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재 님께서 느끼는 ‘사랑’이 품는 기쁨과 슬픔은 무엇인가요?
슬픔이 클수록 사랑이 클지는 모르겠지만, 사랑이 클수록 슬픔에 닿는 면적도 넓어지는 듯해요. 어떤 존재와의 벽을 허물고 그를 바라보고 다가가 느끼는 것이 사랑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제 어렸을 적 슬픔은 대부분 혼자 느꼈던 것이에요. 그러다가 몸도 머리도 크고 세상과 관계를 맺으며 이제는 고독한 슬픔이 아닌, 고독하지 않아서 오는 슬픔이 크답니다. 눈재 님이 느끼는 슬픔에서도 사랑에서 비롯한 슬픔이 있을 것 같아요. 궁금하지만 혹시 비밀이라면 알려주지 마셔요.
그래도 어떤 사랑은 슬픔을 망각하게 하는구나 싶어요.
저에게 재밌는 소식이 있어요. 얼마 전 애인이 생겼어요. 사귄 지 한 달도 되지 않았답니다. 처음으로 연애하는 기분이 들어요. 그 전 연애들에서는 저 자신을 의심하는 순간이 많았는데 어떤 불안도 없이 시작하는 연애는 이번이 처음이네요. 제 애인을 찬 군이라고 부르겠습니다. 찬 군에게는 만남 초기부터 제가 좋아한다는 티를 많이 냈어요. 일부러 그런 건 아니었고 저절로 그렇게 되더군요. 제가 찬 군과 달리기 운동을 하던 날 티를 아주 제대로 냈어요.
“만약 내가 너한테 뽀뽀하면 어떻게 할 거야?”
“내가 너한테 사귀자고 할 것 같지 않아?”
“아, 어떡하지. 차이면 어떡하지. 차이면 어떡하지.”
이렇게 궁시렁대고 있는데 찬 군이 “왜 차일 거라고 생각해.”라고 하면서 제 옆에 오더니 볼에 뽀뽀했어요! 꺅! 몇 초간 얼어붙어 있다가 저는 “너랑 사귀고 싶어.”라고 말했고 찬 군은 “좋아.”라고 답했습니다. 제 인생에서 가장 풋풋 달콤했던 순간이랍니다. 하하.
이제 연애를 시작했으니 인생의 모든 스트레스가 사라지려나 기대했지만, 아침에 일어나면 여전히 피곤합니다. 병에 걸린 듯 온몸이 아파요. 하지만 오후에 정신을 차리고 나면 ‘더 튼튼해져야지. 찬 군이랑 여기도 가보고 이것도 저것도 해봐야지.’ 일상을 꾸려가는 데에 열정을 더하게 됐어요. 눈재 님께서 제게 따듯하고 열정적인 에너지가 있다고 해주셨는데 그 열정에 장작을 더한 모양이에요.
찬 군이 영어를 잘해서 영어 공부도 시작했습니다. 어린이 동화책 <Little Red Riding Hood>를 ‘리를 뤧 롸이링 후드’라고 읽는데 발음이 참 어렵더군요. 혀가 꼬인다는 표현은 참 적확한 것 같아요. 혀가 스텝이 꼬여 와장창 넘어지듯 발음하며 읽었습니다. 그래도 재밌어요.
아. 또 슬픔을 망각하게 한 사랑 소식이 또 있어요. 바로 눈재 님과 편지를 이렇게 주고받고 있다는 일이죠. 눈재 님의 편지는 눈물이 묻은 듯 촉촉하면서도 포근해요. 마냥 밝은 건 아니지만 읽다 보면 마음 한쪽에 따듯함이 모락모락 피어올라요. 눈재 님과의 우정은 앞으로 진해질 테니 이 말이 조금 이를지도 모르겠지만, 이 말로 편지를 마칩니다.
- 안녕. 보선이 눈재에게. 사랑을 담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