 쿠폰 금액에 맞춰 고르려니 참으로 힘들었다. 텀블러 한 개와 시중보다 비싼 마카롱과 커피 한잔을 주문했다.


주문받는 직원도 나도 마스크를 낀 상태였다.


"아메리카노는 매장에서 드실 건가요"

"네 먹고 갈 거예요"

"매장용 컵에 음료를 드리겠습니다"

"네"


"구입하신 텀블러는 선물용이신가요? 포장해 드릴까요?"

"아니요. 그냥 종이봉지에만 넣어주세요"


"텀블러를 구입하면 드리는 음료 교환권을 드릴까요?"

(이런 걸 왜 묻지 당연히 주는 거 아닌가)라고 생각하며,

"네 주세요"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네"


잠시 기다렸더니 하나씩 나왔다.


맨 먼저 텀블러

선물용으로 정성껏 포장되어 나왔다.

(우 씨! 지난번에도 그러더니...)


"종이봉지에만 담아주세요"

포장 부직포가 아까워 다시 돌려주었다.


다음으로 아이스 아메리카노

테이크 아웃용 플라스틱 컵에 떡하니 나왔다.


바빠서 그랬겠지...


여기까지는 좋았다.

아쉬웠지만 내 마음의 평화를 방해할 만큼은 전혀 아니었다.


자리에 앉아 천천히 커피를 마시고,

브런치에 올라온 글들을 읽으며 노닥노닥 하다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서 쓰려고 산 텀블러라 포장을 풀며 음료 교환권을 찾으니

"없다!"

그 소중한 음료 교환권이 없었다.


혹시

영수증에 붙어 있나 하고

영수증을 찾아서 보니 맨 끝에 이렇게 써있었다.


"고객의 요청에 의해 일회용 컵이 제공되었습니다"


마스크 때문에 의사소통이 안된 건가...

이렇게 철저히 반대로 해줄 수도 있구나...


주문받던 청년의 우직해 보이던 눈망울이 떠올랐다. 조금 피곤해 보였던 것도 같다. 우리 아들도 빵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데...


게다가

나는 소위 "나비효과"를 믿는 사람이었다.


가령 택시를 탔는데 택시비가 4,700원 정도 나왔다고 하자.

"거스름돈 안 주셔도 돼요~수고하세요"

하고 내렸다면 기사분은 기분이 좋아져서 택시를 타는 누군가에게 친절하게 되고 그 친절은 또 누군가를 기분 좋게 해서 내 가족이나 가까운 누군가가 그 친절로 행복해질 수도 있고, 우리 사회가 좀 더 따뜻해질 수 있다는 생각을 나는 평소에 하고 있었다.



흔치 않은 확률을 체험하게 해 준

카페 직원분~~~

수고하세요!!!

힘내시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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