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와 요가사이에 멍때릴 시간이 있는 곳
시간이 생기면 어떻게든 가보려고 했던 우붓 요가 여행이지만, 아궁산 화산 폭발 전조 증상으로 취소할 수 밖에 없었고, 막연히 가보고 싶던 치앙마이를 2017년 9월의 요가여행지로 선택했다.
상황상 즉흥적으로 정한 여행지이기에, 부랴부랴 구글맵에서 '치앙마이 요가'를 검색했고, 모든 요가원의 스케줄을 점검했다. 그리고 가장 자주 갈 것 같은 요가원 코 앞에 숙소를 잡았다. 여기까지 했으면, 낯선 나라의 요가여행 준비는 끝난 것!
그렇게 큰 고민없이 떠난 치앙마이에서도 나는 3가지를 얻었다.
사람, 멍때리기, 그리고 요가의 강인함
다시 치앙마이에 간다면 꼭 다시 갈, 아행가 센터 Satva Yoga
http://www.yogachiangmaithailand.com/
새로운 곳에 가면 늘 아행가 센터를 찾는다. 아행가 수업을 워낙 좋아하는데, 한국에서 흔하게 만날 수 없기 때문이다. 사트바의 아행가는 개개인에 맞춰 프리스타일로 진행되는 아행가 요가 수업을 경험할 수 있다. 그래서 그런지 연령대가 높으신 분들이 많이 계셨다.
Freestyle Iyenga 라는 이름답게, 2시간동안 각자의 상태에 맞는 깊은 정렬과 스트레칭을 느낄 수 있었는데, 고관절이 타이트한 편인지라 2시간동안 꽤나 땀을 빼며 수련했었다.
이곳에서도 한국 요기 4분을 만났는데, 한 분은 1년 넘게 인도-우붓-태국 요가여행을 하시던 선생님이셨고, 다른 분들은 그냥 직장인이셨다. 이렇게 만난 인연은 잠깐을 보더라도 감사하고 반갑다.
가장 자주 간, 강인한 빈야사 수업이 가득한 Wild Rose Yoga
요가 여행 중에 재미있는 인연을 많이 만나지만, 우붓에서도 같은 시기에 같은 수업을 들었던 한국분을 치앙마이에서도 만났다. (심지어 숙소도 같고, 심지어 옆방... 게다가 한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도 같았다.) 왠지 나보다 어려 보였던 두 청년은 알고보니 두 살 위 개띠 오빠들이었고, 그들과 친구가 되어 함께 수련한 와일드로즈 요가원의 Warrior Flow
이름만큼 너무나 강인했고, 그 와중에 원장님의 (원장님의 이름이 Rose 이다) 핸즈온과 멘트가 너무 자상했다. 특히나 기억에 남는 이유는 Lion breath 처럼 숨과 소리를 내뱉는 동작을 하는데, 두 개띠 오빠들이 마치 회사 부장님들이 약수터나 회사 체육대회에서 뱉어내시는 기합소리처럼 분위기를 끌어줘서, 호흡소리만 존재하던 고요하고 강인하던 수련장이 갑자기 웃음바다가 되었다. 동서양언니오빠 할 것 없이 모두가 크게 웃으며 수련한 기억.
덕분에 '어? 언제 90분이 지났지?' 싶었고, 수업이 끝나자 원장 선생님은 "계속 눈마주치며 웃어주며 수련에 집중해줘서 고맙다"고 하셨고, 나는 쌤에게 "따듯한 핸즈온과 티칭에 감사하다" 했고, 숙소로 함께 돌아오는 길에는 오빠들은 "수업에 인도해줘서 고맙다"고 했고, 나는 "나와 같이 90분을 땀흘려줘서 고맙다"고 했다. 아, 정말이지 요가하는 사람들은 그냥 다 너무 좋은 것!
치앙마이는 전반적으로 여자 선생님들의 수업이 훨씬 좋았고, 마치 서양 남성 선생님들의 수업을 듣는것처럼 강인했다. 그게 너무나 좋았다. 태국은 모계사회의 전통이 있어서, 여자 선생님들의 강인함이 있을거라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정말 그랬던 것 같다.
다양한 수업이 있는 Yoga Tree
http://blossom.theyogatree.org/
기공수업을 포함한 다양한 수업이 있으며, 치앙마이에서 가장 수업이 많은 요가원이었다. (와일드로즈와 더불어 다양한 수업이 가득한 치앙마이의 대표적인 요가원인 것 같았다.)
이곳에서도 나는 감사한 요가 친구를 만났는데, 약사인 언니었다. (낯선 나라에 여행갈 때 언니에게 현지 약국 사진을 보내어 상담을 받을 수 있다!) 이 언니 그리고 두 개띠 오빠 이렇게 4명이서는 요가를 마치고 야시장 먹방 투어를 함께 하며 친해졌고, 그 인연이 지금까지 이어져 무려 2019년의 마지막날에 태양경배 108배를 하고 우리집에서 떠오르는 새해를 봤으며, 다같이 용문산에 놀러가서 다같이 산자락에서 요가 수련을 하기도 했다. 낯선 곳에서 요가수련을 함께 하며 호흡했다는 이유하나로 한국에서도 그 인연이 편하게 이어지는 것이 늘 감사하다.
우붓의 요가 선생님에게 추천받아 간 Yoga Ananda Chianmai
우붓요가하우스의 인연, 나에게 아크로요가의 재미를 알려준 선생님 Nyoman 에게 "지금 너가 치앙마이에 있다면, Ananda 요가원의 Nok 을 찾아가라" 는 메시지가 왔다. 안그래도 Ananda 요가원에서 pop vinyasa 라는 수업을 들으려고 했는데, 그 수업이 또 마침 Nok 의 수업이었다. Nyoman 에게 내가 올 것이라는 이야기를 미리 들은 Nok은 나를 반갑게 맞이해주었다.
초반에는 EDM이 흘러나오더니, 후반부에는 가가언니의 포커페이스도 흘러나왔다. 무튼, 이렇게 요가하다가는 내가 흘린 땀에 미끌어져 죽겠구나- 싶은 75분이 지나갔다. (90분 아니어서 다행)
알고보니 Nyoman 의 아들도 요가 강사인데, 티쳐트레이닝을 Nok 에게 보냈다며, 그 정도로 좋다며 추천을 해주었는데. 정말 나도 언젠가 시간이 난다면 그녀에게 좀 더 배우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나를 한국에서 포레스트와 지바묵티 요가에 빠지게 만든 Myung 선생님과 비슷한 포스와 목소리, 말투여서 더 그런것같기도 하다.)
참고로 Ananda 센터는 Nimmanhaemin 과 치앙마이 북쪽 저 멀리 위에 Jing Jai Market 근처, 이렇게 2곳이 있다. Nimmanhaemin 에서 pop vinyasa 를, Jing Jai Market 에서는 수업을 들었었는데,shoulder, legs, hip stretching 수업을 들었는데, 참고로 여기는 정말 동네 주민들만 오는 센터였다. (그래서 선생님이 영어와 태국어를 동시에 수업해야만 했고, 태국말로 하면 내가 멍때리고, 영어로 하면 주민들이 멍때리는 현상...;)
Hatha 수업이 많은 Freedom Yoga
https://freedomyogachiangmai.org/
여기도 찐이다. 두번 들었는데, 두번 다 정말 좋았던 하타 수업. 외국인들도 많고, 귀여운 고양이도 있는 곳.
요약하면, 대책없이 도착한 치앙마이에서 구글맵을 켠뒤 "yoga" 로 검색해서 나오는 곳들을 다 체크하고, 센터의 생존여부와 시간표를 확인한 뒤, 6일간 총 16개의 수업을 들었다.
* 와일드로즈 : invigorating flow, lunar flow, Krista fusion flow, dutch's flow (선생님 성함이었다), warrior flow, karma flow
* 요가트리 : yoga flow, yoga dynamic flow, yoga fusion flow, yoga foundation, yoga open
* 사트바요가 : free style iyenga
* 아난다요가 님만센터에서 pop vinyasa, jing jai market 센터에서 shoulder, legs, hip stretching
* 프리덤 요가 : 하타 요가 2번
치앙마이 요가원을 우붓과 비교하자면, 요가원의 스케줄이 아침부터 저녁까지 다양한 요가원이 거의 없었다. 우붓은 맘먹으면 정말 이른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요가원에서 살 수 있는데... 치앙마이는 수련과 수련사이에 공간이 늘 있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동네를 돌아 다녔고, 선데이 마켓, 야시장 등을 구경할 수 있었다. (발리 우붓 요가여행에서는 몽키 포레스트를 못갔고, 뉴욕 요가여행땐 자유의 여신상과 LOVE 를 못봤는데!)
그럼에도, 마지막 날까지도 330분을 수련했던 치앙마이의 요가 여행. 사실 시간만 더 허락했다면 근처 끄라비에서 진행했던 태국 요가 페스타까지도 참여하고 싶었지만, 나에게 허락된 시간 안에서 다양한 나라의 요기들과 선생님과 수련한 정말 감사했던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