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한 기도 (눈재가 보선에게 2)

by 보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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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선님에게


“간절할 때 마음속에서 혼자 또는 누군가에게 중얼거리는 말들, 그게 다 기도란다.”

따듯한 편지를 받고, 아름다운 형색의 편지를 쓰고 싶은 마음이지만, 저의 형색이 그러하지 못해서, 올곧게 아름다운 형색이 되기에 조금 굽어있고, 꺾여 있어서 더없이 아쉬운 마음으로 편지를 써 내려가게 되었습니다.

어쩌면 저번에 저의 편지가 힘 있고, 그러나 조금 슬픈 편지였다면 이번에는 전혀 다른 감각의 편지가 태어날 것 같아요.


우리는 가끔 사랑의 대상들을 밀어내고 정신없는 세상에 쓸려 주체성을 잃는 것 같아요. 우리는 사랑의 주체이고 마음껏 사랑해야 하거늘! 너무 슬픈 세상이죠. 흘러가는 대로 살다 보면 사랑할 대상들을 밀어내게 된다는 것. 저 또한 그런 일주일을 보내고 다시 글을 쓰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어요. 덕분에 제자리에 앉은 것 같아 고마운 마음입니다.


문득 한 문장이 떠올라서 편지를 시작하기 전에 써놓았어요. 평소에 기도에 대해, 기도하는 방법에 대해 생각하지 않았는데, 어쩌면 기도란 혼자 또는 누군가에게 되뇌이는 말들인 것 같아요. 나를 위해, 타자를 위해 기도하는 일에 대해 생각해 보니 편지를 쓰는 일과 맞닿아 있다고 생각이 되네요. 그리고 그 일이 너무나 사랑스러워서, 기도하고 그 기도들을 모아 편지로 쓰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보선님께서 제가 반짝여 보인다고 하셨죠. 저의 이름 윤재의 ‘윤’ 자는 빛날 윤의 윤이에요. 저는 신기하게도 그 얘기를 자주 들어요. 허나 빛나는 형상을 생각해 보았을 때 느껴지는 고독함이 있어요. 저는 저의 고독함을 그렇게 받아들이고 “그래 이 정도 고독은 품위유지겠거니” 하고 생각하고 있답니다. 또한 많은 반짝이는 것들이 그러하듯 스스로 빛을 내기보다 다른 이들이 저를 빛나게 해주고 있다고 생각해요.


보선님의 따듯한 에너지를 받을 수 있어서 더없이 기뻐요. 제가 느끼는 보선님은 따듯하고 열정적인 에너지예요. 사랑받고 싶어 하고, 아픈 것을 아프다고 느낄 수 있고, 슬픈 것을 슬프다고 느낄 수 있는 것은 큰 재능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보선님에게서 그것이 느껴져요. 보선님은 스스로 나약하다고 하셨지만, 생각해보면 자신의 마음을 바라볼 수 있는 것은 그만큼의 용기가 필요한 일이니, 저는 보선님이 용기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 또한 용기를 내어 저를 바라보고 돌볼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용기를 내어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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