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월급의 기쁨이란
상실감 바로 그것이었다. 남편은 첫 빵집에서 두 주간 뜨거운 오븐을 열고 닫는 과정에서 자주 화상을 입었다. 안전을 위해 목장갑을 끼지만 200도가 넘는 오븐의 열기를 견디기가 쉽지 않다. 빵틀을 꺼내는 과정에서 긴 작업복을 입어도 오븐에 스친다. 긴장해서 일하느라 집에 와서야 데인 자국을 발견하고 화상연고를 바른다. 베이킹 오븐용 장갑을 검색해서 주문하기도 했다. 나이가 들어 몸 쓰는 일을 젊은이들 틈에서 버티어 낼까 싶어 안타깝다. 본인이 좋아한다지만 나이 많고 경험 없는 제빵사를 채용해 주느냐도 물음표였다.
남편이 처음 빵을 하겠다고 했을 때 자신의 롤 모델이라며 나에게 책을 보여줬다. 직장을 다니다가 30대에 빵을 배우고 시행착오 끝에 성공한 '오월의 종' 정웅 대표다. 그는 유명한 빵집에서 흔히 사용하는 수입산 밀가루가 아니라 국내산 밀가루로 건강한 발효빵을 만든다.
"재료가 좋으면 당연히 맛이 좋겠죠. 그렇지만 빵은 별식이 아니라 주식이니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로 만드는 게 맞는다고 생각해요. 결국 사람이 얼마나 공을 들여 만드느냐에 따라 맛이 달라집니다."
책에서 본 정웅 대표의 말에 공감이 갔다. 그에게는 요즘의 빵이 아니라 '자신이 어떤 빵을 만들고 싶은가'하는 철학이 보였다. 간식이 아니라 끼니를 때우는 주식, 밥 같은 빵. 나는 남편이 유행을 좇기보다 자기만의 건강한 빵을 만들려는 마음을 읽었다. 남편이 보낸 손편지에 친절하게도 두려워하지 말고 일단 자기 가게를 열어보라는 답변을 주셨다.
나는 아무런 경험 없이 시작하는 게 두려웠다. 고향에 내려가 빵집을 시작하는 시나리오를 쓰려는 남편을 말렸다. 막상 비싼 과외비를 내고 첫 빵집에서 경험을 하고 보니 나이라는 벽을 넘어설 수 있을지 마음이 무거웠다.
다행히도 이틀 만에 남편은 일을 다시 시작했다. 서울에 세 군데 지점이 있는 크루아상 전문점이다. 벌써 두 달이 다 돼간다. 하지만 아직까지 첫 월급의 기쁨을 알지 못한다.
" 빵집 분위기는 어때? 다른 직원들이 월급에 대해 뭐라고 안 해?
"음. 사장님이 전화 와서 두 달 치를 한꺼번에 입금하겠다 했는데 아직이라고 불만을 털어놓더라고. 그게 월급날이 다 다른 거야. 며칠 전 사장님이랑 직원들 다 같이 저녁 먹었잖아. 본인이 이혼 소송 중이라며 개인적인 문제로 빵집에 신경 쓰지 못해 미안하다고. 밀린 월급은 자기가 꼭 챙겨준다면서 이해해 달라고 말이야"
" 그건 아니지. 운영하는데 어려움이 있는 것 같다"
"그러게 나도 처음이라 당황스럽기도 하고 이쪽 업계를 잘 모르겠어. 다양한 빵을 만들고 주방 환경이 쾌적해서 지원한 건데. 월급도 제때 못 받고 말이야. 실망스럽고 일하면서 예전만큼 의욕이 생기지 않아"
" 안정적인 회사생활만 해서 이런 경우는 또 처음이네. 새로운 분야를 경험해 보는 거라 생각하자. 미리 대안을 생각해 보는 게 좋겠어"
"그래. 이제 좀 제대로 해보나 했더니. 마음 쓰게 해서 미안해. 자기 말처럼 좋은 경험이라 생각해야겠어"
남편은 별일 아니라는 듯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