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주함 속에서 여유로움을 찾다
엄마가 계시는 고향집에서 몇 발자국만 걸어 나가면 생태 공원을 만날 수 있다. 자연을 살려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려는 조경은 제법 신선하기까지 하다. 발걸음이 닿는 곳곳마다 제 각기의 이유를 품고 존재하는 자연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나는 여전히 분주하다
이런저런 생각에 바람도 쐴 겸 공원을 걸었다. 걷는 내내 주변에 볼거리들이 많아 심심치 않게 무딘 발걸음을 들어 올릴 수 있었다. 한 중간쯤 걸었을까? 공원 내에 남은 조경들과 자연을 둘러보아야 한다는 압박감에 마음이 발걸음을 재촉하기 시작했다. 마음에게 쉼을 주러 공원에 나왔는데 마음은 되려 다급함으로 나를 압박해 왔다.
그 자리에 머물러도 괜찮아
그렇게 걷다, 살며시 흐르는 작은 개울가를 만났다. 그곳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물고기들이 저녁노을 지는 햇살에 맞춰 몸을 흔들어 대고 있었다. 처음에는 나의 호기심을 사로잡더니 이내 마음까지 홀랑 가져가 버렸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 모르겠을 즈음,
문득 ‘그 자리에 머물러 있어도 괜찮아’라는 소리가 들렸다. 마음 이 녀석이 생각에게 던지는 소리였다. 나를 압박하여 빨리 공원을 걷게 할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머물러도 괜찮다니. 괘씸한 녀석이다.
여유로움, 분주함을 밀쳐내다
생각해보니 왜 그리 빨리 걸었을까?
왜 그리 서둘러 공원 전부를 돌아보아야 한다고 생각했을까? 한 곳에 잠시 머물러 쉼을 누려도 되진 않았을까?
공원의 존재의 이유는 쉼과 여유이니까. 그러기 위해 있는 곳이니까.
빨리 걸어 모든 것을 다 봐야 하는 곳이 아니라,
얼마나 빨리 달리는지 시합을 하는 곳이 아니라,
무거웠던 마음을 돌아갈 때까지 벤치 위에 올려다 놓고 쳐다보지 않는 곳이었을 테니까.
공원 한 구석에서 인생의 답지를 발견하다
그러고 보니 우리네 인생도 그렇지 않았던가?
다급하게 무언가를 다 하지 않아도 괜찮은 곳.
성과를 내고 경력을 쌓는 일이 전부가 아니라,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만난 물고기를 넋 놓고 바라보는 여유가 있는 곳이 아니던가.
누군가 공원 한쪽 구석에서 열심히 파워 워킹을 한다 해도 나는 더 이상 신경 쓰지 않으련다.
오늘은 저녁노을에 막춤 추는 물고기들의 대책 없는 꼬리가 더 사랑스러운 하루일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