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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끌 Feb 25. 2020

공지영 <먼 바다>... 첫사랑 (1)

'책끌(책에 끌리다)' 서평 #11

이혼하고 혼자서 딸을 키워 온 미호도 어느새 60세를 바라보는 나이가 됐다. 대학에서 독문학을 가르치고 있는 그녀는 미국에 있는 동생과 엄마를 만나러 비행기에 오른다. 엄마와 동생을 만나는 일 외에 그녀는 또 하나의 계획을 세운다. 40년 동안 별다른 연락을 하지 않고 지내온 첫사랑과 만나기로 약속을 잡은 것이다.


우연한 기회에 페이스북에서 그가 미국에서 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그녀는 여고시절에 만났던 그와의 추억을 떠올린다. 뉴욕 맨해튼에 있는 자연사박물관 공룡 앞에서 다시 만나기로 한 그녀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지 궁금했다.

공지영 작가 < 먼 바다>


그녀의 10살 아래 동생은 엄마를 모시고 미국에서 살고 있다. 동생도 10대의 딸을 키우고 있지만 엄마와 언니의 불편한 관계가 이번에는 잠잠히 지나가길 바라고 있다. 미호는 엄마와 사이가 좋지 않다. 무엇보다 그녀는 엄마처럼 살고 싶지 않았다.


어렸을 때 정부를 비판하다 모진 고문과 실직으로 병마와 싸우다 힘없이 돌아가신 아버지 때문이다. 엄마는 아버지가 돌아가시는 상황에서도 자신의 안위만 걱정했다. 그런 엄마를 그녀는 5년 만에 다시 만난다. 반갑거나 달갑지 않은 채.



저런 엄마가 되지 말자, 아이들 앞에서 열네 살짜리처럼 투정을 부리며 나 몰라라 도망치는 거, 이런 거 너무 싫어, 이런 거 너무 싫어, 징징거리는 그런 엄마는 되지 말자.    - 48페이지



다시 만난 첫사랑과의 설렘도 잠시 그녀는 그와 있는 현실이 답답하다. 그를 왜 다시 보자고 했을까. 그냥 핑계 대고 돌아갈까. 이런저런 고민이 꼬리를 물지만 그녀는 쉽게 자리를 뜨지 못한다. 그보다 예전부터 묻고 싶었던 물음표 하나를 이번에는 꼭 풀어볼 생각이다.


그녀가 40년 동안 그에게 묻고 싶었던 것은 무엇일까? 책장을 넘기며 이야기에 빠져들수록 미호라는 인물에 공감이 가면서도 답답하게 느껴졌다. 전체 페이지 중 3분의 1을 넘었지만 그녀가 왜 그를 만나고 싶었는지에 대해선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그녀가 다시 만나고 싶었던 그는 친절한 사람 같지만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 사는 사람이다. 정도 많고 착해 보이지만 굉장히 이기적인 사람이란 생각도 들었다. 40년의 세월을 보내는 동안 연락도 없던 그는 왜 그녀와 만났을까.


그가 그녀를 다시 만났을 때 진짜로 하고 싶었던 말은 무엇일지 궁금하다.



다시 내려가서 저쪽 계단으로 올라가야 하나 봐.... 미안해, 내가 길을 잘못 들었어. 분명 여기로 오는 게 맞다고 생각했는데.    - 90페이지



오랜만에 공지영 작가의 신작 장편소설 <먼 바다>를 읽고 있다. 그동안 <봉순이 언니>, <도가니>, <공지영의 지리산 행복학교> 등 손에 잡히는 데로 공지영 작가의 책을 읽었던 것 같은데. 무슨 내용이었지? 하고 생각해 보면 기억이 나지 않는다.


<먼 바다>는 ‘가닿지 못한 사랑들에게 바치는 헌사'로 시작하는 첫사랑에 대한 이야기다. 읽어 가는 페이지가 늘어갈수록 공지영 작가의 일기장을 훔쳐(?) 보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먼 바다'라고 제목을 붙이고 작가 자신이 겪었던 첫사랑에 대한 추억의 한 장면을 소설 속에 슬며시 끼워 넣은 건 아닐까.


첫사랑은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라고 했다. <먼 바다>를 읽으면서 기억조차 희미해져 버린 첫사랑에 대한 기억이 문득 떠올랐다. 때마침 전람회가 부른 <기억의 습작>을 입으로 흥얼거리며...



많은 날이 지나고

나의 마음 지쳐갈 때

내 마음속으로

스러져가는 너의 기억이

다시 찾아와

생각이 나겠지


* 출처 : 전람회(김동률), <기억의 습작> 중에서...



공지영 작가 < 먼 바다>


* 출처 : https://blog.naver.com/twinkaka/221823225911



#공지영 #소설 #장편소설 #먼바다 #해냄 #트윈카카 #twinkak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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