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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탱탱볼에세이 Nov 05. 2023

도쿄 지하철엔 진입장벽이 있다

72시간 패스 이용후기

도쿄 여행 7일 차. 도쿄역에 도착한 첫날부터 줄곧 걸어 다녔다. 두 발로 딛으며 차근차근 살펴본 경치는 쉽게 잊히지 않기 때문. 한국에서 출발 전 혹시 몰라 아이폰에 pasmo앱 설치 및 지갑에 등록만 해두었다.


현재 일본에선 신규 교통카드 발급이 안된다고 한다. 반도체가 부족해서 교통카드 판매를 중지한다고. 근데 관광객에게만 웰컴 스이카를 500엔에 판매하는 것이 아닌가. 속사정을 살펴보니 모바일 앱 사용자수 늘리고 점점 디지털화하려는 의도가 숨어있었다.


무리해서 하루에 3만 보 이상씩 걸었더니 점점 지치더라. 가장 저렴하게 구매하기 위해 72시간 패스를 끊고 싶었다. 엔저현상으로 우리나라보다 물가가 싸다고 하지만 교통비는 비슷하거나 일본이 더 비싸다.


72시간 패스는 그나마 가격이 합리적인데, 1,500엔(900원 환율 기준, 약 13,500원)이다. 보통 도쿄 지하철 패스 글 검색하면 다들 블로거들이 클룩 홍보를 한다. 도쿄 지하철 사이트에서 직접 구매하는 것보다 클룩이 1~2천 원 비쌌다.


원래 지하철역 가면 끊을 수 있다고 해서 별도로 온라인구매 없이 지하철역에 갔다. 근데 자동판매기에선 메리트 없는 24시간권만 구매 가능했다. 그럼 48시간, 72시간권은 어디서 구매하는 건가.


역 내 안내데스크 가서 물어보니 온라인으로 구매하여 QR로 이용하라고 알려주셨다. 일본어만 가능한 일본인들이 많아서 아무리 구글 번역기를 활용한 소통이 필수다. 예상과 달라서 당황했지만 온라인 구매가 어렵지 않더라.


*도쿄지하철 온라인 알뜰티켓 구매링크: https://www.tokyometro.jp/tst/kr/index.html


다만 QR인식이 가능한 교통권 판매기를 지하철역에서 찾아야 한다. 모든 지하철역에 QR코드 인식 가능한 판매기가 있지 않다. 미리 사이트에서 가능한 역을 확인 바란다. 우린 확인 안 하고 무작정 가서 다른 역으로 걸어갔다.


우당탕탕 72시간 권을 교통권판매기에서 수령하니 허탈했다. 크게 어렵지 않은데 처음이라 많이 헤맸으니 말이다. 우리나라도 외국인이 교통권 끊으려면 어려운가 싶더라.

도쿄 지하철과 사철이 섞여있다. 다양한 지하철 호선들 중 알파벳 한 자리인 라인들만 패스권으로 이용 가능하다. 원하는 동네가 패스권 권역에 없다면 추가로 표를 끊어야 하는 단점이 있다. 패스권은 도쿄도가 운영하는 도쿄 지하철만 한정되기 때문.


시내 중심을 벗어나 이쪽저쪽 변두리 동네를 지하철로 다녔다. 그래서 해당 거리만큼 표를 끊어 추가요금을 내기도 하고 20분 정도 걸어서 갔다. 교통카드 한 장으로 저렴하게 탈 수 있는 한국 지하철이 그리워진다.


신기한 건 도쿄 지하철은 수상하리만큼 좌석이 푹신하다. 한번 엉덩이 붙이면 떼고 싶지가 않다. 덕분에 노선의 끝에서 끝으로 이동했다.


도쿄지하철의 진입장벽은 생각보다 높다. 구매하는 과정도 과금역 피해서 타는 방법도 학습이 필요하다. 사실 이런 거 배우려고 도쿄 온 거 아닌감.


안 해본 거 해본다고 하다가 은근히 스트레스 많이 받았다. 해나가면서 자신감을 얻었고, 이제 특별히 어려운 부분이 아니라 참 다행이다. 무모하지만 계속 엎어지면서도 배우고 다시 일어나리라 믿는다.


내일은 어느 역을 정복해 볼까. 우리 도쿄지하철의 진입장벽을 넘자. 그 벽 뒤엔 자유로운 이동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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