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eryone functions anyway
밴드의 구조는 대개 대칭적이지 않습니다. 각각의 멤버는 같지도 않고 동등하지도 않습니다. 사실 그럴 필요가 없습니다. 오히려 같고 동등한 모양은 그저 적당히 아름답기 때문입니다. 진실로 아름다운 밴드는 다르고 규칙적이지 않은 요소 속에 유기적인 균형을 지니고 있습니다. 밴드 구성의 다른 모습들을 20세기의 밴드의 예를 통해 알아봅니다.
Maroon 5는 사실 Adam Levine과 아이들입니다. 아담 레빈은 대부분의 곡을 작곡하는 리드 싱어이며 게다가 가장 잘생겼습니다. 핀업 보이를 내세워야 하는 리더가 아니지요. 리더이자 핀업 보이입니다. 게다가 리얼리티쇼 등 잦은 방송 출연을 통해 널리 알려져, 팀의 상업적 성과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개인적인 인지도를 지닌 유일한 팀 멤버입니다. 솔로 독립의 필수요건을 다 갖추었지요. 그러나 그가 솔로 액트로 독립할 가능성은 낮아 보입니다. 그는 ego가 적은 사람이며, 무엇보다도 밴드 활동을 즐기고 있기 때문이지요.
Bon Jovi는 사실 Jon Bon Jovi라고 써도 큰 상관이 없을 듯합니다. (한 때 존재감 있던 멤버 Richie Sambora를 제외하면 말이지요.) 그러나 지난 근 30년 간에 존 본 조비의 솔로 앨범이 정규 앨범도 아닌 단 두 개의 사운드트랙 밖에 없는 이유는 그도 개인 활동보다는 밴드 활동을 더 선호하는 사람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한편, Billy Idol은 솔로일까요, 듀오일까요, 아니면 그룹일까요? 물론 솔로 가수로 구분되지만, Steven Stevens가 backing band에 속해 있을 동안에는 사실 듀오에 가까왔습니다. 스티븐 스티븐스는 걸출한 기타리스트입니다. Michael Jackson은 매 앨범마다 당대 최고의 기타리스트의 시그너춰 솔로 연주를 통해 곡의 가치를 최대화하곤 했는데 스티븐 스티븐스는 앨범 Bad에 중심 게스트였습니다. Thriller 앨범에 Eddie Van Halen ("Beat It")의 화려한 속주가 있었다면, Bad 앨범에는 Steve Stevens ("Dirty Diana")의 풍성한 리프가 있었습니다. (80년대는 기타 솔로의 시대였습니다!) 그만큼 잘 알려진 리드 기타리스트이자 키보드도 연주했으며 상당히 괜찮은 송라이터였습니다. 80년대 중반 전성기에 Billy Idol 앨범의 백커버에는 두 사람만 등장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70년대 중반까지 Peter Gabriel가 속한 Genesis에서 Phil Colins는 단지 뛰어난 드럼주자였지요. 80년대의 필 콜린스를 떠올린다면 좀 의아한 일입니다. 피터 가브리엘의 탈퇴 후 제네시스는 새 앨범을 위한 곡들을 녹음하고 보컬 트랙을 채울 대체 싱어를 찾습니다. 그러나 찾은 싱어의 음역대가 이미 녹음한 연주의 키에 맞지 않자 다시 다른 싱어를 찾는 대신 이전에 주로 백보컬을 담당했던 필 콜린스가 나서서 녹음을 마치게 됩니다. 제네시스는 이후 보다 팝에 접근하면서 상업적인 성공을 이어가게 되고 필 콜린스는 솔로 액트로 더 큰 성공을 거두게 됩니다.
피터 가브리엘과 필 콜린스 외에 제네시스의 나머지 둘도 허수아비가 아닙니다. 필 콜린스는 한 인터뷰에서 제네시스 내에서의 창작 작업을 치열한 전투와 같다고 표현한 적이 있습니다. 다들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의사를 표명한다는 뜻이겠지요. 80년대 필 콜린스의 솔로 앨범과 제네시스 앨범의 차이는 바로 다른 두 멤버 Mike Rutherford와 Tony Banks의 몫입니다. 특히 마이크 러더포드는 Mike + the Mechanics를 이끌며 또 다른 상업적 성공을 이끌기도 합니다.
비대칭성은 듀오 형태에서 두드러집니다. 단 둘이 비교되기 때문이지요. Wham!에 Andrew Ridgeley는 왜 있었을까요? Art Garfunkle의 미성은 충분한 무기가 됩니다. 음유시인 Paul Simon은 그런 미성이 필요했지요. Tears for Fears의 Curt Smith도 비슷한 사례입니다. 다만, 작곡을 도맡아 한 Roland Orzabal에 비해 제한된 역할을 했던 커트 스미스는 가창 음역이 사실상 더 넓은 롤란드 오자발이 2집 앨범부터 점점 더 많은 수의 수록곡을 커버하게 되자 소외감을 느끼게 되고 그런 성향이 더 두드러진 3집 이후 탈퇴하게 됩니다. 오래가는 듀오는 찾아보기 힘듭니다.
밴드는 평등하지 않습니다. 평등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러나 비대칭적인 밴드의 유기적 균형이 깨질 때 그 팀은 더 이상 존재하기 힘들어집니다. 그 균형을 이루고 유지하는 것은 상당히 높은 수준의 미적인 사고를 필요로 할 것입니다.
팀이 비대칭적인 유기적 균형을 이루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할 것입니다. 먼저, 리더는 하나여야 합니다. 중심이 둘이 되는 경우에는 항상 갈등이 발생합니다. Paul McCartney는 John Lennon의 역할을 하기 원했고, Don Henry와 Glen Frey 사이에는 묘한 경쟁심이 있었습니다.
둘째, 강한 팀에 free-rider는 없습니다. 강한 팀 내에서 무존재감이 무능력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낮은 존재감으로 흔히 조크의 대상이 되는 홀 & 오츠의 John Oates는 사실 능력 있고 생산적인 창작자입니다. 다만 Daryl Hall이 주도하고 부른 곡들이 대개 더 상업적일 뿐입니다. 그들의 대표 히트곡인 She's Gone과 Maneater의 주작곡자가 존 오츠인 것은 잘 알려져 있지 않지요. Depeche Mode의 존재감 없는 Andy Fletcher는 리더 Martin Gore와의 친분으로 팀에 붙어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가 없었다면 디페쉬 모드는 진작 해체되었을 것입니다. 오히려 이러한 멤버들은 팀을 유지하게 되는 주요한 요소가 됩니다.
셋째, 팀의 균형은 결과적 성과에 대한 것이라기보다는 마인드셰어의 차이에 관한 것입니다. 어떠한 비대칭이 존재하더라도 팀 멤버들 생각의 중심이 팀과 팀의 유지에 있다면 균형은 유지될 것입니다. 상대적 이상점은 어디엔가 존재하기 마련입니다.
Mike & The Mechanics - The Living Years (19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