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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영신 Feb 25. 2017

캐리, 당연히 가야 할 Next Step

MCN 시장이 성장할 수 있는 신호탄일수도

세간의 관심을 먹고사는 사업 영역에서는 무플보다는 악플이 낫다고 한다. 최소한 악플은 관심을 동반하는 개념이지만, 무플은 무관심이니 당연한 표현이다. 이 맥락에서 보면 캐리소프트와 캐리는 대단한 성공을 거둔 셈이다. 


애정이 깊은 만큼 1대 캐리 강혜진의 하차에 대한 이야기가 넘쳐났다. MCN 사업의 한계를 논하기도 했고, 후폭풍이 대단하다는 이야기도 했다. 그럴 수 있다. 그러나 적어도 내겐 '당연히 해야 할 작업을 이제 한다'는 의미로만 읽힌다. 


왜 그러냐고?


SDF(Seoul Digital Forum) 2016은 모바일 동영상 시장의 최전선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대표적인 사업자들을 모셨다. 그 자리에는 크리에이터 출신의 도티도 있었다. 발표가 끝나고 토론을 하는 자리에서 사회자는 도티에게 이렇게 물었다.


조영신: 5년 뒤에도 마인크래프트를 하기는 힘들 것 같다. 도티님의 시청자들이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관심사도 변할 것이고, 마인크래프트와 같은 게임은 점점 멀어질 수 있을 것 같다. 이에 대한 대비책은?
도티: 제가 마인크래프트를 하지 않고, 다른 콘텐츠나 새로운 포맷을 실험하더라도 팬들은 따라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처음에는 마인크래프트라는 키워드로 채널에 유입된 사람이 대부분이었지만, 지금은 '도티'라는 한 사람의 브랜드만을 바라보고 찾아주시는 팬들이 많다.
조영신: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지금의 주시청자들이 나이가 들수록, 해당 게임에 대한 흥미를 잃을 것이고 그것은 결국 도티의 팬덤에서 빠져나가는 결과로 이어질 텐데, 이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는가?
도티: 사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고민이 많다. '팬'들이 나이 들어감에 따라 나의 콘텐츠도 함께 나이를 먹어야 하는가? 아니면 새로운 어린 팬들을 확보하기 위해 지금의 콘텐츠를 유지해야 하는 가에 대한 고민이 많다. 아직 답은 찾지 못했지만 끊임없이 고민하고 실험하고 있다.


이는 모든 크리에이터들이 가지고 있는 고민이다. 물론 지위와 명예에 대한 기대치를 낮추면 된다. 배우들은 나이가 들어가면서 자신의 나이에 맞는 역할을 찾아가지만 한창때의 인기를 누리지는 못한다. HOT는 여전히 핫하지만, EXO나 BTS의 인기를 넘지는 못한다. 한때의 부를 잘 관리하고 그들을 사랑했던 팬들과 교감하면서 시나브로 재미를 느끼며 살면 된다. 그러나 그런 크리에이터를 운영해서 수익을 올려야 하는 사업자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1인 크리에이터 체재였던 캐리소프트의 권원숙 대표에겐 보다 심각한 문제일 수 있다. 캐리 언니와 좋은 관계를 유지한다고 하더라도 세상일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일이기도 하다. 2016년 3월경에 있었던 만남에서 권 대표에게 다짜고짜 물었다. 현재 사업 구조가 굉장히 위험한데 이를 어떻게 할 것이냐고 물었다. 


권원숙 대표의 대답은 단순했다.


뽀미언니가 26명인가 바뀐 것으로 알고 있어요.
그런데 제 머릿속에는 왕영은 밖에 없거든요.
그런데 뽀미언니는 실제 인물로만 쭉 갔지, 캐릭터화는 시도하지 않았죠.
전 캐리를 캐릭터화하고 싶어요.


이미 문제를 알고 있었고, 그 문제에 대한 해결책으로 캐릭터를 염두에 두었다. 


캐리와의 돈독한 관계와는 별도로, 캐리라는 상품을 캐릭터화해서 영속화하기 위한 것이다. 괜히 PBS의 바니가 수십 년간 아이들 프로그램에서 자리를 잡은 것도 아니고, 세세미 스트리트의 Big Bird가 아니다. 뿡뿡이가 괜히 뿡뿡이가 아닌 셈이다. 


전략적으로 좋은 선택이다. 모바일 동영상 시장은 진입장벽이 낮은 시장이다. 이미 캐리가 등장해서 수익성을 증명하자 여러 사업자들이 이와 유사한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더구나 캐리소프트는 수많은 크리에이터를 보유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한 두 명의 크리에이터, 정확히는 월급을 받는 직원이 작업하는 동영상이다. 샌드박스 네트워크가 도티라는 1인 크리에이터가 설립한 것이라는 점에서 알 수 있듯이, 캐리가 나가서 새로운 동영상을 연다면 막을 방법도 없다. 더구나 캐리 언니는 뽀미언니처럼 늙어갈 터이니, 오직 내세울 수 있는 건 캐리라는 브랜드 파워뿐이다. 그렇다면 캐리를 캐릭터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https://www.youtube.com/watch?v=0SyM8CCeOv8


캐리소프트는 그동안 캐리를 캐릭터화하기 위한 노력을 했다. 다양한 연극 뮤지컬, 상품에 이르기까지 캐리를 특정 인물이 아닌 캐릭터화하는데 노력을 했다. 캐릭터화란 큰 방향성이 정해졌다면 그다음은 진행의 시기와 방법론의 문제일 터다


http://news.joins.com/article/21292569


시기에 대한 견해차는 있을 수 있다. 기사에 따르면 1대 캐리인 강혜진 씨가 4월 말 퇴사하겠다고 이야기를 했고, 그래서 할 수 없이 제2대 캐리를 선발했다고 밝히고 있다. 캐리소프트 입장에서는 시기를 늦추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한창 잘 나가고 있고, 캐리턱화 작업이 완성되지 않았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반면에 1대 캐리 언니인 강혜진 씨 입장에서는 여러 방송사에게 러브콜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자신의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을 했을 수 있다. 


그렇다고 1대 캐리인 강혜진씨가 그만두었다고 해서 캐리소프트가 위기일 것이라고 단정하는 건 무리다. 어린이 프로그램에서 진행자의 교체는 흔한 일이다. 


뿡뿡이의 상징적인 인물인 짜잔형은 1대 권형준에서 시작해서 현재 5대인 정휘까지 이어지고 있다. 권형준의 퇴출은 당시 논란의 여지는 있었다. 권형준은 짜잔형의 역할을 더 하고 싶었지만, ebs가 여러 이유로 교체를 결정했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권형준에 대한 보상이 너무 턱없이 부족했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심지어 국정감사의 쟁점 중 하나로 부상하기도 했었다. 


5년간 이미지를 만들어왔던 권형준의 교체로 인해서 뿡뿡이의 인기가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도 있었다. 아니 이제 뿡뿡이의 시대는 없다고 단언하던 글도 있었다. 그러나 현재 뿡뿡이는 5대째 이어진 장수 프로그램 중 하나다. 



번개맨도 마찬가지다. 2000년부터 번개맨을 해 오신 서주성님이 2013년 서지훈님으로 교체되었고, 2016년에 다시 서홍석님으로 교체되어 현재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뮤지컬로 이어졌고, 최근에는 영화로 제작되기도 했다. 이른바 번개맨이 특정 인물이 아니라 캐릭터로 자리 잡은 케이스다. 1대 짜잔형의 교체와 1대 번개맨의 교체 시에 인기 하락을 우려하지 않은 것은 아닐 것이다. 잘 잡은 캐릭터지만, 그 캐릭터에 연기자의 몫이 분명히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의외로 시장은 크게 동요하지 않았다. 


왜?




어린이 프로그램이기에 가능한 것이기도 하다.


어린이 프로그램은 연령별로 세분화된 시장이다.  <방귀대장 뿡뿡이>가 대략 3~4세 아이들이 주로 보고, <뽀로로>는 4~5세가, <딩동댕 유치원>은 5~7세 등 어린이 프로그램이 한두 살 단위로 세분화된 시장이다. 초등학교 저학년들이 좋아하는 마인 크래프트지만, 고학년만 되어도 외면하는 현상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곳이다. 새로운 시청자가 지속으로 발생하고, 기존 시청자가 계속 다른 프로그램으로 옮아가는 대표적인 프로그램 영역이다. 이른바 들고남이 심한 시장이기 현재 시청자의 입장에서는  교체로 인한 아쉬움이 클 수 있지만, 새로 들어오는 이들에게 진행자의 교체는 그다지 의미가 없다. 적어도 캐리라는 브랜드가 새로운 시청자를 유입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면 프로그램 자체에 대한 인기가 변할 가능성은 낮다. 


캐릭터의 힘은 루틴에 있다. 일정한 패턴. 2대 캐릭터도 1대 캐릭터의 루틴을 가져가고 있다. 그렇다면 크게 시장이 변할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지 않을까. 


만약 이 주장에 동의한다면 오히려 이번 캐리의 교체는 이 시장의 가능성을 높이고 밝은 전망을 가져올 수 있는 신호탄일 수 있다. 특정 장르와 연령에 특화되어 확장 가능성에 대한 의문을 가진 크리에이터들이 MCN에서 시장에서 TV 시장 등으로 확장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사례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 이 시장은 TV 시장으로 진출하기 위한 전초 기지가 되어서 더 많은 크리에이터들이 진입하는 시장이 된다.  


물론 TV와 모바일 시장은 다르다고 주장할 순 있다. 생방송 위주로 편성되어 그 시간을 기다리고 시청하는 TV 프로그램과 언제든지 볼 수 있는 YouTube 콘텐츠를 동일한 의미로 파악하는 게 합리적이냐고 질문을 할 수는 있다.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시간이 설명해 주겠지만, 적어도 어린이 프로그램의 특성이 모바일 시장에도 재현될 수 있다는 게 내 예상이다. 오히려 캐리란 캐릭터를 놓고 아이들의 선호에 따라 1대 캐리를 시청하는 아이들과 2대 캐리를 시청하는 어린이가 동시에 존재할 수 있는 상황도 연출될 수도 있다. 사업자에게 중요한 것은 1대와 2대가 아니라 캐리이기 때문이다. 


또한 번개맨과 뿡뿡이등은 스토리가 밀고 가는 프로그램이라면 캐리는 진행자가 밀고 가는 프로그램이라는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고 주장할 수 있다. 이 문제는 2대 캐리의 진행 능력에 관한 질문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2대 캐리의 진행능력이 더 좋고 흡입력이 좋다면 오히려 캐리가 더 잘 될 가능성도 있기도 하다. 


결론이다. 우려가 애정일 수 있다. 그러나 지나친 우려는 이 시장에 비난할 거리를 찾는 이에게 좋은 먹잇감이 될 수도 있다. 시기에 대한 상황판단은 다를 수 있지만, 언젠가 캐리 소프트는 캐리를 교체해야 하고, 강혜진은 캐리 언니의 지위를 내려놓아야 한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주어진 조건에서 캐리와 캐리소프트는 자신들에게 최적의 선택을 했다. 그리고 예상과는 달리 새로 유입되는 아이들은 과거의 캐리와 현재의 캐리를 선택적으로 소비할 것이다. 




캐리와 관련된 다양한 들은 아래에서. 모든 글들이 나름의 논리적 개연성을 확보하고 있어서 같이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일단 캐리 강혜진의 사퇴 이후에 앞으로 어떻게 시장이 변모할 것인지를 물었다.



후폭풍이 크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정작 뭐가 후폭풍인지를 설명하기도 하고


MCN 리스크란 단어를 쓰면 엄청난 후폭풍이 몰려왔다는 내용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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