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차 첫 주
한국에 4주 갔다 돌아오니 개학이 이주 앞으로 다가왔다. 남은 기간 동안 학교에 가서 교실 정리도 하고 특수아동들 위한 자료들도 만들어 교실에 놔두고 했다. 개학은 수요일이었지만 월요일, 화요일은 Inset day라고 교사들, 직원들이 나와서 이것, 저것 트레이닝을 받는 날이었다. 올해 교감이던 Sam이 교장으로 승진하면서 하고 싶은 게 많았는지 inset day 시간표를 너무 빡빡하게 짜서 정말 교실에서 수업 준비할 시간이 없었다. 물론 다 필요한 트레이닝이긴 했지만 굳이 개학 전날할 것들은 아니었는데 9시부터 3시까지 하고 끝나고 학년별로 모여서 이번 학기 준비하느라 6시 넘어서 집에 갔다.
첫 주는 계속 6시 넘어 퇴근했는데 실제 계약서상에는 8시부터 4시까지가 교사가 학교에 있어야 하는 시간이다. 계약서와 상관없이 이렇게 늦게까지 일하니 다들 못하겠다고 떠나는 게 아닌가 싶다.
게다가 2학년 부장쌤이 리셉션 담당이던 Lizzie가 되면서 일이 더 많아졌다. 예전 부장인 로라는 계속 2학년 담당이어서 어떻게 하는지 다 알아서 미리미리 해야 할 일들을 줬는데 리지는 처음이기 때문에 자기가 뭘 해야 하는지 몰라서 계속 헤매고 있다. 리더가 헤매니 밑에 있는 우리는 그냥 리지가 뭘 하라고 할 때까지 같이 있어야 한다. 그래도 너무 열심히 하려고 하기 때문에 도와주고 싶게 만든다. 물론 덕분에 집에 늦게 가는 건 당첨. 금요일에는 리지 일 도와주고 우리 반 수업 준비들 하다 보니 퇴근을 7시 40분에 했다. 내가 퇴근할 때 리지는 여전히 일하고 있었고 교장인 쌤도 일하고 있어서 헉했다.
올해 특수 교육 대상인 SEN인 아이가 여섯 명이다. 그중 두 명은 EHCP라고 좀 더 심각해서 지자체에서 어떤 식으로 도와줘야 한다는 계획을 세워 준 아이가 있다. EHCP를 받기도 어렵지만 받으면 재정적인 도움도 받기 때문에 이 아이들을 도와줄 수 있는 1:1 보조교사도 채용할 수 있다. 하지만 요즘은 워낙 증상이 심한 아이들이 많다 보니 예전처럼 재정 보조가 많지 않아서 우리 반 아이 중 하나는 EHCP를 받았지만 보조교사를 채용할 만큼의 돈을 받지 못해 직원들이 알아서 도와줘야 한다. 또 한 명은 preverbal (말을 못 하는 아이)이라 학교 안에 있는 rainbown room이란 곳에서 하루 종일 있다. 우리 반 아이지만 우리 반이 아닌 이상한 시스템인데 내가 교사라 점심시간에 가끔 가서 인사하고 온다. 이 아이는 특수학교에 가야 하는 아이인데 부모님이 일반 학교에 보내면 상황이 좀 더 좋아지지 않을까 해서 널서리 때부터 계속 우리 학교에 있었다고 하는데 상황이 좋아지지 않아서 이제 특수학교에 보내는데 동의했다고 한다. 하지만 부모님이 보내고 싶어 하는 특수학교는 정원이 초과돼서 못 받아준다고 해서 다른 곳에 보내자고 하는데 부모님이 싫다고 하셔서 계속 자리가 나기만 기다리는 중이라고 한다.
우리 학교는 보조교사들이 거의 12시에 퇴근한다. 다른 학교는 하루 종일 일하는 보조교사들이 많다고 하는데 우리는 큰 트러스트 안에 속해서인지 재정을 줄이려고 풀타임으로 근무하는 보조교사가 널서리, 리셉션 빼고는 없다. 그래서 오후에 우리 SEN 아이들 도와주기가 참 어렵다. 총 다섯 명이라 (rainbow room에 있는 아이 빼고) 아이들이 가끔 벌떡 일어나기도 하고 소리도 지르고 허밍도 하고 한다. 우리 반 아이들 중에 자해하는 아이가 있어 걱정을 했는데 들었던 내용보다 과장된 내용도 있는 것 같다. 아이는 자기가 하고 싶은 걸 바로 해야 하는데 못하게 될 때 I hate you, I give up on you 등등의 악담을 퍼붓고 괴성을 지르면서 부들부들 떨곤 한다. 그래서 처음에는 이 아이를 어떻게 대해야 하나 근심이 됐지만 아이의 근본 바탕이 나쁜 아이는 아니고 민감한 아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좀 더 관심을 주고 자주 얘기하려고 한다. 수업 중에 기다림을 못하기 때문에 타이머를 주고 잠깐만 기다리라고 하면 기다림에 끝이 있다는 걸 알기에 조금 더 잘 기다리지 않을까 싶어서 시도해봐야 할 것 같다. 다행히 오전에는 보조교사인 사미나가 있어서 많이 도와주고 있어 정말 감사하다. 오후에는 어쩔 수 없지만 그래도 2학년 됐다고 조금 더 잘 앉아 있는 것 같아 다행이다.
아이들 중에 비슷하게 생긴 아이가 있어서 얼굴을 자주 보면서 익혀야 할 것 같은데 난 사람 얼굴을 빨리 익히지 못하는 은사가 있어 큰일이다. 새로 온 아이가 두 명 있는데 한 명이 홍콩에서 막 온 아이고 8월 생이라 우리 반에서 가장 어리다. 영국이 처음인 데다 영국 학교 생활도 처음이니 모든 게 어려운 건 맞는데 잘 모르면 울어서 이 아이를 어떻게 도와줘야 하나 고민이 많다. 어이없게도 방학하기 전날 이 아이가 9월부터 우리 반에 배정될 거라고 학교에서 이메일을 받았는데 아이에 대한 정보를 하나도 주지 않아서 아이가 영국에 처음 온 것도 몰랐다. 물어봐도 아는 게 없다는 이야기만 하니 교사가 아이가 학교를 시작할 때까지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게 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아이 엄마가 오후에 아이 데리러 와서 잠깐 얘기할 때 조금씩 아이에 대해 묻고 알아가는 수밖에 없으니 이 엄마도 왜 학교에서 우리 아이에 대한 정보가 없냐고 어이없어해서 나도 잘 모르겠다고 했다. 이럴 때는 학교에서 안 가르쳐줘서 모른다고 하면 내 얼굴에 침 뱉는 꼴이라 정말 할 말이 없어 답답하다.
그래도 첫 주, 겁먹었던 것보다는 잘 마무리해서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