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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s Jung Oct 06. 2024

장점을 보자

[ECT +2] Autumn 1 Week 3 

우리 반 부모님들이 2학년 전체 통틀어 가장 목소리가 크다. 그래서 아침에 등교할 때 게이트 듀티를 하면 우리 반 부모님들이 나에게 이것, 저것 이야기를 한다. 예를 들면, 우리 애는 아직 어린데 너무 공부를 많이 시켜서 힘들어한다, 너무 글 쓰는 게 많다, 놀이를 더 많이 시켜달라, 아이가 걱정이 많아 인형을 갖고 있게 해 달라 등등의 이야기인데 인간적으로 나도 애들 공부 안 시키고 놀면 편하지만 학교에 속해 있기 때문에 그럴 수 없어 부모님들에게 학교에서 기대하는 것들에 대해 하나씩 설명을 해준다. 거의 비슷한 부모님들이 비슷한 문제로 반복해서 말하기 때문에 이걸 어떻게 해야 하나 답답하다. 교장인 쌤과 자주 얘기하지만, 쌤은 학교는 아이들 돌봐주는 곳이 아니라 교육시키는 곳이라고, 2학년은 당연히 1학년 보다 더 공부 많이 한다고 부모님께 단호하게 말하라고 한다. 중간에 새우처럼 끼어서 죽을 맛이다.



그래서 매일, 시간이 날 때마다 아이들에게 1학년 처음 시작했을 때 얼마나 힘들었는지 기억나지. 너네들이 그 일 년을 잘 버티지 않았냐. 2학년이 처음이라 힘들 거다. 일 년 후에 돌아보면 별거 아니었네, 잘했네 할 거라고 정말 세뇌를 시키고 있다. 그리고 하교하기 전에 아이들에게 '나 정말 열심히 했다 (Well done, me!)'라고 다독이기 하기도 하고 있다. 그래도 여전히 아침마다 학교 가기 싫다고 눈물짓는 아이들이 있어 속상하다. 물론 처음처럼 대성통곡을 하지는 않고 있지만 이러다 조금씩 더 나아지면 좋겠다. 한 아이 엄마는 아들이 너무 힘들어해서 매일 아들이 어떤지 기분을 적어주는 노트를 써서 나한테 주고받는 걸 하고 있다. 인형 자꾸 가지고 오는 아이들에게는 인형은 가방에 넣어 두고 교실에 가지고 들어오지 말라고 하는데 작은 인형들을 자꾸 가지고 들어와서 안 보이고 갖고 있기도 하다. 처음 며칠을 그냥 봐줬는데 학교에서 그러면 안 된다고 해서 아이들에게 인형 가방에 넣으라고 하고 있다. 작년 우리 반 아이들과 비교해서 무척 감정적으로 어린아이들이 많아 처음엔 당황했는데 올 1학년 맡은 선생님들과 이야기해 보니 그쪽은 더 심각하다고 한다. 이게 시대가 이래서 그런 건지 부모님들 양육 방식 때문인지 모르겠다.



내 딸 학교 들어갈 때만 해도 널서리, 리셉션 시작 전에는 기저귀 다 떼는 게 당연히 기대되는 수준이었는데 코비드 이후로는 기저귀 못 뗀 아이들 수가 늘어서 학교에서 갈아주는 게 빈번해지고 있다고 한다. 어제는 6시쯤 퇴근하려다 보니 아프터스쿨 클럽 직원이 유모차를 가지고 가길래 웬 유모차냐고 물었더니 아이들 중에 유모차 타고 오는 애들이 있어서 등교할 때 유모차를 학교에 맡기고 가고 집에 갈 때 그 유모차 다시 가지고 애 픽업해 간다며 직원이 이게 학굔지 놀이방인지 모르겠다고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요즘 배우는 greater than/less than - 월요일 어셈블리 시간에 잘 못하는 아이들 따로 데리고 공부하고 있다



이번 주도 회의 (말이 회의지 결국 리지가 뭘 원하는지 듣는 시간이다)가 길어져서 매일 6시 넘어 집에 갔다. 다행히 어제는 금요일이라고 6시에 나왔는데 집에 가면서 갑자기 서글퍼졌다. 다행히 나는 마음이 심란하면 산책을 하는데 산책하면서 소리도 지르고 유튜브도 듣고 하는데 그러다 보면 또 마음이 차분해진다.



10월 초에 1, 2학년 함께 모여 harvest festival 행사를 학교 근처 교회에서 하는데 그 때문에 이번 주부터 시간 날 때마다 연습을 하고 있다. 이런 행사 있을 때마다 내가 노래를 잘했다면, 춤을 잘 췄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다. 음을 잘 못 맞춰서 아이들이 틀리는 건 알지만 어떻게 하라고 지도하기 어렵다. 그래도 애들은 신나서 노래하고 있으니 다행이지 않나 싶다.



작년까지 2학년은 구글 클래스룸을 썼는데 부모님과 소통이 쉽지 않다고 Seesaw를 쓰기로 해서 아이들 활동들을 씨소에서 제공하는 틀로 다 바꿔서 만들고 있다. 처음에는 좀 어려웠는데 자주 만들다 보니 이제 좀 괜찮아지는 것 같다. 그리고 아이들이 한 것들도 보기 더 쉽게 되어 있어서 구글 클래스룸 썼을 때보다 내가 코멘트하기도 편해 좋다.



우리 학교는 일주일에 한 번 수요일이나 목요일에 교사가 학교 끝나고 클럽을 하나 운영해야 한다. 나는 컴퓨팅 리드라 Tech explorers라는 클럽을 운영하는데 이번 주부터 시작했다. 2학년 전체가 다 목요일에 클럽을 하기 때문에 클럽 가는 아이들, 집에 가는 아이들, 아프터스쿨 가는 아이들로 정신이 없었다. 오후에는 보조 교사들도 없기 때문에 다 교사들이 인솔해야 하는데 그러다 보니 클럽 가는 애들은 우리 반으로 다 모아서 내가 맡고 집에 가는 애들은 옆반 소피가 데리고 가기로 했는데 소피는 우리 반 애들이 누가 누군지 모르니 거의 난장판이었다고 한다. 나 역시 우리 반에 여러 클럽에 가는 애들이 같이 엉키니 거의 전쟁통이어서 아이들 조용히 시키느라 거의 목이 쉬도록 소리를 높여야 했다. 지나고 보니 왜 이렇게 소리를 질렀나 싶어 다음 주부터는 좀 더 차분하게 아이들 통솔하는 걸 신경 써야겠다 다짐해 본다. 내가 목소리 높이면 아이들은 더 크게 떠드니까 아이들 조용히 시키려면 내가 먼저 차분해져야 하는데 급할 때는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지르게 돼서 계속 나 자신에게 실망이 된다.



작년 우리 반 아이들은 2학년 네 반 중에서 제일 똘똘한 아이들이어서 다들 말도 잘하고 열심히 했는데 이번 우리 반 아이들은 네 반 중 가장 느리고 학업 성취도도 낮은 아이들이 있다. 나도 자꾸 작년 아이들과 비교하는 걸 고쳐야 하는데 내가 아는 2학년은 작년 우리 반 밖에 없으니 자꾸 그 아이들에 비추어서 왜 이렇게 글을 못 쓰지, 글씨는 왜 엉망이지 등등 자꾸 한숨만 나온다. 다행히도 아이들이 잘하는 것들을 보고 자꾸 칭찬을 하려고 한다. 예를 들면 말을 나이 또래 아이보다 못하는 아이가 있는데 말을 잘 못하니 표현도 잘 못하고 글도 그만큼 잘 쓰지를 못한다. 하지만 이 아이는 수학은 개념을 빨리 잡는 편이라 잘한다고 자꾸 칭찬해 주니 부모님이 애가 학교가 재밌다고 신나 한다고 얘기해 줘서 너무 다행이었다. 아이들이 못하는 걸 보지 말고 잘하는 걸 보고 칭찬해 주는 걸 해야 하는 것 같은데 이론은 아는데 수업 중에 아이들이 내가 원하는 만큼 못 올 때 마음이 자꾸 조급해진다. 


Perfectly Norman 배우고 character description 쓴 거 평가해야 한다. 이렇게 한 번씩 평가한 걸 바탕으로 학년 말에 아이 수준을 성적표에 내야 한다.


우리 반 애들은 글 쓰는 것도 느리고 밥 먹는 것도 느리고 다 느리다. 점심시간에 아이들 데리러 홀을 지나 밖으로 나가야 하는데 홀 안에 우리 반 애들만 열 명 정도 아직도 밥을 먹고 있다. 집에서야 다 먹을 때까지 기다리지만 학교는 그럴 수 없기 때문에 한숨이 난다. 수업 시간에 글 쓰는 것도 시간이 너무 많이 걸려서 이번 주는 제때 못 끝내는 아이들 쉬는 시간에 남겨서 다 끝내게 했고, 그것도 다 못 끝낸 아이들은 점심시간에도 남아서 끝내게 했다. 내가 완전히 포악한 선생님이 된 것 같아 마음이 편치 않지만 학교에서 그렇게 해야 나중에 아이들이 시간 안에 한다고 나에게 악역을 맡겼다. 다른 학교들은 이렇게 시키지 않겠지만 어떤 학교에서 일하느냐에 따라 학교에서 하라는 방식이 있어서 따라야 하기 때문에 교사도 극한 직업인 것 같다.



그래도 이렇게 또 한주가 끝났다. 다음 주도 여전히 바쁘겠고 나는 주말에 아이들 라이팅 수업에 쓴 글들 가지고 아이들 평가를 해야 해서 이번 주말도 바쁠 예정이지만 그래도 주말이라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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