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두리에서 느끼는 아름다움

계절이 다녀가는 모습들

by 정안

아주 가끔 친구들을 만나거나 공연을 보러 서울에 간다.

"난 이렇게 복잡한 곳에서는 못 살 거 같아"


친구들은 말한다.

"살다 보면 괜찮아. 볼 때와는 달라"


회사에서 소위 힘 있는 부서에 근무하는 지인들을 만나면 말한다.

"힘들겠다. 퇴근도 마음대로 못하고 놀러도 잘 못 가고"


"그래도 어떻게 버텨"


삶이 버티는 것이 된다면 슬프다.


얼마 전 친한 직원과 카페에 갔다가 퇴직한 상사를 만났다.

어느 부서에 있느냐고 물었다.


우리의 대답을 듣고

그가 보내던 눈빛이 기억난다.


나에게는

'여태 그런 한직에 있었어 뭔가 실력이 부족하구만'


함께 간 직원에게는

'오 대단한데 실력 있구나 다시 봤어'


좋다 그렇다고 치자.

이런 이야기를 하려는 게 아니니까.


나는 중심에서 한참 벗어난 부서에 근무한다.

그래서 일찍 출근한 날이나 점심시간에 커피 한잔을 사들고 산책을 할 수 있는 여유가 있다.


그래서 의도하지 않게 계절의 변화를 사진으로 남겨두게 되었다.



# 봄


4. 10. ~ 4. 12.

설레이는 기운을 안고 조용히 한 발자국씩 온다.

영화 "아가씨"의 엔딩곡 "임이 오는 소리"가 생각난다.



4. 15. ~ 4. 18.

며칠 사이에 세상이 환해졌다.

봄은 그런 계절이다.

잠깐 한눈을 파는 사이 꽃이 피고 꽃이 지고 새로운 꽃이 피고...



4. 22. ~ 4. 23.

꽃이 진다. 분분한 낙화...

그리고 민들레가 피어난다.




4. 25. ~ 4. 30.

꽃이 진다고 슬퍼하지 말자.

초록이 온다.



# 봄과 여름 사이


5. 20.

초록과 하늘의 푸르름이 잘 어울리는 계절이다.

이 색 배합이 너무도 좋다.



# 가을


9. 17. ~ 9. 25.

여름에는 덥다는 핑계로 산책을 하지 않았다.

훌쩍 건너뛰어 가을의 시작이다.



10. 2. ~ 10. 18.

비가 내리던 어느 날과

무척이나 맑던 어느 날.

비 내리는 산책길은 멀리 떠나온 듯 즐겁다.



10. 23. ~ 10. 24.

나뭇잎은 조금씩 물들어 간다.

높아지는 하늘과 색을 품은 나무들이 한가득인 나의 세상.



11. 12.

가을이 깊어가던 어느 날,

점심을 후다닥 먹고 호수 옆 산속을 걸었다.



# 겨울


12. 17.

겨울이다.

겨울 안개는 늘 보던 풍경을 여행지처럼 만들어 준다.



1. 10. ~ 1.13.

새해가 되었다.

제 모습을 온전히 드러낸 겨울나무들이 아름답다.


내게 왔던 이 모든 날에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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