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끝났으면, 극장에서 빠져나오면 된다 들었습니다
택시? 바이크?
발리 우붓이라는 동네의 길가에는 택시 바이크 기사님들이 가득 서있고, "택시? 바이크?" 를 자꾸 물어본다.
"NO~"라는 단어가 주는 그 느낌이 싫어서, "잘란잘란~ (=걷는 중이야~)" 이라고 대답하고 지나가곤 했는데...
(잘란은 '길' 이라는 뜻으로, 지도에 'Jl.hanoman' 으로 표시되어 있다면, 'hanoman street' 라는 뜻이라고 한다)
저녁 요가수련을 마치고, 시원한 탄산음료 하나 사서 집으로 돌아가던 어느 날 저녁,
길가의 기사님이 택시 푯말을 들고 또 말을 걸려하자 "잘란잘란~" 이라 대답했다.
요가 좋아해?
요가를 좋아하냐는 질문으로 시작해서, 요가의 다양한 스타일, 요가에서 에너지의 통로라고 말하는 '차크라', 그리고 '호흡' 에 대한 이야기까지. 기사님은 내가 매일 요가매트 들고 비슷한 시간에 왔다갔다하길래 이야기를 걸었다는 것이다.
아... 왜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지도 않고 답했지?
겨울에 눈내리는 소리같은 깨달음이지만, 살면서 이런 순간은 참 많았겠지. 싶었다.
직장인으로 하루하루 좀 더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게 도와주는 유일한 취미인 요가, 그러다보니 틈 나는대로 워크샵 또는 티쳐트레이닝에 참여하곤 한다. 그 중 가장 첫번째 티처 트레이닝이었던 포레스트 요가 트레이닝 때, 선생님이 해주신 말씀이 떠올랐다.
영화 끝났으면 극장에서 빠져 나오면 되는거야. 남아서 드라마 쓰지 말고.
'이럴거야, 저럴거야, 또 그렇게 생각해서 이렇게 말했겠지?'
상대방의 마음을 내 마음대로 상상하지 않으려는 노력, 나 또한 상대방에게 좀 더 클리어하게 말하려는 노력. 살아가며 관계에 지치는 순간, 이 노력이 흔들렸던 것 같다. 그만큼 진실은 왜곡되고, 관계는 건강함에서 멀어지는 것 같았다.
대책없이 퇴사하고 떠났던 우붓.
놓치고 살았던 것들을 다시 배우고 깨닫도록, 잠시 멈춰 떠나보라고, 번아웃이라는 고마운 친구가 나에게 와준 것 아니었을까?
영화가 끝났다면, 그저 극장에서 빠져나오면 된다는 것을 알려주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