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막지 못한 날, 살아남은 이들을 위해 다시 백신을 권했다
48세 남자 환자였습니다.
지병 하나 없이 건강했던 분이었습니다.
입원 첫날부터 제가 직접 보던 케이스라
특히 더 마음이 쓰였습니다.
항바이러스제, 플라즈마, 항생제 —
할 수 있는 집중 치료는 모두 했지만
상태는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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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기관삽관은 안 받을래요.”
함께 보던 레지던트가 환자분의 거부 의사를 전했습니다.
저는 직접 찾아가 조심스레 물었습니다.
나: “기관삽관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환자: “티비에서 봤어요. 그거 하면 다 죽는다던데요. 저는 죽고 싶지 않아요.”
그 말에 가슴이 아팠습니다.
사실 많은 중증 코로나 환자들이 기관삽관을 필요로 하고
그중 일부는 결국 회복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니까요.
하지만 저는 말했습니다.
“환자분 나이와 건강 상태를 보면,
기관삽관 후에도 회복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습니다.
저는 적극적인 치료를 권합니다.”
그분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럼 받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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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부터 며칠 후,
환자분은 결국 상태가 악화되어 중환자실로 이송되었고
3일 뒤, 인공호흡기를 단 채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48세, 아이 아빠.
그렇게 젊은 나이에,
“죽고 싶지 않다”고 말하던 그분을
지켜드리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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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뒤,
비슷한 시기 입원한 또 다른 환자가 있었습니다.
58세, 지적장애와 간질이 있어
24시간 간병이 필요하던 분이었습니다.
코로나로 산소 요구량이 높았고,
상태는 위중했습니다.
누나분이 현실적으로 말씀하셨습니다.
“일주일 정도 지켜보다가 좋아지지 않으면 호스피스로 전환하겠습니다.”
일주일이 지나도 호전이 없자
완화의료팀과 협의해 withdrawal of care (치료 중단)를 준비했습니다.
그날 저는 근무를 마쳤습니다.
휴가를 마치고 돌아와 차트를 보니,
놀랍게도 그 환자는 갑자기 좋아져
집으로 퇴원했다고 기록되어 있었습니다.
중환자실 의사도 고개를 저었습니다.
“우리 판단이 거의 대부분 맞지만,
가끔 이런 기적이 생기지.”
저는 웃으며 말했습니다.
“I’m glad that I’m wrong.”
(제가 틀려서 다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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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젊은 아버지를 잃은 마음의 상처는
쉽게 가시지 않았습니다.
그날 이후,
저는 다시 백신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습니다.
동료 의사가 한 말이 마음에 남습니다.
“I can’t guarantee you won’t get COVID-19
even if you’re vaccinated.
But I can guarantee you won’t die of COVID-19 in 2021.”
(백신을 맞아도 코로나에 안 걸린다고는 장담 못하지만,
코로나로 죽지는 않을 거라 장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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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은 언제나 불완전합니다.
우리는 매일 수많은 선택을 하고,
그중 어떤 것은 옳고, 어떤 것은 틀립니다.
하지만 틀려서 살 수 있다면,
그건 기적이자 축복입니다.
오늘도 저는,
제가 틀려서 다행이었던 하루를 기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