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가 사람을 무는 이유에 대한 고찰
자기 전에 분명 5마리나 잡았는데, 또다시 귀에서 앵앵 소리가 난다. 새벽 4시다. 시간에 어울리지 않는 민첩함으로 불을 켜고, 눈동자를 굴린다. 모기를 발견하곤 벽을 강타했다. 하지만 손바닥에는 아무런 흔적도 없었다. 그렇다고 어디 날아가지도 않은 것 같은데. 아래를 보니 충전기와 각종 연결 선들을 모아둔 바구니에 모기로 보이는 형체가 떨어져 있었다.
확실히 처리하기 위해 조신하게 휴지를 뜯은 다음 잡으려 하였으나, 어느새 충격에서 회복했는지 모기는 날아가고 없었다. 그냥 손으로 마무리했으면 됐는데. 얼마나 고귀한 손이라고. 절망의 순간, 모기가 눈앞을 가로지르며 날아간다. 손이 얼얼하도록 박수를 쳤고, 다행히 모기는 다시 날아오르지 못했다. 손을 닦고선, 다시 매트리스에 누워 잠을 청했다.
불행하게도 이 모기는 오늘의 마지막 모기가 아니었다. 자고 일어나니 발의 복사뼈 부근과 안쪽 손목이 미친 듯이 가려웠다. 그래도 고마운 것은 이 일곱 번째 모기 A가 내 귀를 향하지 않고 다른 부위로 피를 빨러 간 것이다. 이 정도의 매너라면, 내 피를 줄 만하다. 그러다 문득 모기라는 녀석은 목숨을 걸고 사람의 피를 탐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피를 빨지 못하면 배가 고파서 죽는 건가? 그래서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식량을 구하기 위해 사람들이 사는 곳으로 날아들어오는 것인가?
구글에 검색을 해보니, 모기는 평소엔 꽃과 과일의 즙을 빨지만, 산란기가 되었을 때 알의 생육에 필요한 단백질을 보충하기 위해 사람이나 동물의 피를 빤다고 한다. 내가 때려잡은 수많은 모기들이 모두 이러한 목적이었다고 생각하니, 손에 묻힌 피들(내 적혈구로 이루어진 피겠지만)과 짓이겨진 그들의 형체가 아련하게 느껴졌다. 자신의 배를 채우기 위한 이기적인 목적이 아닌 자손의 생육을 위한 것이었구나, 그래서 죽음을 감수하고서라도 그 위험한 비행을 했던 것이었구나 생각이 들었다.
그런 생각을 하며 모기에 대해 쓰인 나무위키를 읽던 와중 모기 A(물론, 아닐 수도 있다.)가 눈앞을 지나갔다. 애잔한 마음은 사라지고 반사적으로 손이 반응했다. 그러나 무의식적으로 마음이 약해졌었는지, 놓치고 말았다. 이내 두 번째 기회가 찾아왔다. 바로 책상 위에 A가 앉은 것이다. 그런데 손바닥으로 내려치기엔 다소 애매한 위치에 앉았고, 두 번째 기회도 결국 놓치고 말았다.
자손 번식을 위해 목숨을 던져 이 좁디좁은 원룸에까지 찾아온 A, 그의 동료들은 이곳에서 꽤나 달콤하게 적혈구의 맛을 보기도 했지만 또 아스라이 손바닥과 손바닥 사이에서 사그라져 갔다. 방금 본 A는 몇 시간 뒤 잠든 나를 다시 찾아올까? 만약 A가 매너 있게 복사뼈 부근의 혈액만을 탐한다면, 적어도 쇄골 위로 날아들지만 않는다면 나는 기꺼이 피를 나눠주고자 한다. 부디 이 마음이 그에게 전해졌으면, 귀에서 소리가 들리면 내 뺨싸대기를 쳐서라도 잡고 말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