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일곱 번째 질문

20200923

by 여느진

Q. 누군가를 처음 만날 때, 돋보였으면 하는 나의 모습은 어떤 부분인가요?


A.

주변 사람들은 내가 낯가린다고 말하면 의아하게 반응한다. 그럴 만도 한 게, 나는 낯설고 어색하면 입을 여는 편이다. 침묵이 감도는 공간에 내 목소리를 끼워 넣는다. 한 번 보고 말 사이면 입을 꾹 다무는데, 몇 번 더 봐야 하면 입을 열어 소리를 만든다.


잘 웃고, 말하기 쉬운 사람. 첫 만남에서 사람들이 봐줬으면 하는 내 모습.


원래 웃음 장벽이 낮은 편이다. 내 이야기를 자주 하고, 쉽게 말 건다. 그런데 사실 속으론 엄청 거리를 두고 있다. 깊은 속 얘기를 나랑 아주아주 가까운 누군가가 아닌 이상 잘 꺼내지 않는다. 누군가가 나를 처음 볼 때, 맥주 거품처럼 위에 붕 떠있는 모습을 마주하길 원한다. 거품의 구멍 사이로 슬몃 보이는 짙고 깊은 속내는 천천히 알아가 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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