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직생 꿀팁 29... 상사 편(29)
1. "부장님, K과장이 이렇게 얘기했습니다."
2. "부장님, K과장님이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3. “부장님, K과장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국어 문제입니다. 올바른 높임말은 무엇일까요. 난센스 아닙니다. 헛갈리시죠?. 다 맞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정답은 2번(또는 3번)입니다. 직장에서는 대화하는 상대(부장)와 객체(과장)가 모두 상급자 일 때 모두 존대를 합니다. 극존대도 가능합니다.
가정이나 학교와는 다릅니다. 가정과 학교에서는 말하는 상대가 객체보다 높으면 객체를 하대하는 게 맞습니다. “할아버지, 아빠가 이렇게 말했어요”라는 식으로 말이죠.
네, 존댓말은 어렵습니다. 상대가 누구인지에 따라, 장소가 어디인지에 따라 다 다릅니다. 필자도 이 글을 쓰기 전까지 헛갈렸습니다. 지구상에서 가장 어려운 높임말 체계 중 하나라니 그럴 법도 합니다. 특히 사무실에서 쓰는 높임말은 그동안 배웠던 것과 달라 실수할 때가 많습니다. 그렇다면 가정과 학교에서 썼던 높임말과 회사에서 사용하는 것과의 차이는 뭘까요.
바로 '압존법(壓尊法)' 입니다. 가정과 학교에서는 압존법을 씁니다. 회사에서는 안씁니다. 압존법. 말 자체가 어렵죠? 존대를 낮추는 어법입니다. 누구에 대한 존대를? 객체에 대한 존대입니다. 대화 상대가 객체보다 더 높은 사람이면, 객체에 대한 존대를 억지로 낮추는 거죠. 그게 차이입니다.
복잡하죠? 쉽게 말해 제가 할아버지에게 아버지에 대해 얘기할 때는 이렇게 얘기해야 합니다. "할아버지, 아버지가 이렇게 얘기했어요" 대화 상대(할아버지)보다 객체(아버지)가 낮은 지위여서 객체에 대한 존대를 낮추는 거죠. "할아버지, 아버지께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라는 식으로 객체(아버지)에 붙는 조사와 동사를 극존칭으로 쓰면 안 됩니다. 그렇게 말하면 곧바로 “못 배웠다” “버릇없다”는 소리를 듣게 됩니다.
두 사람 중 누가 윗사람인지 모를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럴 때는 둘 다 똑같이 존대하면 됩니다. 예를 들어 선생님에게 아버지 이야기를 할 때는 "선생님, 저희 아버지께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라고 말하면 됩니다. 비교적 간단합니다.
문제는 이 압존법을 직장에서는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많은 직장인들이 헛갈리고, 실수하는 대목입니다. 예를 들어 부장에게 과장을 언급할 때 "부장님, K과장이 이렇게 얘기했습니다"라는 식으로 말하면 안 됩니다. 둘 다 똑같이 높이거나, 아니면 과장을 약간 낮추는 게 통례입니다. 위 예시의 2,3번처럼요. 왜 그럴까요?
우선, 최근 직장 문화는 수직적인 관계보다는 수평적인 소통을 지향하는 쪽으로 변화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상급자도 하급자를 존대하는 분위기가 점차 확산되고 있죠. 따라서 어법도 그에 맞춰 변하고 있습니다.
직장에서 압존법을 쓰지 않는 다른 중요한 이유는 오해를 줄이기 위해서입니다. 만약 당신이 "부장님, K과장이 이렇게 말했습니다"라고 이야기했는데 그 말이 K과장의 귀에 들어가면, 자칫 "그 친구가 부장님 앞에서 나를 그렇게 하대했단 말이야?"라고 괘씸하게 여길 수 있습니다. 이는 불필요한 오해와 갈등을 유발할 수 있죠.
사회학자 에르빙 고프만(Erving Goffman)은 사회적 상호작용에서 개인이 상대방에게 자신을 어떻게 '표현'하고 '제시'하는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직장 내 호칭은 단순히 언어 예절을 넘어, 상호 존중과 신뢰를 쌓는 중요한 사회적 장치이기 때문에 더욱 신중해야 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직장에서 압존법을 완전 무시하고 아무데다 극존칭을 쓰는 것도 바람직 하지 않습니다. 3번처럼 "부장님, K과장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이라고 말하는 것보다 2번 예시처럼 "K과장님이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정도로 객체 높임을 완화해 쓰는게 더 적절합니다. 국립국어원 역시 직장에서 압존법을 완전 무시하기보다 이 정도로 완화해 쓰는 게 적절하다는 용례를 제시했습니다.
극존칭, 존칭, 압존법 등 존댓말의 세계는 복잡하고 헷갈립니다. 가정과 학교, 직장 생활 어디에서 어떻게 존대해야 하는지도 구분하기 어렵죠. 그래서 최근에는 압존법 자체가 점차 사라지는 분위기입니다. 직장이든 가정이든 존대 어법의 구분이 희미해지고 있는 것이죠. 옛날 어른들이 들으면 발끈할지도 모르지만, 가정에서도 이제는 압존법 없이 "할아버지, 아버지가 이렇게 말씀하셨어요"라는 등으로 적당히 높이는 어법을 쓰고 있습니다.
직장이든 가정이든 당신이 어떤 표현을 쓸지는 궁극적으로 그 분위기에 달려 있다고 봅니다. 그런 언어 예절을 따지는 분위기라면 정확하게 써야 하겠지만, 별로 상관하지 않는 분위기라면 굳이 복잡하게 압존법을 따져가며 말할 필요는 없겠지요. 중요한 것은 상호 존중의 마음을 담아 소통하는 것입니다.
#직장 예절 #존댓말 #압존법 #직장 생활팁 #언어 예절 #소통 방식 #국립국어원 #직장 문화 #사회생활 #직장인 필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