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등기소 사이트는 개편될 필요가 있다
잔금을 치른 지 일주일이 지났다. 이쯤 됐으면 등기사항이 정리됐을 시점! 중개업자에게 연락해 보라고 엄마에게 언질은 주었지만 등기부등본은 인터넷으로도 뽑을 수 있지 않은가? 그래서 약간의 번거로움을 거쳐 인터넷등기소에서 등기부등본을 뽑아본 이야기를 적어보려 한다. 갑자기 아파트를 사는 과정 자체는 여기서 끝날 것 같다. 이제는 갑자기 사게 된 그 아파트에서 살아가는 얘기가 주류를 이룰 것이다.
갑자기 아파트 사는 과정 제5단계(마지막): 등기부등본 출력하기
feat. 인터넷 등기소는 정말 정말 불편한 사이트다 가족관계 뽑는 거랑 왜 이렇게 달라요? 법원은 반성하라
혹시 동사무소 창구에서 등기부등본을 뽑으려다가 그 공무원에겐 권한이 없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등기부등본은 행정부(정부)가 아닌 사법부(법원)가 담당하는 서류이기 때문이다. 가족관계등록부까지는 권한을 주는데 등기부등본을 뽑을 권리는 아직 행정부 소속 공무원에겐 없는 듯하다. 재산권과 관련된 서류는 무척 중요하긴 하지. (사실 등기부등본에 어떤 법적 효력은 없다고 하지만 그건 다른 주제니 넘어가자.)
동사무소 창구에서 뽑을 수 없는 등기부등본은 대신 등기소, 무인민원발급기, 그리고 인터넷등기소 사이트에서 뽑을 수 있다. 무인민원발급기에서는 현금 1000원만 받지만 인터넷등기소를 통하면 카드 결제가 가능하며, 조금 더 저렴한 700원이라는 가격에 열람만 할 수 있는 선택지도 있다. 출력 비용은 똑같이 1000원이고 인터넷이라고 더 싸지는 않다.
인터넷 등기소 사이트는 여기다: http://www.iros.go.kr/
메인에서 '부동산 등기' 메뉴의 '열람/발급'을 클릭하면 되는데, 이 사이트는 개인적으로 내게 너무나 구식인 것처럼 느껴진다. 저 먼 옛날 끝없는 액티브 X 설치 및 관련 오류를 겪어야 하던 시대 말이다. 주소를 넣고 이런저런 사항을 선택한 다음 결제창으로 가야 하는데, 그놈의 결제창이 도무지 안 뜨는 것이다!! 어떤 프로그램을 열고 싶어 해서 알겠다고 '예'를 클릭해도 아무런 반응이 없다. 엣지 브라우저에서도 도전해 봤지만 소용이 없었다. 나는 내 집의 근저당 사항이 사라졌는지 알고 싶은데!!
혹시 저 팝업창의 '열기' 이후 진전되지 않는 분들, 그리고 혹시나 다른 환경에서 똑같은 오류를 겪을지 모를 미래의 나를 위해 적는다. 여기서 더 넘어가지 않으면 '재배포팩 설치 파일'이라는 걸 설치해야 한다. 링크는 여기: http://www.iros.go.kr/pos1/jsp/cms6/web1/view.jsp?menuid=001005007
한편 등기부등본은 무료 발급이 아니기 때문인지 반드시 테스트 출력을 먼저 해보도록 되어 있다. 그런데 나는 또 여기서 무한 테스트 출력의 늪에 빠졌다(...) 테스트 출력이 잘 되었다고 버튼을 눌러도 창이 닫히지 않고 그다음 단계로 넘어가지질 않는 것이다! 이에 대한 해결책은 한 블로그에서 찾았다. 선생님 감사합니다.
테스트 출력을 완료한 뒤에도 더 과정을 이어가지 못하고 종이 낭비의 미로에 사로잡히게 된다면, 윈도우 검색창에서 '%localappdata%'을 입력해 해당 이름을 가진 폴더를 찾아낸다. 그 안에서 'court'라는 폴더를 찾아낸 뒤, 또 그 안에 들어 있는 알 수 없는 파일들을 삭제해 주면 된다.
참 나를 번거롭게 만든 오류들을 이겨내고 출력한 등기부등본에는 소유권 이전 사항이 내 이름과 함께 명시되어 있으며, 이전 집주인이 빚을 지면서 발생했던 근저당권들이 잔금일에 말소된 사항도 나와 있었다. 문제 해결! 이제 실물 집문서만 넘겨받으면 된다.
사실 나는 조금 어리석은 선택을 한 건지도 모른다. 방 3개도 아닌 아파트를 덜컥 사버렸으니 말이다. 하지만 전월세 사기가 판을 치는 시대(내 친구의 부모님이 임대업자인데, 그 형제 중 하나가 전세 사기를 당했다고 하니 그 분야를 잘 아는 사람들도 피해 갈 수 없는 모양이다), 게다가 가족 일부가 집을 나와야만 하는 사정, 나의 변변찮은 월급과 자금 상황 등, 매물을 좀 더 꼼꼼하게 살피는 시간을 가졌다면 좋았겠지만 어쨌든 나에겐 집이 필요했고 적어도 잘 곳이 없어서 전전긍긍할 필요는 없게 되었다.
그럼 조금은 독특한 상황에서 살아갈지도 모르는 나의 이야기들을 여기에 천천히 기록해야겠다. 집이 좁아지면서 무형의 형태로 일기를 쓸 필요성을 느껴버려서(창고가 없어 쌓인 일기장을 둘 곳이 없다!), 시간이 허락한다면 여기에 나의 시간들을 저장해 두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