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항상 나의 열 마디 손가락은 쉼 없이 움직인다 꾹꾹 계속 누른다 액정 속의 형형색색 이미지를 끊임없이 나의 눈은 손가락 끝을 따라간다 이미지와 기호는 파도처럼 내 눈에 들어온다 그러나 가슴과 머리는 채워지질 않는다.
띠링띠링 알람이 울린다 오늘도 소비했다 재화를 비워내고 도파민을 생성하고 바람이 훅 불고 만족의 앞에 불이 붙었구나 나의 뇌는 채워지지 않은 무언가라고 부를만하다 나의 심장은 염통이라 일컬어질 만하다 나는 그 정도의 가치이다.
나는 어째서 오늘도 펜을 쥐지 않았나 어째서 눈앞의 푸른 나뭇잎을 삶을 향해 기어가는 누런 지렁이를 불안에 내몰리며 아이를 물고 가는 길고양이를 바라보지 않았나 왜 그렇게 난 현실에서 멀어졌나 곧 맞이할 이 모든 것의 종착지는 무엇인가 알려주오 일깨워주오 그렇게 기댈 수 있는 절대자를 적극적으로 찾고 싶은 기분이다 어느덧 실 한 오라기가.
공중에 흩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