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림이란 무엇인가
전에도 그랬지만 결혼하고 나니 그릇욕(?)을 주체할 수 없다. 세상에 귀여운 그릇은 왜 이렇게 많을까. 조그만 집에 둘이 사는데 컵만 열 개가 넘는다. 3단 찬장을 꽉 채운 아이템들을 보며 남편은 여러 차례 우려를 표했다. 아직 못 산 게 오조 오억 개입니다만.
사 모으는 것도 어렵지만 쓰는 건 더 어렵다. 우리는 출퇴근 시차가 커서 평일에 집에서 같이 밥 먹을 일이 거의 없다. 이런저런 고민 끝에 남편 건강도 챙기고 그릇 자랑(?)도 할 겸 아침을 차려주기로 했다.
자취 10년, 결혼 1년 경력이 무색한 요리 멍충이도 간단한 조리 정도는 가능하다. 주로 자기 전에 내일의 메뉴를 고르는데 의욕이 넘치는 날은 먼저 제안하기도 한다.
"내일은 약간 프랑스 서타일 어때?"
"좋지, 좋지."
남편이 씻는 동안 토스터에 식빵을 꽂아놓고 계란 프라이를 반숙으로 부친다. 주말에 사 둔 소시지도 문어 모양으로 잘라서 굽고 손님 취향을 고려해 치즈도 한 장 추가하면 여기가 바로 몽마르트르 언덕 아닌가. 잘 차린 한 접시를 보고 있자니 흡족한 마음이 빵처럼 부풀었다.
"나 아무래도 조식 전문점을 차려야겠어."
"갑자기?"
"이렇게 아침 해주는 것도 노동이거든. 앞으로 돈 내."
"갑자기?"
남편이 먹는 동안 옆에 앉아서 본격적으로 메뉴판을 만들었다.
"오늘 먹은 건 500루찌야."
"..."
아침을 먹으려면 남편은 얼마나 달려야 하는가.
-루찌: 화제의 자동차 게임 '카트라이더'에서 일부 아이템을 살 수 있는 화폐. 요즘 우리 집은 각종 보드게임 섭렵 후(<신혼은 뭐하고 노나요?> 참고) 카트 시대에 접어들었다. 저는 넥슨과 아무 사이도 아니에요.
메뉴도, 차림새도 영 소꿉놀이 같은 건 기분 탓이겠지. 단 한 명의 단골손님을 위해 조만간 신메뉴 개발에 도전해봐야겠다. 조식 전문점이 번창하면 남편도 귀여운 살림 마련에 조금은 협조적으로 변하지 않을까, 야무진 꿈을 가져보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