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텀블벅 영퍼센트 Sep 11. 2019

우리 삶 가까이 방치되어 있던 소리들, 헤테로포니

텀블벅 첫 연재/구독 기획전 <시리즈 오브 시리즈> 인터뷰(4)


<시리즈 오브 시리즈> 첫 번째 인터뷰 주인공 옐로우 펜 클럽이 추천했던 그 팀, 헤테로포니와도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헤테로포니는 지난 2017년 결성된 음악비평 동인으로, 대중음악처럼 익숙한 음악부터 국악/전통음악이나 서양전통/현대음악, 노이즈/실험/즉흥음악까지 다양한 커버리지를 소화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미술이나 영화와 다르게 눈에 보이지 않고, 심지어 가사나 음계조차 가늠하기 어려운 ‘음악’이라는 미지의 세계를 탐구 중인 탐험가들인 셈이지요.

헤테로포니는 음악비평에서 명확하게 구획된 경계 틈새를 헤집고 우리 삶 가장 가까이에 방치되어 있었던 소리를 관찰합니다. 특히 우리가 여태껏 무심코 지나쳐왔지만,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는 이 크고 작은 소리들이 <시리즈 오브 시리즈> 연재 예정인 ‘음악 바깥의 소리들’의 글감입니다. 늘 스쳐 지나가기만 했던 이 소리들, 너무 무뎌질 정도로 익숙해 귀 기울여 듣지 않았던 소리들로부터 우리는 무엇을 듣고, 어떤 경험을 하고 있었던 것일까요? 여러분은 이 소리들을 어떻게 느끼고 계셨나요?

알고 보면 느슨하게 모인 사람들이 ‘음악'을 중심으로 단단하게 결속돼 밀도 높은 작업물들을 전달 중인 <헤테로포니>와 이야기를 나누어 보기로 했습니다. 가시적이지 않은 음악을 거시적으로 만드는 그들과 일상 속 청취 경험을 되돌아 보세요.




헤테로포니는 어떤 활동을 펼치는 팀인가요?

헤테로포니는 지난 2017년 각기 다른 음악 장르에서 활동하던 성혜인, 신예슬, 이승린, 정구원이 모여 만든 음악비평 동인입니다. 네 비평가는 각자 국악/전통음악, 서양전통/현대음악, 노이즈/실험/즉흥음악, 대중음악을 거점으로 하지만, 그 사이의 접점을 자유롭게 탐색하며 비평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던 음악들에 귀 기울이고 그에 관한 글을 쓰고 있고요. 현재 동명의 웹진 헤테로포니를 운영 중입니다.


음악비평 동인 <헤테로포니>의 필진들이 모여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연구자와 인터뷰이 관계, 같은 비평지의 편집위원, 한 다리 건너 알게 된 지인 관계 등, 처음 만나게 된 계기는 각각 달랐습니다. 가끔 공연장에서 우연히 마주치기도 했지만 각자 다른 영역에서 활동하고 있었던 탓에 당장 많은 이야기를 나누진 못했었죠. 하지만 우리 모두 음악에 관한 글을 쓰며 장르의 관습이 배어 있지 않은 지면의 필요성을 느꼈고, 대화의 가능성을 열어 두었습니다. 

그러다 지난 2017년 봄 무렵 함께 모여 정기적으로 공동의 웹사이트에 각자의 글을 올려보자는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나누었고, 같은 해 10월에 각자의 첫 글을 게재하며 헤테로포니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느슨하지만 결속력 있게 뭉친 헤테로포니 필진들

텀블벅 프로젝트인 <음악 바깥의 소리들>에 대해서 소개해 주세요.

비평이나 청취 영역에 포함되지 않았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자유롭게 글을 쓰는 프로젝트입니다. ‘음악과 음악이 아닌 것을 구분하는 기준은 무엇인지’, ‘비평의 대상이 아니라고 여겨졌던 소리는 어떤 방식으로 새롭게 포착될 수 있을지’라는 질문에서 출발했어요.


이번에 연재되는 콘텐츠는 음악이 아닌 것에 대한 비평입니다. ‘음악비평 동인’이 음악이 아닌 것을 비평한다는 것이 재미있게 느껴지는데, 이러한 주제에 대해 쓰고자 했던 이유는 무엇인가요?

‘음악 바깥의 소리들'은 편의상 소음으로 호명되잖아요. 하지만 사실 이번에 다룰 소리는 언제든지 음악 안으로 포섭될 수 있는 소리들이고, 때로는 무척 음악적으로 다가오는 소리이기도 해요. 음악과 음악이 아닌 것의 경계를 넘나들고 교란하는 것은 대체로 음악가들의 몫이나, 비평가의 입장에서도 그러한 작업을 수행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고, 또 이런 접근은 음악을 음악이라 여기게 만드는 기본 전제를 돌아보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런 고민을 바탕으로 소리에 대한 시각을 스스로 낯설게 만들고, ‘음악 바깥의 소리'라는 기획이 내포한 여러 질문을 마음껏 다뤄보고 싶었습니다. 음악에 대한 사유를 먼 길로 돌아가면서까지 할 필요가 있는가라는 질문을 받을 수도 있지만, 음악의 표상들 뒤로 우리가 아직 보지 못한 음악의 얼굴이 있다는 생각에 가장 먼저 주변의 소리에 대해 글을 쓰고 싶었고요. 그뿐만 아니라 독자로서 동료들이 써낼 글이 기대되기도 했어요.


직접 고른 소재들이 전부 다채롭고 재미있어요. 글감을 어떻게 정하게 되었나요?

필진 개개인이 흥미를 가지고 있는 소리를 각자 두 개씩 골랐어요. 물론 개개인마다 선정하게 된 계기도 제각각이라 아래에 각자의 이유를 말씀 드릴게요.


혜인: 전 판매꾼들의 호객 소리와 추임새를 골라습니다. 이번 기획을 제안받고 가장 먼저 제도 혹은 예술로 포섭되지 않은 소리, 우리 곁에 오랜 기간 지속되어 오거나 시대의 흐름에 따라 사라지는 소리를 다루고 싶다는 생각을 했거든요. 이를 다루기에 전통시장이나 지역축제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다양한 호객소리가 적합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추임새를 고른 이유는 조금 다릅니다. 흔히 음악이라고 하면 특정 예술가의 '작품'을 떠올리고, 관객과 예술가(혹은 작품)를 이분법적으로 구획하는 경향이 커요. 나는 이러한 사고방식이 매우 서구중심적이며, 한국전통음악을 이해하거나 설명하는 것에도 한계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에게 추임새는 음악 바깥의 소리가 아니라 온전히 음악으로 인식됩니다. 음악을 변화시키고 구성하며 나아가 완성하는 추임새 역시 중요한 비평의 대상으로 고려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라는 질문이 글감으로 연결되었어요.


승린: 대형 사무실의 소음과 트럭 확성기 소리에 대해 쓰려고 해요. 제가 일하는 회사는 몇 개의 과가 한 개의 대형 사무실을 공유해 사용하는 곳이거든요. 이 안에 있다 보면 어느 순간 소리를 통해 공간과 상황을 인지하게 되는데 그런 경험이 흥미로워 수첩에 짤막한 문장으로 기록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트럭 확성기 소리를 택한 건 오래전 만난 홍화씨 엑기스를 팔던 아저씨의 목소리를 잊을 수 없어서예요. 언젠가 기회가 되면 그 기억을 더듬어 글을 한 편 써봐야지 하는 생각이 있었는데 이렇게 연재 소재로 다룰 수 있어 즐거운 마음이 듭니다.


예슬: 저는 음반의 노이즈와 제창/떼창을 골랐습니다. 서양 전통을 따르는 음악 사례들이 저의 주요 글감이긴 하지만 제 오랜 관심사 중 하나는 음악과 사물의 관계였고, 최근에는 음악과 몸의 관계가 궁금해지고 있어요. 음반이 내는 소리는 내가 꽤 오랫동안 천착했던 소리였고, 제창/떼창은 그 집단 내부자로서 노래할 때와 바깥에서 들을 때의 몸의 감각이 꽤나 다르다는 점에서 흥미가 생겨 글감으로 선정했습니다.


구원: 공연 시작 전 악기 세팅 소리와 알림음을 골랐는데, 제가 흔하게 듣게 되는 소리 중에서 음악인 것과 음악이 아닌 것 사이의 경계를 보여주는 소리가 이 두 가지라고 판단했습니다. 악기 세팅 소리는 음악을 만들어내기 전 음악이라고 할 수 없는 소리가 반드시 동반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알림음은 분명히 음악적인 구석이 있음에도(혹은 그 자체로 음악임에도) 사람들이 그것을 음악이라고 인식하는 경우가 별로 없다는 점에서 흥미롭게 느껴져 골랐어요.


혹시 ‘비밀 리워드’가 무엇인지 귀띔해주실 수 있나요.

귀 기울여 듣지 않았던 소리를 듣는다는 것과 일맥상통하는 지점이 있는 어떤 것입니다. 펀딩 기간 중 공개할 예정이니 기대해 주세요.


<시리즈 오브 시리즈>는 텀블벅이 처음 시도하는 연재를 위한 펀딩 기획전으로, 해당 기획전이 성공할 것이라 생각하셨나요? 참여 제안을 받고 어떤 생각을 하셨는지도 들려주세요.

새로운 제안을 받게 되어 무척 설레고 즐거웠습니다. 물론 연재를 처음 시도해보는 것이라 부담감도 있었지만, 후원자와 긴밀하게 연결된다는 점에서 헤테로포니 사이트에 글을 게재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었어요. 

음악에 대한 글을 연재하는 다른 팀/필자가 더 있을까 하는 기대도 있었는데 키라라 님이 이야기로 음악을 만드는 프로젝트를 진행하신다고 하여 반가웠고요. 저희는 이따금 함께 찍은 사진을 꺼내보곤 하는데 <시리즈 오브 시리즈>에서 쓴 글도 다시 꺼내보고 싶은 날이 오겠지… 하는 할아버지 같은 생각도 했네요.


<시리즈 오브 시리즈>에 참여했으면 좋았을 것 같은 팀이나 필자가 있다면요.

총 4팀입니다. 전기가오리, 호랑이의 도약, 와우산 타이핑 클럽, 이미지연구공동체 반짝 등입니다. 기회가 된다면 소개가 되길 바라요.

헤테로포니가 운영 중인 동명의 음악비평 동인 웹진

이번엔 ‘음악 비평’ 자체에 대한 논의를 해볼까 합니다. ‘음악 비평'은 어려운 작업일 듯해요. 음악비평을 하지 않는 독자 입장에서는 음악이 시각적으로 보이지 않기에 묘사가 불가능하고, 그렇다고 문자로도 표현하기 어려운 ‘사운드'의 영역을 ‘글'로 비평할 수 있는지 쉽게 와닿지 않습니다. 음악을 비평하는 방법 혹은 접근법을 알려 주실 수 있나요?

일단 필진마다 음악을 청취하고 비평하는 방법이 모두 달라요. 물론 관심을 가지고 있는 음악들의 특성이 다르다는 측면도 분명 있지만 공통적으로 현장에서 발견되는 시·청각적 정보를 최대한 세밀하게 기록하는 것 같아요.

음악의 구조, 연주자가 소리를 구성해나가는 방식, 악기를 대하는 태도, 출력되는 소리의 질감, 주변 환경 등 다양한 방식을 염두에 두는 편입니다. 특별히 재미있는 요소에 집중하며 접근하고 음악에 대해 궁금한 점을 묻고 답하는 과정에서 비평의 구상이 시작되고요. 그 과정이 흥미로울수록 글이 빠르고 명쾌하게 써지네요.

또한 단순히 음악을 묘사하는 것뿐만 아니라 그 음악에서 이끌어낼 수 있는 질문을 다듬는 것이 중요하다고 봐요. 언어는 음악/소리를 묘사하는 데 분명한 한계를 지니고 있지만, 대신 그에 대한 관점을 바꿀 수 있다는 중요한 능력이 있기 때문입니다.


단순하게 아이돌 그룹의 댄스 퍼포먼스부터 비욘세가 발표했던 ‘비주얼 앨범', 혹은 FKA Twigs와 같은 아티스트의 작업물, 밴드 ‘씽씽'의 드랙 분장까지 음악에서 ‘비주얼'의 영역은 점점 더 중요한 전략이자 음악을 전달하는 하나의 방식 중 하나로 자리 잡는 듯 보여요. 단순한 아트워크를 넘어, 비주얼 작업이 없다면 성립되지 않거나 그 의미가 희미해지는 음악 작업들도 많은 것 같은데, 음악비평 동인으로써 ‘비주얼’의 영역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결코 보이는 것이 들리는 것보다 덜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보이는 것이 들리는 것보다 더 강조된다고 느껴지는 사례도 종종 눈에 띄고, 듣는 것보다 보는 것에 집중할 때도 많습니다. 어떤 공연은 보이는 것을 제대로 고려할 때 그 작품이 가진 가치가 더 선명하게 보이기도 하죠.

시각 요소에는 많은 차원이 존재합니다. 의상, 퍼포먼스, 안무뿐만 아니라 연주자가 신체를 사용하는 방식이나 악기에서 소리가 출력되는 매커니즘을 이해하는 과정 역시 중요한 시각 요소입니다. 

일례로 한 실험음악 연주자는 응급 담요(Emergency Blanket)를 연주에 종종 사용하는데, 비닐 재질의 담요에 반사되는 강한 빛 때문에 청취자들은 눈을 빼앗기지만 그것을 소리의 영역과 분리해 생각하긴 어렵잖아요. 시각적인 요소를 음악의 대척점에 놓는 것보다 여러 차원의 성격을 잘 따지고 분리해서 음악과 연결짓는 비평 작업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좌_헤테로포니 1권 / 우_헤테로포니 2권. 3권은 올해 말 혹은 내년 초 제작 예정

최근 SNS 상에서 ‘음악비평'과 관련해 음악비평은 소리를 더 많이 다루어야 하는지 여부에 대한 논의가 오고 갔습니다. 이에 대한 <헤테로포니>의 입장을 들어볼 수 있을까요.

소리에 대한 언어를 더 많이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만큼은 분명합니다. 필진들 저마다 ‘음악’과 ‘소리’에 대한 문제의식이 있고요. 하지만 모두 공통적으로 두 가지 부분은 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음악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대한 집중 없이 가사나 음악가의 관점, 사회적 맥락만을 가지고 음악을 다루는 것, 그리고 소리를 단순히 기술적이고 양적인 속성으로만 치환해서 표현하는 것 등이죠. 

쉽지 않은 일이겠지만, 이 둘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을 유지해야 소리를 ‘잘’ 다루는 비평이 될 수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또한 음악비평의 대상이 음악과 음악 주변을 둘러싼 맥락들뿐만 아니라 소리의 영역에서 출발해 다른 매체로까지 뻗어 나가는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헤테로포니의 현재 계획이나 이후 활동 계획을 소개해 주세요.

예정된 <음악 바깥의 소리들> 연재에 집중할 예정이고, 이어서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는 헤테로포니 3권을 제작하려고 해요. ‘함께 듣고 쓰기’처럼 함께 음악에 대한 생각을 공유하는 기획을 하려고 하니 많은 관심 부탁드리겠습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나 소감을 들려 주세요.

필진 모두 각자의 사정으로 바빴기 때문에 헤테로포니에 글을 못 쓰고 있는데, 이번 기회를 계기로 삼아 열심히 써 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인터뷰. 김민규(프로젝트 매니저), 헤테로포니 | 사진. 헤테로포니 | 정리. 권수현(PR 담당자)


음악비평 동인 헤테로포니의 '음악 바깥의 소리들' 구독하기

﹅ 텀블벅 첫 연재/구독 기획전 <시리즈 오브 시리즈> 13팀 프로젝트 자세히 보기

﹅ 인터뷰(1) <미술과 그 근처의 이야기, 옐로우 펜 클럽> 보기

﹅ 인터뷰(2) <교과서 바깥의 유물 이야기, 김서울> 보기

인터뷰(3) <시가 아닌 것에서 건져올린 시다운 것, 시인 윤지양> 보기


매거진의 이전글 시가 아닌 것에서 건져올린 시다운 것, 시인 윤지양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