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T +2] Autumn 1 Week 5
이번 주는 화요일에 동네 교회에 가서 부모님들 앞에서 Harvest 관련해서 노래도 하고 시도 낭독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것 때문에 지난 몇 주간 시간 날 때마다 아이들과 노래도 하고 율동도 했는데 다행히 잘 끝났다. 부모님들도 자원해서 도와줬는데 그중 한 분은 자기 아이만 보살펴서 앞으로 학교 행사 있을 때 지원하더라도 안 뽑기로 했다. 대체로 부모님들이 돕겠다고 자원해 주면 가능하면 자녀랑 같은 팀에 있게 해 주는데 그럴 경우 아이만 보는 게 아니라 그 팀에 있는 아이들도 같이 돌봐줘야 한다. 많은 부모님들이 열심히 해주는데 이렇게 가끔 자기 딸, 자기 아들만 봐주게 되면 아이들이 외부에서 걸어 다닐 때 차들도 다니기 때문에 안전사고가 날 수도 있어 정말 위험할 수 있다. 어쨌든 무사히 끝나서 다행이었다.
지난주는 리지 때문에 화가 나서 힘들었지만 주말을 보내면서 많이 좋아졌고 이번 주는 리지 역시 자기가 무리한 요구를 했다는 걸 알고는 나름 조심해 줘서 별 탈 없이 지난 것 같다. 서로 다른 사람들이 만나 일하면서 각자의 스타일에 적응해 가는 것 같다. 학교 프린터가 고장이 나서 (토너 문제) 이틀 동안 프린트를 못해서 아이들 수업할 때 노트에 쓰는 것 없이 수업을 해야 했다. 학교에 프린터가 한대 밖에 없다는 것도 놀랍고, 프린터가 고장 나면 대안이 없다는 것도 놀라울 뿐이다.
나는 보통 목요일에 PPA (수업 준비 시간)를 갖는데 이번 주는 행사가 있어서 금요일로 바꿔서 했다. PPA 있는 날은 스포츠 코치인 킬란이랑 cover TA인 루이스가 수업을 해주는데 루이스에게 종교 수업 (RE)이랑 음악 수업을 해 달라고 했는데 루이스는 음악 재미없다고 RE 수업만 하고 아이들 만화 틀어주고 있었다. 아이들 하교시키려고 교실에 가니 Mr Bean 만화 보고 있어서 어이가 없었다. 그렇다고 대 놓고 왜 수업 안 했냐고 할 수 없어서 끝나고 2학년 선생님들에게 얘기했다. 우리는 문제가 있으면 앞에 대고 얘기를 하지 않는데 이건 학년 대표가 교장이나 교감과 얘기해야 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루이스는 아이들 앞에서도 계속 핸드폰을 하는데 이건 정말 하지 말아야 하는 부분인데 교장이 핸드폰 하지 말라고 말해도 고쳐지지 않는다. 늘 왜 핸드폰을 했는지 이유를 대고 있다. 수업 커버를 해도 아이들이 쓴 글에 대해 체크하고 마킹하는 것도 안 해서 작년에 교사들이 엄청 불평을 했는데 루이스가 교사가 아니기 때문에 마킹하는 것까지 요구하면 안 되니까 마킹하지 않아도 되는 음악, 종교 수업을 주자고 한 건데 음악은 재미없어서 안 가르치겠다고 자꾸 빼버리고 그냥 만화를 틀어줘서 문제다. 실은 학교에서 그냥 supply teacher를 구하면 돈 주고 가르칠 것들 가르치라고 하면 되지만 학교에서는 돈을 아끼기 위해 보조교사에게 수업을 하라고 맡기니 이런 일이 생기는 거라 루이스 입장도 이해가 되고... 하지만 아이들이 제대로 배워야 할걸 못 배우니 교사 입장에서는 화가 나고 하는 것 같다. 리지가 루이스랑 얘기 한 번 더 해보겠다고 했으니 좀 나아지기를 바라본다.
이번 주는 부모님들 중 세 분이 자기 아이가 다른 아이한테 놀림을 받는다고 얘기를 해서 그 아이들과도 얘기해 보고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봤는데 안타깝게도 얘기하면서 듣는 것들은 아이들이 서로 놀다가, 놀리다가 주고받은 이야기들인데 부모님들이 자기 아이는 아무 잘못도 안 했는데 다른 아이가 자기 아이만 놀렸다고 생각해서 문제가 더 생기는 경우가 있었다. 아이들끼리는 서로 조심하겠다고,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끝났는데 부모님들은 앙금이 오래가서 아쉽다.
이렇게 부모님이 문제를 이야기하면 나는 먼저 당사자인 아이와 무슨 일이 있었는지 얘기하고 그 아이와 관련된 아이와 다시 얘기를 해서 그 아이의 입장을 들어 보게 된다. 그리고 다시 양쪽 아이들을 불러서 서로 이야기를 하게 하는데 이렇게 할 때 아이들은 서로 자기가 어떤 잘못을 했는지 이야기하고 사과를 한다 (이 점은 아이들이 어른들보다 훨씬 잘하는데 서로 사과하고 미안하다고 하는 아이들을 보면 아이들이 얼마나 예쁜지 모른다). 이렇게 얘기된 걸 가지고 학교 시스템에 기록을 하는데 우리 학교는 이걸 CPOM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당사자인 아이와 그 아이와 관련된 아이들을 같이 tag를 해서 기록에 남기는데 이렇게 해야 나중에 또 비슷한 일이 생겼을 때 참고할 수 있고 일회성이 아니라는 것도 입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온라인으로 작성해야 하는 거라 시간이 걸리니까 안 하는 선생님들도 꽤 있는 걸로 아는데 나는 가능하면 작은 일이라도 작성하려고 한다. 이렇게 해야 나도 보호받을 수 있고 아이들도 보호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금요일은 보통 교사들도 4, 5시쯤에는 집에 간다. 주말이라 일찍 퇴근하는데 어제는 회의도 없고 해서 일찍 가려고 하다가 아이들 공부할 때 필요한 sound mat 만드느라 늑장을 부리다 7시에 퇴근했다. 퇴근한 학교는 참 조용해서 그냥 좋다. 누가 나한테 뭐라고 하는 사람도 없고 나 혼자 내가 할 일들을 하니 좋다.
다음 주는 아이들 크리스마스 카드 만들기 해야 한다. 일찍 끝내서 회사로 보내야 부모님들이 크리스마스 방학 전에 주문하고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수업도 많은데 카드 만들기까지 끼워 넣어야 해서 헉헉 댈 것 같지만 신나게 보낼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