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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 준 Jul 30. 2023

먹는 게 좋은데, 먹고살기가 힘드네요

고추냉이로 속을 채우고 설탕과 치즈크러스트 겉을 바싹 튀긴 마카롱

세상에서 가장 사랑받는 디저트


마카롱을 보면 매력적인 외관에 홀리지만, 가격을 보곤 놀라곤 하세요!

개인적인 이야기지만, 제가 제과제빵을 하며 가장 만들기 어려워 하는 품목을 꼽으라 하면 단연컨데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친구가 바로 마카롱일 거에요.

살짝 낮은 온도에서 구우면 눌린 식빵마냥 납작해져요.
살짝 높은 온도에서 구우면 금세 부풀어 올라 터지며 흘러내리거나, 검게 타버립니다.

재료에도 손실이 큰 편인데, 달걀과 설탕을 분리해가며 섞고 돌리고 섞고, 몇번이나 수작업으로 해결해야 되는 민감한 과자이기에 그야말로 "디저트계의 열대아"라고 할 수 있겠어요.
그 무엇보다 아름답고 달콤하지만, 만들어내기가 참 까다롭거든요.

예쁜 외관은 다른 상품의 디자인으로 도입되곤 해요.
처음에는 왕실에서 귀족들의 향수병 디자인을 마카롱 모양으로 둥글게 내곤 했지만, 최근에는 필기구부터 다양한 디스펜서, 이어폰 스트랩까지 작은 물품들 하나하나 마카롱을 흉내내곤 한답니다.

라데르(Ladurée)는 프랑스의 대표적인 마카롱 판매업체에요!
2010년에 처음으로 그 달콤함을 우주비행사에게 보내 가장 높은 하늘에서 즐기는 달콤함을 누리게 해 주려는 생각을 했습니다.

마카롱 박스에는 초콜릿, 딸리, 무스베리부터 다양한 100가지 맛의 마카롱을 우주로 성공적으로 보내게 되었습니다.
국제우주정거장에서는 이를 생중계하며 출발시점부터 달콤한 마카롱이 입에 들어가는 순간까지 실시간으로 영상을 중계하며, 달콤함을 즐기게 해준 라데르(Ladurée)에게 감사함을 표했다고 하네요.

이 사실은 마카롱이 얼마나 사회에서 사랑받고 있는지 알려주는 것 같네요.




내가 천안에서 살면서 호두과자를 팔며 수익을 내는 곳은 다양하게 보아왔다.

대부분은 예전부터 호두과자를 만들어 오면서 대를 이어온 '전통성'을 중심으로 마케팅을 하였다.

최근에 호두과자 점포를 열고 시작하는 젊은이들은 같은 맥락으로 장사를 한다면 승부가 나지 않기에 수많은 아류와 변종이 생겨나고 있다.


일본식 호두과자부터 해서, 생크림앙버터 마카롱, 그리고 마카롱 튀김에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얹은 크로칸부슈까지! 진짜 각자 살기위해서 만들어낸 괴작이라 해야할지, 아니면 인간의 가능성의 극치인지 모르겠다.


확실한 것은, 살아가면서 색다른 방법을 채택하는 것을 꺼리지 않게 되는 것이 눈에 확 보인다.


아무리 그래도 마카롱을 튀긴 집은 처음 봤다.

신발을 튀겨도 맛있다고들 하지만, 굳이 마카롱까지 튀겨야 할까?


속과 겉이 다른 음식은 많지만, 자신만의 요리철학을 가지고 음식을 재해석하는 것은 일류 레스토랑이나 내가 가지 못하는 3스타 미슐랭 레스토랑의 이야기라고만 생각했다.


천안에서 제과점 주인의 '마카롱의 편견에 대한 재해석'을 먹게 된 것은 영광이 아닐 수 없겠다.


해당 점포의 마카롱에 대한 철학은 간단하다. 

"간식이 식사대용이 될 수는 없는가? 겉만 보고 판단하지 마라"


한입 베어무는 순간 별 생각이 다 났다.

달콤하면서도 냄새는 치즈가 풍겼고, 속은 매운 파프리카 가루맛이 확 났다.

겉은 바삭한 빵에 속을 부드러운 질감의 알싸한 비빔밥 맛 반죽으로 채워넣었던 기억이 난다.


오묘하면서도 주인의 인생관과 삶을 말하며 마카롱을 먹고 있자니 생각이 들었다.


설날 부치고 남은 전으로 끓인 잡탕같네



맛은 있었다, 다만 밖에서 애인과 먹고싶진 않았다.

맛있는 걸 다 넣는다고 음식이 맛있어지진 않으니까.




상담을 받으러 오는 사람 중 가장 곤란한 부류는 딱 3가지이다.


1. 알콜 중독자 (말이 안통한다)

2. 치매 중증환자 (말을 까먹는다)

3. 사이코패스 (말을 들을생각이 없다)


이 세가지를 전부 섞어놓은 사람이 있다면, 과연 믿겨질 것 같은가?


오늘의 이야기는 곤란하면서도 달콤했던 짬뽕같은 사람의 고민이 되시겠다.




천사같이 다정하면서도 하얀 피부를 가진 남자분이 오셨다. 30대 중반으로 보였는데, 군인처럼 씩씩하신 몸 가짐을 하고 상담중에 등을 소파에 붙이지 않고 내내 곧은 자세로 앉아 계셨다.

처음엔 직업군인 같은 건가 싶었다.


공장일을 하면서 돈을 버는데, 인생이 나아질 기미가 안보여요.
내 문제는 없는데 말이죠. 더 나은 삶을 살고 싶습니다.


현재 절삭일을 하면서 높은 페이를 받으며 험한일을 하고 있는데, 돈이란 것이 모이고 미래를 설계하며 다른 안전하고 안락한 가정을 꾸리고 싶은데 막상 손에 잡히는 것이 없더랜다.


예의를 무척이나 중시했고, 규칙과 일에 대한 순서를 그렇게나 강조했다.

말의 이야기가 강압적인 사람은 또 아니라고 느껴져서, 생각이상으로 '정말 올곧고 멋진 사람인데?'싶었다.

이렇게 올곧은 사람이면 별 탈없이 잘 살 수 있을텐데 진로설계에 대한 어려움을 겪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때는 막연히 "주변에 당신의 힘이 되어 줄 편이 없나보다"라며 가족같은 사람이 곁에 있는 환경이 없어서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내 이면에 숨겨진 비밀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본인은 극구 아니라며 부인하지만, 이 사람은 평소에는 천사처럼 착하다가도 갑작스레 공격스러운 말투로 언어가 전환되며 사람을 죽일 듯이 쏘아 붙이곤 했다! 그것도 욕설과 함께!

이런 설명을 들으면 단순히 미친 사람이겠거니 하겠지만 그것이 아니었다.


누구라도 자신이 발끈하는 부분이 있다.

자격지심 들게 만드는 핵심 단어를 언급하며 비난하면 사람이 분노하게 되는데, 이 사람은 그런 부분을 도저히 찾을수가 없었다.


어떤 사람인지 감도 못잡겠고, 어떤 과거를 지니고 살아왔는지 하나도 모르겠다 싶어 낙담했다.


어느날, 상담 도중에 미용실을 다녀와 옆 이마를 군인처럼 싹 단정히 밀고 온 날이 있다.


머리가 멋지다고 칭찬하려는 찰나 오른쪽 우측 머리부근에 손바닥보다 긴 수술자국이 보이는 것 아닌가?


"머리를 예전에 다치셨나요? 여지껏 몰랐어요."

"별거 아닙니다. 예전에 교통사고가 났었거든요."


그 때, 아버지가 돌아가셨단다. 자신은 사경을 헤매다 겨우 살아났고 이후 금전적으로 어머님이 우울증에 시달리며 힘들어하자 모든 학업을 포기하고 돈벌이에 아직까지 매진중이라 말했다.


너무 덤덤하게 말하면서 이런 중요한 이야기를 하길래 당혹스러웠다.

이런 이야기를 먼저 말해줬었어야죠 선생님!


자신이 스트레스를 받을 때 정말로 하나 힘든 게 없다고 했다.

그냥 그때마다 술을 마시면 다음날이 찾아오니까 괜찮다고.

그런데 문제는, 술을 마시고 놀게 되니 돈을 과도하게 지출하고 (일반적으로 30~150만원을 술값으로 주 1회 쓴다고 들었다) 가끔은 그 이상을 쓰게 될 때도 많다고 했다.


상당히 간단한 부분에 정답이 있어서 당혹스러웠다.

술은 하루에 기본적으로 소주 1병 반, 많이 마시면 5병을 마신다고 했다.

그정도면 운전은 고사하고 일상생활이 되는 것인가?


내가 그 말을 듣고 조금 어이없어 쏘아붙였다.

"제가 선생님만큼은 아니지만, 어릴 적 저도 부유하게 지내진 못했습니다. 적어도, 술을 마시면 그 상황이 개선되지 않는 사실은 압니다. 일단 술을 줄여나가야 소비가 안정될 것 같습니다."


그 때, 그 사람의 공격적인 말투가 확 바뀌어서 내게 욕설을 퍼붓기 시작했다.


당신이 가난함을 압니까?
진짜로 못먹고 자란 궁핍하고 더러운, 추잡한 개돼지같은 삶을 아냔 말입니다.
네 까짓 벌레 나부랭이가 훈수 둘 입장이라 생각해요? 


건장한 체격의 남성이 욕을 갑작스레 하며 나를 두들겨 팰 듯이 주먹을 꽉 쥐며 항변했는데, 내 인생 통틀어서 가장 무서웠던 순간이다!

정말로, 어떻게 해야했을까?


"술을 마시는 것을 절제하기 어렵다면,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제가 원한다면..."


이야기 하는 도중 그는 문을 부술정도로 쾅 박차고 나갔다.

그리고 그렇게 그 사람에게 다시는 연락이 오지 않았다.


To . 헐크같이 중간에 갑자기 엑셀을 밟던 당신에게

삶을 고되게 살아온 당신에게 술이 당신의 한 켠을 채운 것을 압니다.
그리고 그런 채워진 것을 비워내는 것이 큰 이유가 있더라도 쉽지 않음을 압니다.
사람의 뇌는 한번 성격된다면 쉽사리 바뀌지 않으니까요.

말로도 사람이 쉽게 바뀔거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렇게 치자면 저부터가 어머님의 말에 따라 명문대를 가지 않았을까요?

교통사고가 당신의 뇌를 완전히 바꾸어놓은 것인지, 당신이 그렇게 살기로 한건지는 물어볼 겨를이 없었네요. 사고가 나서 수술을 한 부분은 우측 실비안 영역으로, 뇌의 감정과 지능의 경계에 존재하며 사람 사회생활을 부드럽게 만들어주는 인과관계를 이어주곤 하는 영역입니다.

그 기능이 상실된다면, 사람은 자신이 겪은 삶의 이유에 대해 알맞은 꼬리표를 붙이지 못합니다.
아무리 값진 경험이라도 그것에 대해 기억이 온전치 않다면 무슨 소용이 있나요?

현대 과학기술로는 당신의 삶을 바꿀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제가 당신에게 발전은 고사하고 현상유지를 하는 수준의 위안조차 못 드린 것 같아 이 자리를 빌어 사과드립니다.

이미 늦은 말이지만, 당신의 삶에 안락함과 평온함이 있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from. 헐크가 무서운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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