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ype n 한글 07
오늘은 한글 글꼴 중 옛 서적 등의 글꼴을 디지털화 한 복원 글꼴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이전 포스팅에서 나온 옛 위인 손글씨의 글꼴화도 복원의 개념에 들어갑니다.)
우리나라의 복원 글꼴 중 가장 많이 만들어진 글꼴은 무엇일까요?
제 생각에는 한글의 시작, '훈민정음'이 아닐까 합니다. '한글날을 기념하여 모 회사에서 훈민정음의 글꼴 형태를 디지털 폰트화 했다'라는 이야기가 꽤 많이 들려 올 정도로 훈민정음의 글꼴은 다양한 글꼴 회사 및 기업에서 디지털 폰트로 만들었습니다.
훈민정음을 복원한 다양한 폰트들을 보며 제작의도에 따라 달라지는 복원 글꼴의 형태를 확인해 보겠습니다.
훈민정음 해례본의 일부
제가 정리한 훈민정음 복원 글꼴은 아래와 같습니다. (무료 폰트 기준)
- 문화체육부 훈민정음체(1995보급)
글자의 질감이 살아 있고 가로로 썼을 때 자소의 정렬이 매우 흔들려 보임.
세로쓰기에 적합한 글줄을 가지고 있음. 한글 2,350자만 있고 영문 및 기호가 없어 사용성이 조금 떨어짐.
- EBS 훈민정음체(2014), EBS 훈민정음새론체(2016)
글자에 질감이 없으며 가로쓰기에 적합하게 글줄이 정리되어 있음.
새론체의 경우 아래아 형태를 직선으로 수정하여 가독성을 높임.
- 한컴 훈민정음 세로쓰기체(2020)
질감이 살아있으며 세로쓰기에 적합하게 디자인함. ㅆ의 형태가 타 글꼴과 다르게 떨어져 있으며,
아래아의 크기가 크고 줄기와 떨어져 있음.
전체 모아보기
위의 자료들에서 문체부 훈민정음과 한컴 훈민정음 세로쓰기체의 경우 세로로 썼을 때 더 정렬되어 보이는 글줄 및 질감을 살린 것을 보아 훈민정음 원도 형태를 최대한 반영하는 것이 디자이너의 의도임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EBS 훈민정음체는 질감을 덜어내고 가로로쓰기 적합하도록 글줄을 재 정렬하여 사용성을 높이는 것이 목적임을 볼 수 있고, 새론체의 경우 아래아 형태를 빼고 직선 줄기를 넣음으로써 좀 더 사용성과 가독성을 높인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위의 예시 외에도 AG훈민정음체, 산돌의 세종대왕체도 훈민정음을 바탕으로 복원한 글꼴로, 형태적으로 다른 점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같은 원도를 가지고 만들었지만 디자이너의 의도에 따라 글꼴은 변화합니다. 가독성을 중시하고 현대적인 인상을 위해 질감을 덜어 낼 수도 있고, 원형 그대로의 모습을 보존하고자 형태를 그대로 가지고 올 수도 있습니다.
저는 그래서 여러 가지 복원 글꼴을 두고 '이 서체가 제일 잘 만들어졌다'라고 단정 지어 말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어느 관점으로 보느냐에 따라 잘 만들어졌다 라는 척도가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저에게 복원 글꼴이란 우리의 옛 전통을 보존하면서 기술의 발전으로 한 번 더 업그레이드된 형태로 개발될 수도 있는, 다시 새기는 형식의 글꼴이라고 생각됩니다.
타입 관련 용어에 대해 궁금하거나, 타입 디자인을 공부하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됐길 바라며, 글을 마칩니다.
https://font.hancom.com/sub1_3.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