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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붓언니 Oct 14. 2022

사누르 요가 여행 - 회복을 위한 느린 여행

느리고 느린 발리 리트릿, 사누르 요가 여행 (2022.09-10)



7번째 발리 요가 여행을 마쳤다.


요가 여행에서는 언제나 하루 90분짜리 Yang Yoga를 4개씩 들어야 직성이 풀렸는데, 이번 요가 여행에서는 "무엇을 안 할까" 혹은 "오늘은 어떤 거 하나만 할까?"와 같이 줄이고 덜어내는데 집중했다. 그것도 Yin 혹은 Gentle 요가 정도가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수련이었다.


지난 7월 말, 나름 유언도 생각하게 되는 전신마취 수술을 했다. 다행히 잘 끝나지만, 후유증이 찾아왔다. 찾아보고 병원에도 가보니, 이 후유증 또한 그냥 Normal Case 범주 내에서 발생한 것 같았다. 약간의 안심과 함께 어떻게 하면 그래도 빠르고 잘 회복할지 고민하게 되었고... 나에게 발리는 치유의 섬인만큼 재활 준비물을 챙겨 발리로 향했다.


어차피 하루 4개의 수련을 못하는 만큼, 우붓에서만 머물렀던 요가 여행의 방법에서 변화를 주고 싶었다. 약간은 낯선 곳에 머물고 싶었고 그렇게 조용한 해변 사누르에 도착했다.


Sanur  첫 인상





DAY 1 - Power Of Now Oasis


https://powerofnowoasis.com/


가보고 싶던 Genius Cafe Sanur 바로 옆에 Power of now oasis라는 요가원이 있길래, 오늘의 TODO로는 하루 종일 바닷가를 설렁설렁 걷고, Genius 카페에서 먹고 쉬다가, 느지막하게 오후 5시부터 75분간 Yin 요가를 수련하는 것으로 정했다.


수술 후 첫 매트에 선 순간이었다. 뭔가 느낌이 이상했다. 요가를 수련할 수 있는 몸이라는 것이, 얼마나 축복이고 행복한고 감사한 일인가.


Yin이라 해도 안 되는 동작이 많았지만, 그래도 이제까지 배웠던 대체 동작들을 활용하여 (어찌어찌 겨우겨우) 수련을 했다.


2층 샬라가 꽉 찰 만큼 꽤 많은 사람들이 함께 수련했고, 무엇보다 해가지는 바다와 하늘을 볼 수 있음에 감사했다. 수련을 마치고 나와서 바로 앞에 바닷길을 천천히 걸으니, 살아있다는 생각에 정말 행복했다.



+ Tip : 이 요가원은 22년 9월 평일 기준 하루에 2개 정도의 수업이 열린다. Hatha, Vinyasa, Iyengar 등의 수업이 있고, 75분 수업이 대부분이며, 가격은 Drop-in 1개 클래스 기준으로 100,000 rp이다. (최근 환율 기준으로 보면, 약 9천 몇백 원 정도이다. 그냥 0 한 개를 날리면, 대략적으로 계산하기 편하다. 약 1만 원 정도)

수련 전 (왼쪽) - 수련 후 (오른쪽)
수련하고 나오면 만나는 길과 하늘
이런 음악과 함께 수련





DAY 2 - Koa Shala

https://www.koashala.com/


둘째 날의 유일한 TODO는 마사지와 요가를 모두 할 수 있는 Koa Shala를 방문하는 것! 요가와 마사지 패키지를 할 예정이었고, Gentle 요가 수업 후 45분간 발 마사지를 받았다. 여유롭고 괜찮았던 조합!



+ Tip : 요가 수업 + 45분간 또는 90분 간 스파를 할 수 있는 Package 상품이 있는데, 이게 꽤 괜찮았다.

(1) Yoga Class + 45 Minute treatment

- Back Massage, Feet Reflexology, Mini Facial 중 택 1

- Rp 250,000 (약 2.3만원)

(2) Yoga Class + 90 minutes Body Massage

- Rp 420,000 (약 3.9만원)





DAY 3 - Umah Shakti Yoga Bali

https://www.yogaumahshakti.com/

우붓으로 넘어가기 전, 오전에 간단한 수련을 하나 하고 싶었고, 안 가본 요가원 중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수업이 있는 곳을 찾았다. 그렇게 가게 된 Umah Shakti 요가원.


Morning Yin-Yang 수업이라, 그래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갔는데, 생각보다 Yang 요가의 비중이 높았다 (수업 시작 전 선생님이 45분 정도 Yang 수련을 할 거라고 하셔서 급 쭈굴...)


그런데, Yang의 움직임의 대부분이 Qi-gong의 움직임이라, 몸이 편하지 않은 나도 따라 할 수 있었다. 이상하게 나는 기공 수업만 들으면 눈물이 나는데, 이날 또한 그랬다. 기를 끌어당기고, 내보낼 기는 내보내는 연습은 살면서도 늘 필요한 거 같다는 생각을 했다.


센터를 둘러보니, 우붓에서 좋아하던 Ade 선생님이 수업하셨던 곳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가 체력이 된다면, 이 센터의 모든 수업을 다 들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던 곳이었다.



+ Tip : 이 요가원도 22년 9월 평일 기준 하루에 2개 정도의 수업이 열린다. 평일에는 아침 8시 30분과 저녁 6시에, 주말에는 오전에만 2개의 수업이 있으며, Vinyasa, Hatha, Anti Gravity, Yin-Yang, Power Yoga 등의 수업이 있다. 비용은 수업 하나 당 75K이다. (0 하나 날리며 쉽게 계산하면 약 7,500원)

Ade 와 같이 좋은 선생님들, 그리고 고양이가 있는 샬라






DAY 4 - Koa Shala

우붓에서 약 2주를 보내고, 출국 전 다시 사누르에 들렀다. 숙소에서 멀지 않은 Koa Shala에 마침 Yin 수업이 있길래 한 번 더 수련하고자 방문했다.


Yin 수련을 많이 하지는 않았지만, Vinyasa처럼 끊임없이 흘러가는 수업보다는... 뭔가 선생님 특유의 바이브가 중요하다는 생각을 늘 했다. 머무는 동작이 너무 길지도 짧지도 않아야 하고, 너무 고요하거나 졸리지도 않게, 너무 많은 말로 집중이 깨지지 않게, 그 어딘가의 중간값을 찾아 정확하게 동작을 디렉션하는 게 정말 어렵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이런 생각을 하는 와중에... Lia의 수업은 정말 좋았다. 동작마다 의도가 무엇인지 정확히 알려주고, 동작이 안 되는 경우, 그럼에도 할 수 있게 대체 동작을 다양하게 알려줬으며, 정적이지도 복작거리지도 않은 그 중간의 어딘가에 있는 시간이었다. 특히 나는 수술로 특정 동작이 매우 어려웠는데, 그런 나도 수련을 할 수 있게 상세히 알려줬다. 내가 만약 사누르에서 좀 더 머무르게 된다면, 1회권이 아닌 다회권을 끊어 Lia 수업을 골라 들었을 거 같았다.


저녁의 Yin 수업. 정말 좋았다 ㅠ_ㅠ






발리에서 우붓을 벗어난 첫 요가 여행이었던 만큼, 사누르의 다양한 요가원에서 다양한 수업을 듣고 싶었지만, 할 수 있는 수업을 기준으로 정하다 보니 정말 제한적이었다. 평소 요가 여행과는 다르게 시간이 생긴만큼, 마사지도 받아보고, 책도 내내 읽었으며, 숙소에서 망고도 깎아먹을 여유도 있었다. 요가로만 하루를 채우던 나에게 요가원을 오가는 길가의 곳곳을 충분히 누릴 수 있는 시간이 오히려 감사하기도 했다.


다시 또 발리 요가 여행을 갈 때, 나는 꽉꽉 채우는 방식을 선택하게 될까, 이렇게 빈틈이 있는 방식을 선택하게 될까? 빈 시간은 늘 아깝다는 생각을 했는데, 빈 시간이 아닌, 좋은 기를 끌어당기고 내보낼 기를 내보낼 수 있는 또 하나의 수련이었던 거 같기도 하다.

수술 후 첫 술 한 모금! 그리고 먹고 싶은 것들 맘껏 먹은 시간들 (왼쪽 - Soul on the Beach, 가운데 - Genius Cafe, 오른쪽 - Arena)
책보고 멍때리고 바다보고 멍때리고의 반복



(+ 느리고 느린 우붓 요가 여행 회복 편도 곧 정리해서 올려볼게요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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