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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태원 Taewon Suh Sep 04. 2020

주크박스 히어로

20세기 중반의 플레이리스트

스마트폰의 플레이리스트와 블루투스 스피커는 21세기의 주크박스입니다. 주크박스는 녹음된 음악을 플레이해내는, 부분적으로 자동화된 기계를 말합니다. 대개는 동전으로 작동되지요. 어떤 영화나 드라마, 혹은 레트로 카페에서 한 번쯤은 보셨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주크박스는 19세기 말에 발명되어 1930년대의 스윙과 1940년의 초기 록클롤 음악을 통해 대중화되고, 세계 이차대전 이후 미국에서 45 rmp의 싱글 레코드와 함께 대대적으로 보급되었습니다. 주크박스는 광고가 없는 온디멘드 음악 채널이었지요. 주크박스는 새로운 음반을 광고하는 채널이었으며 매출을 쉽게 집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음악 산업에서는 상당히 유용한 미디어였습니다.


주크박스는 소비 시점에서의 대중의 취향을 직접적으로 밝혀낼 수 있는 바로미터였던 것입니다. 그리고 음악의 유행은 주크박스를 작동하는 청취자와 그것을 듣는 현장의 청중으로부터 직접 만들어졌습니다. 음악 소비자의 능동적 기능이 확대되었던 시기입니다.  


1950년대 이후의 포터블 라디오와 1960년대 이후 카세트 녹음기의 보급으로 인해 주크박스 시장은 더 이상 발전하지 못하고 하향세를 타고 맙니다. 특히 라디오 음악 채널의 발전은 음악 산업을 크게 바꾸어 버립니다.


라디오 시대에는 DJ의 권력이 막강했습니다. 최신의 유행을 선도하며 업계를 좌지우지하는 음악 산업의 게이트 키퍼였습니다. 한국에서는 라디오 PD들이 비슷한 역할을 했지요. 음악의 유행은 DJ의 취향에 크게 의존했습니다. FM 라디오는 세분화되었고 그것이 곧 음악 장르를 이루었습니다. 록 장르 라디오의 DJ들은 자신의 취향대로 대중적인 싱글보다는 이른바 앨범 트랙을 선호했지요. 따라서 AOR (Album-Oriented Rock)은 Corporate Rock의 다른 이름이 됩니다. 록 그룹들은 라디오 DJ가 선호할만한 앨범 트랙으로 구성된 앨범을 만드는데 치중하게 됩니다. 1970년 대부터 앨범의 전성기가 도래합니다.


20세기가 저물어 갈 무렵부터 라디오가 퇴조하고 디지털 음악 포맷이 대두되자 대중음악은 다시 싱글 위주의 청자 주도의 산업으로 되돌려졌습니다. 예를 들어, 최근 BTS의 전략은 1960년대 비틀스의 그것과 많이 닮아 있습니다. 비틀스는 싱글과 앨범을 확실하게 구분했지요. 앨범의 일관성을 강화하기 위해서 트랙에서 제외되는 상업적 넘버를 싱글로 발매하거나 앨범 사이의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별도의 싱글을 발매하기도 했습니다.

BTS와 비틀스와의 비교는 더 이상 과장이 아닙니다. 이들의 최근 No. 1 싱글 [Dynamite]: 레트로의 열풍은 LP 뿐만 아니라 마그네틱 테이프도 소환합니다.


예를  들어, [She loves you], [I wanna hold your hand], [Paperback writer],  [Penny Lane], [All you need is love], [Hello goodbye], 그리고 [Hey Jude] 등의 차트 탑퍼는 싱글로만  발매되었습니다. BTS도 유사한 전략을 사용합니다. 최근 빌보드 싱글 차트의 정상을 차지한 [Dynamite]도 앨범 트랙이 아닌  순수한 싱글입니다. 아마 다음 앨범에는 다시 포함될 수도 있겠지요. [Boy with luv]와 같이 말입니다.


앨범의 옹호자인 필자도 이제 싱글 위주의 음악을 즐기게 되었습니다. 스포티파이의 플레이리스트에서 새로운 나만의 앨범을 만드는 일도 재미있는 여가 활동이 되었지요. 아티스트가 앨범의 콘셉트를 잡듯이 청자는 진지하게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어냅니다. 서로 유사"의미의 삽입" 과정입니다. 기술의 발전과 중심 미디어의 변화에 따라 소비자의 참여와 능동성이 증가하게 된 것입니다.


음악의 게이트키퍼가 다양해지니 음악의 실지적인 다양성도 증가했습니다.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어내는 청자들은 20세기의 DJ가 하는 작업을 대신해내고 있는 것입니다. 라디오와 TV를 통해 유행가만 듣던 사람들이 스포티파이를 통해서는 숨겨진 자신의 애창 넘버를 찾아내고 유포합니다. 이 미디어에서는 무명 밴드의 노출 기회도 늘어납니다. 알고리즘을 통해 전혀 모르던 넘버도 발견하게 됩니다. (사실 AI가 가장 중요한 DJ가 됩니다.) 반면, 20세기에 비해서 스타가 갖는 파이의 크기는 작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관심과 노출 분산됩니다.


스타 시스템은 독점적 위치를 위한 산업적 장치입니다. 슈퍼 스타가 없기에 초대박은 없습니다. 그러나 그만큼 업계는 공평해졌습니다. 20세기 말 대박에서 오는 돈 맛을 알아버린 몇몇 제작 기획사에게는 불평이 있겠지만 이미지의 소비가 아닌 다양한 음악적 즐거움을 원하는 청자에게는 더 좋은 세상이 되었습니다. 음악 산업의 한 역설입니다.


Foreigner (live in 2010), Juke Box Hero, orginally from their album [4] in 1981

리드싱어 Kelly Hansen의 음색은 오리지널 Lou Gramm과 비슷하면서도 가창력은 한 수 위가 아닌가 합니다. Mick Jones 할아버지는 아직 정정합니다. [Uptown Funk]로 유명한 Mark Ronson이 그의 step-son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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