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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s Jung Oct 06. 2024

소리지르고 싶었던 한 주

[ECT+2] Autumn 1 Week 4 



이번 주는 정말 화가 나서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 가르치는 건 늘 해야 하는 일이어서 어렵지 않지만, 학교에서 일어나는 온갖 정치적인 문제들이 내 평온한 일상을 어지럽히곤 한다.



올해도 computing lead 역할을 맡았는데, 우리 학교가 속한 트러스트에서는 컴퓨터 교육을 매우 중요하게 여기고 있어서, 관련 담당자들이 정기적으로 모여 회의를 한다. 이런 회의는 보통 1시부터 4시까지 진행되기 때문에 참석하면 수업은 대체 보조교사가 맡아준다. 화요일에 회의가 잡혔는데 회의가 끝나면 바로 퇴근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2학년 부장교사인 리지가 레슨 플래닝 미팅을 한다고 해서 회의 끝나고 다시 학교로 오라고 했다. 나는 회의가 힘들어서 집에 가겠다고 했지만, 리지가 꼭 오라고 기다리겠다고 하니 정말 화가 났다. 



보통 방학 때에는 텀 플랜이 다 나와서 미리 레슨 준비를 할 수 있어야 하는데, 리지가 2학년을 처음 맡아서 텀 플랜이 아직도 안 나와서 매주 당일이나 하루 전에 레슨을 준비하고 있다. 서로 힘든 상황이다. 이 점을 알기 때문에 다들 늦게까지 남아 일하고, 나는 빠르면 6시, 늦으면 7시까지 남아서 일한다. 그런데 해드오피스에서 회의한 후 집에 가지 못하고 다시 운전해서 학교로 오라는 건 너무 강압적이라 어이가 없었다.



리지는 내가 다시 오지 않을 것 같으니 교장인 쌤에게 가서 꼭 와야 한다고 말하게 했다. 교장이 내게 미안하다고 하며 다시 오라고 해서 어이가 없었다. 이런 상황이 이중, 삼중으로 압박을 주는 느낌이었다. 화가 나서 운전하면서 욕을 하며 다시 갔다. 물론 가서는 아무렇지 않게 회의에 참석했지만, 여전히 어이가 없었다. 리지도 내가 다시 와서 자신의 권위가 살아났다고 생각했는지 나에게 잘 대해줬지만, 나는 여전히 이 상황이 납득이 가지 않았다. 어디에 하소연할 곳도 없어서 정말 답답했다. 교사는 근무 시간이 계약서상 오전 8시부터 오후 4시까지다. 나는 7시쯤 출근해서 보통 6시에 퇴근한다. 늦게까지 일하는게 문제는 아니지만 강압적으로 다시 오라고 요구받았을 때, 그 요청이 무척 강압적으로 느껴졌고 교장까지 이용해서 이중으로 압박을 준게 불합리하게 느껴져서 화가 났던 것 같다. 물론 교사들 중에는 이런게 불합리하다고 인사부서에 컴플레인을 넣기도 하는데 이 경우 뒤에서 교사들끼리 험담을 하기 때문에 잘 안하게 된다. 



나는 다른 사람들과 험담을 하지 않으려고 하는데, 그 이유는 험담을 하면 나중에 그 말이 다시 내게 돌아오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게 그 이야기를 하면, 그 사람이 또 다른 사람에게 전할 수 있기 때문에 최대한 피하려고 한다. 학교에서는 리지를 통제광 control freak이라고 이야기하지만, 결국 리더십에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뒤에서만 욕하고, 앞에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번 주에는 정말 화가 나서 누군가에게 리지 욕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못하니까 너무 화가 나서 2, 3일 동안 출퇴근길에 차 안에서 소리를 지르며 운전했다.



그래도 금요일, 주말이라고 집에 앉아 이렇게 있으니 화난 마음이 조금은 가라앉는다. 



이번 주는 목요일에는 외부에서 사람들이 와서 우리 학교 technology가 어떻게 아이들 교육에 도움이 되는지 보러 왔는데 (우리 학교는 이런 사람들이 올 때 learning walk 아니면 PedTech day라고 부른다) 다들 어린아이들이 크롬북을 가지고 공부하는 걸 보면서 다들 깜짝 놀라 한다. 우리 반은 history 수업을 thinglink를 써서 했는데 thinglink는 텍스트를 읽어주기도 하고, 유튜브 같은 비디오도 링크를 걸어 할 수 있기 때문에 아이들이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다양한 내용들을 접하고 정리할 수 있어 유용하다. 


Thinglink를 보면서 정보를 얻는다 - 자기가 선택한 텍스트를 읽어주기 때문에 아이들이 각자 헤드셋을 쓰고 듣는다. 


오늘은 하루 종일 비가 와서 아이들이 밖에 나가서 놀지를 못했기 때문에 이런 날은 아이들이 무척 소란스럽다. 그래도 어찌어찌 마무리를 해서 다행이다. 주말이니 이번 주에 화가 났던 것들은 다 털어버리고 기운내야 할 것 같다. 


다음 주는 화요일에 harvest festival이라고 해서 학교 근처 교회에 가서 추수감사 행사를 하는데 아무 사고 없이 잘 끝나면 좋겠다. 매해 SEND 아이들이 늘고 있어서 예전에는 한 반에 3명의 자원봉사 부모님이 필요했다면 이제는 배로 늘어났다. 아이들이 밖에 나가면 흥분해서 뛰어 나가기도 하고 다른 곳으로 달려가는 아이들도 있기 때문에 1:1 전담으로 맡아야 하기 때문이다. 아마 초긴장 상태로 있겠지만 그래도 아이들도 즐겁고 부모님들도 행복한 시간이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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