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바에서 만난 여인

by 뜨레

나는 어젯밤 바에서 한 여자를 만났다


짙은 남색 청바지에 얼기설기 짜인 조금은 커 보이는 흰색 스웨터를 입고 있는 그녀는 평범해 보였지만 어딘지 모를 신비한 분위기를 가지고 있었고, 나는 그런 그녀가 궁금해졌다.



우리는 이야기를 시작했고 나는 그녀의 이름이 리나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녀는 화가였고, 영감을 찾아 이 도시로 이주한 예술가였다.

나는 그녀의 이야기에 사로잡혔고, 그녀와 대화가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나라는 존재는 점점 흐려졌다.


우리는 바가 문을 닫을 때까지 몇 시간 동안 이야기를 나눴지만, 나는 아직도 그녀가 궁금했고 그녀에게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바래다주어도 되는지 물었고 다행히도 그녀는 승낙했다.

그녀의 집으로 걸어가는 그동안에도 우리는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고, 나는 그녀와 어떤 연결고리를 느꼈다.


그녀의 집 앞에 도착했을 때 잠시 들어가도 되는지 그녀에게 물었고, 그녀는 잠시 망설였지만 이내 수줍은 미소를 보이며 승낙했다.

집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집안을 가득 채운 그림에 나는 놀랐다.

그녀는 십 대 때부터 그림을 그리며 자신의 감정을 표현했고, 그 때문에 자연스레 화가가 되었다고 했다. 작품들을 둘러보던 나는 그녀의 창의력과 재능에 놀랐다.


그림을 가까이서 봐도 되는지 묻자 그녀는 승낙했고, 그림에 가까이 다가갈수록 내 심장은 빠르게 뛰었다


바로 그때 벽걸이 시계에서 12시를 알리는 작은 종소리가 울렸고, 너무 늦은 시간이란 걸 깨달은 나는 이내 그녀의 집을 나왔다.


다음 날 밤 곧장 같은 바 로가 그녀를 찾았지만, 그녀는 그곳에 없었다


실망했지만 가슴속엔 여전히 그녀를 다시 볼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있었다.


그 후 3주 동안 매일 그 바를 찾아갔지만, 그녀는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나는 결국 마움을 비우고 그녀를 잊기 시작했다.


그렇게 2달이 지난 어느 날,

가볍게 저녁을 먹은 후 강변을 따라 산책하고 있던 중에, 길 건너편을 걷고 있던 그녀를 보았다.

그녀를 보는 순간 바로 알아챈 나는 무언가 홀린 듯 그녀를 쳐다보고 있었는데,

그녀 역시 길 건너편에 서서 신기하다는 듯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약 5초간 그녀를 멍하니 바라보다가 이내 정신을 차리고 길을 건넜다.


그렇게 재회한 우리는 몇 시간 동안 이야기를 나눴고, 우리가 보지 못한 3주간의 시간은 마치 1분처럼 느껴졌다.

나는 그녀에게 길 모퉁이에 있는 카페에 가자고 제안했고, 그렇게 우리는 밤늦도록 카페에 앉아 이야기를 나눴다.


어느덧 카페가 문을 닫을 시간이 되었고, 나는 다시 한번 그녀의 그림을 볼 수 있는지 물었다.

그녀는 고개를 살짝 떨구며 수줍은 미소를 보이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승낙했다.


다시 한번 그녀의 집을 방문한 나는 정말이지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전에는 보지 못했던 그림들이 잔뜩 늘어나 있었고,

그림이 놓여 있지 않았던 복도까지 수많은 그림들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놀란 표정을 하고 있던 나를 본 그녀는 웃음을 터트리며

지난 3주 동안 그림을 그리느라 바빠, 바에 가지 못했다고 말했다.


밝은 표정으로 말을 하는 그녀의 모습에 나는 이전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기분에 휩싸였고

그녀를 만나기 이전의 삶은 무의미하게 느껴졌다.


나는 어젯밤에 만난, 어쩌면 3주 전 만난 그녀와 사랑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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