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차 가을 학기 둘째 주
이번 주 역시 바빴다.
2학년 리드인 리지는 성격이 자기가 다 알아야 하고 확인해야 하는 사람이라 본인을 매우 힘들게 하고 있다. 모든 수업 자료들을 체크하고 오케이 해야 자료들을 프린트해서 수업에 쓸 수 있는데 그러다 보니 보통 일주일 전에 다음 주 수업이 확인이 되지 못하고 거의 하루 전날, 아니면 수업하는 당일 오전에 확인되고 있어서 수업하는 입장에서 좀 피곤하다. 아침에 오면 자료 프린트 해서 자르고 아이들 노트에 다 붙여줘야 하기 때문에 미친 듯이 해야 한다. 어떤 날은 수업에 쓸 슬라이드도 확인 못하고 수업을 하게 되기도 한다. 가르치는 입장에서 답답하다. 그나마 나랑 피비는 작년에 2학년 수업을 했기 때문에 대충 어떤 내용인지 알아서 보면서 바로 가르칠 수 있지만 새로 시작한 소피는 아마 죽을 맛일 듯하지 않을까 싶다. 이럴 때는 차라리 교과서가 있으면 더 효율적이지 않을까 싶지만 틀에 박혀 그대로 해야 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아서인지 바뀌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이번 주 화요일에 ECT 튜터인 페이가 내 수업 참관을 하러 오는데 월요일 저녁까지 화요일 수업 내용이 정해지지 않아서 어쩔 수 없이 내 수업만 따로 내가 준비했다 (물론 리지한테 말하지 않았다. 말했으면 뭐라고 했을 거라서...). 다행히 수업은 잘했고 좋은 평가를 받았다. 페이는 늘 그렇지만 좋은 점들을 보고 칭찬을 해주기 때문에 수업에 대한 걱정보다는 오히려 우리 반에 있는 SEN (특수 교육 대상) 아이들이 어떻게 행동할까에 대한 걱정을 더 했던 것 같다. 왜냐하면 한 아이는 계속 말을 해야 하고 안 들어주면 소리를 지르기 때문이고, 또 다른 아이는 앉아 있다가 갑자기 벌떡 일어나 돌아다니기도 하기 때문이다. 다행히 아이들에게 맞는 활동지를 준비해서 줘서 아이들이 끝까지 수업을 잘 들어 좋은 평가도 받았지만 나도 앞으로 아이들에게 어떤 활동을 준비해줘야 하는지 좀 알게 된 것 같아 도움이 되는 시간이었다.
아이들과 함께 한 시간이 길지 않아 아직 아이들 성향에 대해 잘 모르지만 올해 우리 반 아이들이 작년 우리 반 아이들보다 조용하고 선생님 말을 잘 들어주는 것 같아 고맙다. 물론 조금씩 내가 어떻게 반응하나 보려고 찔끔찔끔 뭔가를 시도하기는 하는데 참 귀엽다. 그래도 내가 아이들에게 기대하는 바를 자꾸 얘기하면서 (tall backs, magnet eyes, voices off, hands to yourself 등등) 아이들이 어떻게 있어야 하는지 알려주고 있다. 올해부터는 좀 더 말보다는 행동/동작으로 하는 것들을 하고 있는데 우리 학교는 no hands up 학교라 손을 들고 저요, 저요 하는 걸 안 하고 있다. 대신 다른 동작들을 한다. 아이들에게 이런 것들을 하게 하면 쓸데없는 말로 시끄러운 게 줄어들기 때문에 좋은 점들이 있다.
할 말이 있으면 I have something to build on을 보여주기 위해 양 주먹을 쥐고 가슴 앞에 놓고 어떤 의견에 맞다, 동의한다고 하면 두 손가락을 마주하게 하고 동의하지 않을 때는 challenge 한다는 의미로 C 모양을 가슴 앞에 두면 된다. 아이들이 처음인데도 잘하고 해서 손들고 저요, 저요 하는 아이들이 많이 줄어들어 나름 괜찮은 것 같다. 물론 급할 때는 애들도 손 드는 게 자연적이라 어쩔 수 없지만 그래도 잘하는 것 같아 예쁘다.
우리 반 부모님들이 다른 반 부모님들에 비해 목소리가 큰 편인 것 같다. 우리 2학년은 4반인데 나랑 소피는 학교 왼쪽 계단을 통해 내려가서 아이들 하교를 시키고 리지랑 피비 반은 오른쪽 계단을 통해 오른쪽 문에서 아이들 하교를 시킨다. 우리 반이랑 소피네 반이 가는 길에 스쿠터랑 자전거 놓는 자리도 있어서 우리 아이들 뿐 아니라 스쿠터 가지러 가는 아이들, 부모님들로 엉켜서 매우 복잡하다. 우리 반 부모님이 그것 때문에 아이들 픽업할 때 너무 정신없다고 교장인 쌤에게 뭐라고 했는지 이번 주부터 소피반 아이들이 교문에서 더 나가 바깥쪽에서 기다리고 우리 반만 스쿠터 있는 곳에서 기다리게 됐다. 내 입장에서는 덜 복잡해져서 다행이다 싶은데 부모님들이 뭐라고 할 때마다 바뀌게 되는 학교 행정이 좀 아쉽기는 하다.
작년 2학년 때는 phonics 수업이랑 writing 수업 때 아이들 수준별로 나눠서 다른 반에 가서 수업을 했다. 가르치는 입장에서는 비슷한 수준의 아이들을 가르치기 때문에 수업할 때 덜 힘든 부분도 있지만 우리 반 아이들이 phonics랑 writing 수준이 어떤지 알 기회가 별로 없어 아쉬웠는데 이번 연도에는 writing은 그냥 자기 반에서 수업을 하고 있어서 나름 아이들에 대해, 아이들의 글 쓰는 수준, 속도, 태도 등을 더 알 수 있어 좋은 것 같다. 아마 다음 텀부터는 아이들 수준별로 나눠 수업한다고 하는데 그전까지 아이들을 좀 더 많이 알 수 있으면 좋겠다.
ECT 2년 차에는 ECT 시간이 반으로 준다. 1.5시간이라고 하는데 그래서 2주에 한 번씩 3시간 ECT 시간으로 준다고 해서 이번 주에 처음으로 3시간을 받았다. 원래 내 ECT 멘토는 쌤이었는데 이번에 교장으로 되면서 본인이 멘토해 줄 시간이 없어서 교감으로 온 타샤가 해주기로 했다. 옆 학교인 Junior 학교에 있는 선생님인데 우리 학교에 교감이 없어서 옆 학교에 있는 톰, 타샤, 쌤이 job share로 번갈아 교감을 하기로 했다고 한다 (우리 학교엔 이름이 쌤인 사람이 세 명이 있어서 성까지 같이 얘기해야 한다). 난 타샤가 누군지도 몰라서 처음 만나러 가서 엄청 뻘쭘했지만 그래도 열심히 도와주겠다고 해서 고맙다고 했다. 물론 교사들 다 바쁘고 정신없는 걸 알기 때문에 별 기대는 없지만 그래도 말이라도 해줘서 고마웠다.
그래도 이번 주는 지난주처럼 7시 넘어서까지 있지는 않았고 평균 6시 반에는 퇴근을 했다. 다음 주는 웬만하면 6시에 퇴근할 수 있으면 좋겠다 (리지는 2학년 선생님들 다 모아서 이거 어떻게 할까 하면서 얘기하는 걸 좋아해서 그런 얘기하다 보면 5시 반 정도 된다. 다음 날 수업 준비하고 나오면 6시가 넘어 버린다. 출근 시간은 8시까지지만 거의 7시에는 학교에 가기 때문에 11시간, 12시간 학교에 있어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