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보러 다녀야지 왜 한달살기를 해?
국내 한달살기를 하던 중, 서울에 여러 차례 방문해야 할 일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겸사겸사 서울 접근이 용이한 경기도에서 한달살기를 해보기로 했죠. 지도로 경기도 곳곳을 살펴보다 호수공원이 있는 한 지역의 숙소를 예약했습니다.
경기도에서 한달살기를 하기로 한 달은 추석이 있는 9월이에요. 부모님과 통화를 하며 추석 일정을 맞춰보다 경기도 한달살기 계획을 말씀드리게 됐습니다. 서울에 갈 일이 생겨 겸사겸사 간다고 말씀드리니 서울에 볼일이 있으면 서울에 있는 자신의 집에서 머물면 되는데 왜 굳이 돈을 내고 집을 빌렸냐며 꾸중 아닌 꾸중을 하셨습니다. 현재 서울의 부모님 집이 비어있는 상태이니 그 말씀이 더욱 이해 됐어요.
살고 싶은 도시를 찾는 중이라 그렇다고 설명드리니, 방 몇 개를 원하는지 생각해 보고 '집'을 보러 다니면 되지 왜 여기저기 한 달이나 살아보는 거냐고 하십니다. 부모님의 말씀이 보편적이고 일반적인 방법이라는 것을 알기에 제가 달리 드릴 수 있는 말이 없더라고요. 마음속에서는 '집도 중요하지만 집이 위치한 더 큰 공간인 도시, 동네도 중요하잖아요!'라는 말이 맴돌았지만 말이에요.
보통 그렇잖아요. 누가 살고 싶은 도시를 찾겠다고 거기서 한 달을 미리 살아보겠어요. 그저 내가 원하는 집의 사이즈가 어떻게 되는지 확인하고 재정 상황에 맞춰 맞는 집에 구하는 것이죠. 틈틈이 동네 생활권에 대한 정보를 확인하겠지만 아침, 저녁 그곳의 분위기를 직접 살아보며 확인하지는 않죠.
#살고 싶은 도시를 찾고 싶은 마음, 유난인 걸까?
부모님과의 전화를 끊고 나서 '살고 싶은 도시를 찾겠다고 나선 우리가 유난인 건가?'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희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을 찾아보기로 했어요. 서울탈출, 탈 서울 등의 키워드로 검색을 시작했습니다.
검색 끝에 발견한 <탈서울 지망생입니다>는 말 그대로 탈 서울 지망생인 작가님의 사연을 담은 책이에요. 탈 서울에 성공한 사람들의 인터뷰가 담겨있는데 각자의 이유로 서울을 떠날 결심을 하고 현실적인 생계 문제를 해결하며 정착한 이야기가 인상적이었죠. <서울을 떠나는 사람들>은 출판된 지 10년이 넘은 책으로 지식노동자들이 서울을 떠나 지방에 정착하는 이야기를 담았고요. 10년 전에도 서울을 떠나려는 사람들이 있었다니, 약간의 위로가 되었습니다.
두 책을 읽으며 탈 서울에 성공한 사람들의 만족도가 굉장히 높다는 사실에 안도했어요. 하지만 결국 마곡댁이 되며 여전히 탈 서울 지망생으로 남은 작가님의 이야기와 탈 서울 이후 다시 서울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서울 탈출의 어려움을 엿볼 수 있었죠.
#지극히 자연스러운 마음
부모님과의 통화 이후 '살고 싶은 도시를 찾는 것이 유난일까?'라는 질문이 떠올랐고, 이에 대해 '전혀 그렇지 않다'라는 답을 내릴 수 있길 바라며 글을 쓰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그리 긍정적이지만은 못한 선례를 여럿 마주해서인지, 매월 지출되는 주거비의 압박과 지속되는 떠돌이 생활에 지친 마음이 들어서인지 '조금은 유난일지도.'라는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합니다.
그럼에도 구분해서 생각해 보자면 살고 싶은 도시를 찾고 싶은 그 마음만큼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것이라 말하고 싶습니다. 살고 싶은 도시를 찾겠다고 '국내 한달살기'를 하는 삶은 조금 유난일지도 모르겠지만요. 조금 유난스럽게 살지 뭐~ 싶다가도, 으휴 평범하게 좀 살면 안 돼? 라며 스스로를 채근하고 있습니다.
이래나 저래나 앞으로 예약된 숙소가 두 곳이 남았기에 적어도 두 달은 더 유난스럽게 살게 될 것 같습니다.
p.s. 대학생 시절 갭이어의 시간을 보내듯, 살고 싶은 도시를 찾는 일에도 갭이어 혹 갭먼스가 존재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문득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