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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ype n blank Jan 09. 2022

한글-따뜻한 감성의 손글씨체

type n 한글 06

이전에 라틴 글꼴 유형에서 이야기했던 스크립트 유형을 기억하시나요?

오늘은 스크립트 형식과 같이 손으로 쓴 글씨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손글씨 글꼴에 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한글 손글씨체를 이야기하기에 앞서 헷갈릴 수 있는 단어인 손글씨와 손멋글씨, 캘리그라피, 레터링의 차이가 무엇인지부터 정리해 보겠습니다. 타이포그래피 사전(안그라픽스)에서 위의 단어들을 아래와 같이 표기합니다.


손글씨 : 글자를 손으로 썼음을 강조한 말, 손으로 썼음을 강조하기 위해 '손글씨꼴', '손글씨체'라고도 한다.

손멋글씨 : 디자이너의 의도에 따라 디자인한 손글씨. 손으로 쓴 것에 한정한다.

캘리그라피 : 글자와 글의 모양을 손으로 그려서 디자인하는 일 또는 그 결과물.

레터링 : 의도적으로 글꼴을 디자인하는 일로 일상의 쓰기와는 다르다.


위의 정의를 정리해 본 벤 다이어그램입니다.

*하단 벤 다이어그램은 제 기준으로 정리한 것으로 생각하는 견해에 따라 다르게 구분될 수 있습니다.


손에서 시작했다는 점에서 손글씨 안에 포함되는 손멋글씨와 캘리그라피와 다르게 레터링은 손글씨가 아닌 다른 방법으로도 충분히 표현이 가능합니다. 동시에 손으로 써서 그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여 레터링의 위치는 재미있는 양상을 띄고 있습니다.

추가로 레터링은 짧은 한정된 문장의 글꼴을 디자인하는 것으로 지난번 Lettering과 Fontdesign에서 이야기드린 것과 같이 글꼴 디자인과는 다른 형식임을 한 번 더 짚고 지나가겠습니다.



따뜻한 감성의 손글씨체

손글씨체는 말 그대로 손으로 쓴 글씨에서 왔기 때문에, 글씨체의 원도를 쓴 사람의 개성과 감성이 묻어납니다. 마치 지문처럼 손글씨는 사람마다 다른 형태를 가지고 있습니다.

109명의 각기 다른 이야기가 담겨있는 네이버의 클로바 나눔손글씨 글꼴 손글씨의 매력을 잘 살린 프로젝트라고 생각합니다.

그 외에도 특정 연예인의 글꼴이 너무 예뻐서 폰트화 하거나  역사적 인물을 기리기 위해 자료로 남아있는 손글씨를 연구하여 폰트로 제작하는 등 손글씨는 개인을 나타내는 아이덴티티중 하나로 명확하게 자리 잡고 있습니다.


손에서 왔지만 손글씨체는 글꼴입니다.

손글씨체의 흥미로운 점은 원도가 있고 그것을 누가 디자인하느냐에 따라 폰트화 되었을 때 형태가 달라진다는 점입니다. 손글씨 글꼴도 '글꼴(font)'이기 때문에 원도를 바탕으로 규칙을 가지고 만들어집니다. 디자이너마다 손글씨 원도에서 어떤 점을 중요하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같은 사람의 손글씨도 다르게 디자인되어 폰트화 됩니다.

그 예시로 2019년 동시에 발표된 안중근의사기념관의 안중근체와 GS칼텍스의 독립서체 시리즈 중 하나인 안중근체가 있습니다. 두 폰트의 원도는 안중근 선생님의 '장부가'로 같지만, 결과적으로 나온 폰트의 형태는 묘하게 다릅니다. 이 두 글꼴 디자이너가 어떤 점을 더 중요시하며 글꼴을 제작했는지 비교해 볼 수 있는 재미있는 사례입니다.


사용 도구와 쓰기 방향으로 달라지는 손글씨체의 형태

과거 필기구를 이용한 기록을 시작했을 때, 서양에서는 펜으로 글씨를 썼고 쓰기 방향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쓰는 가로쓰기 형식이었습니다. 동양에서는 붓을 사용했고 쓰기 방향이 위에서 아래인 세로쓰기였습니다. 글씨를 쓰는 도구와 방향은 손글씨 형태의 특징을 다르게 보여줍니다.

서양의 스크립트 형식의 글꼴을 보면 글꼴의 기울기가 오른쪽으로 기울어져 있고, 특정 부분에서 굵기 차이가 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는 오른손잡이가 펜을 사용하여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글씨를 쓸 때 나타나는 특징입니다.

그렇다면 동양의 붓과 세로 쓰기 형식은 어떤 형태를 가지고 있을까요? 아래 예시는 낙성비룡이라는 책에 쓰인 글꼴로, 붓에서 오는 글자의 강약과 세로쓰기에서 볼 수 있는 특징을 잘 살려 글자 간 자연스럽게 위아래로 흐르듯 연결형태를 보여줍니다.

시간이 흘러 우리나라는 일제의 침략, 전쟁 등을 겪으며 글을 쓰고 읽는 방향이 세로쓰기 형식에서 가로쓰기 형식으로  바뀌었습니다. 100년도 채 안된 짧은 시간동안 바뀐 글쓰기 방식은 빠르게 고착되었고, 그로 인해 오랜 시간 써 왔던 세로쓰기의 형식은 찾아보기 힘들어졌습니다. 다행히 최근 10여 년간 세로쓰기 형식을 다시 찾고 공부하여 개발하는 글꼴 디자이너가 많아져 잊혀가는 우리의 세로쓰기 글꼴 역사를 잘 지탱해 주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가로쓰기가 나쁘다는 것은 아닙니다. 두 형태의 글꼴은 시대를 반영했을 뿐이며, 둘 다 우리의 글꼴을 표현하기에 어려움이 없습니다. 우리는 전통을 잊지 않고 보존하며, 새로운 형식은 연구하여 개척하는 자세로 글꼴을 공부하고 개발하면 될 것입니다.


글을 읽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며, 손글씨체 이야기를 마칩니다.


참고

타이포그래피 사전(안그라픽스/한국타이포그라피학회),

인용 문구 - [Walter Whitman - O Me! O Life!]





다음 이야기는 한글 글꼴 이야기 -다시 새기는 복원 글꼴- 입니다.(3주 뒤 발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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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게 아래와 같은 분류로 이야기할 예정이며, 공백(blank)의 영역은 미지수로 주제에 맞게 변화하고 추가될

예정입니다.

- type n design > 타입 디자인에 관련된 전반적인 이야기

- type n latin > 라틴 관련 이야기

- type n 한글 > 한글 관련 이야기

- type n 단상 > 타입에 대한 개인적인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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