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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준택 Spirit Care Aug 04. 2021

언젠가는 죽어야 한다는 걸 깨닫지 못한 자

영화 <수상한 교수, 2019>

폐암 말기로 진단받은 대학교수 리차드(조니 뎁)

진단을 받은 이후 벌어지는 상황들 그리고 그가 벌리는 상황들.

죽음과 시한부라는 소재라고 해서 찾아본 영화이긴 한데, 당최 영화의 메시지가 뭔지 아리송하다.

암 진단을 받은 주인공이 어찌 보면 인생 막 사는 듯이 보이기도 하고, 또 어찌 보면 현실적으로 있을 법도 한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물론 배경이 미국이라는 점은 고려되어야 할 듯)

한편으로는 코미디로 분류된 이 영화가 죽음과 시한부를 지나치게 진부하게 다루지 않고 유머를 통해 통찰을 보여주려 한 의도였다면 어느 정도 이해가 될법하다.

 

다만, 아래에서 인용하려고 하는 주인공의 대사는 죽음학에서 말하고자 하는 핵심 메시지를 고스란히 담고 있기는 하지만(마치 감독이 죽음학 강의를 들은 사람처럼) 영화적으로 보자면 주인공이 너무 직접적으로 메시지를 강의하듯이 전달하고 있다는 점이 아쉽다. 

아무튼, 이런저런 상황을 겪고 나서 주인공이 어디론가 떠나기로 결심하고 나서 많은 사람들 앞에서 했던 말들을 옮겨 본다 

"전 곧 죽습니다. 죽을 거예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일찍 죽습니다. 죽음을 앞두고 준비를 하면서 제 인생의 대부분을 잘 못 살았다는 걸 깨닫게 됐습니다. 전 실패했습니다. 언젠가는 죽어야 한다는 걸 깨닫지 못했을뿐더러 그걸 고맙게 생각하지 못했어요. 그 결과 제 인생의 대부분을 실패했어요...(중략)... 우린 우리가 가진 가장 중요한 의무를 게을리했습니다. 경험이 풍부한 삶을 사는 건 우리 스스로 선택할 수 있어요. 여러분의 삶을 즐기세요. 죽음을 우리의 가장 가까운 친구로 삼으세요. 그러면 우리에게 남은 얼마 안 되는 시간에 단 한순간이라도 감사할 수 있을 겁니다. 가장 중요한 건 잘 살아야 합니다. 그래야 잘 죽을 수 있어요. 왜냐면 지금 이 순간보다 죽음에 더 가까이 간 적은 없기 때문입니다. 위하여~"

위에서 주인공의 대사에 죽음학의 핵심 메시지가 들어가 있다고 했는데, 살펴보면...,


- "언젠가는 죽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을뿐더러... 그 결과 제 인생의 대부분을 실패했어요" (Memento mori, 메멘토 모리 : 죽는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 "경험이 풍부한 삶을 사는 건 우리 스스로 선택할 수 있어요. 여러분의 삶을 즐기세요" (Carpr diem 카르페 디엠 ; 매 순간을 소중히 살아라, 그날그날을 즐겨라)


- "죽음을 우리의 가장 가까운 친구로 삼으세요.... 단 한순간이라도 감사할 수 있을 겁니다" (Amor pati, 아모르 파티 ; 네 운명을 사랑하라)


그리고 마지막으로 '잘 살아야 잘 죽을 수 있다'는 말. 죽음학에서 죽음을 논하는 것은 곧 잘 사는 것이 무엇인지를 논한다는 의미에서 그렇다. 주인공은 지금 이 순간보다 죽음에 더 가까이 간 적은 없다'라고 말하고 있는데 맥락으로 보아 지금까지 살아온 시간 중에서는 현재가 죽음에 가장 가까운 상태라는 의미로 보인다. 반대로 앞으로 죽기까지 남은 시간을 생각하면 현재가 죽음에서 가장 먼 시간이 될 수도 있다. 그래서 '오늘이 네 인생의 마지막 날이자 첫날인 것처럼 살라'는 말이 있는 건 아닐까. 개인적으로는 "경험이 풍부한 삶을 사는 건 우리 스스로 선택할 수 있어요"라는 조언(?)이 맘에 와닿는다.

영화의 원제는 "Richard says goodbye"이다. 그나마 조니 뎁이 영화를 좀 살린 게 아닌가 싶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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