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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선 Mar 09. 2024

6분의 1

2월이 어느새 끝났다. 2월이 끝났다는 건 수학적으로 올해의 6분의 1이 지나가는 것이다. 올해의 6분의 1이 지나갔다니... 알면서도 믿기지 않는다. 아직도 내 친구는 공문서 연도를 2023년으로 쓸 때가 있다고 할 정도로 올해가 익숙하지 않은데 2024년의 6분의 1이 흘러갔다는 말이다. 나이가 드니 세월은 흘러간다는 표현이 딱 맞는 것 같다. '세월이 흐른다'라는 관용구를 누가 처음에 썼을까, 새삼 이만한 찰떡 표현도 없어 보인다. 물이 흘러가듯이 우리가 붙잡을 수도 손을 쓸 수도 없이 지나가는 세월. 그런 점에서 '세월이 야속하다'라는 옛 어른들의 상투적 불평도 점점 이해가 된다. 세월이 흐르는 것에 대해 화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슬퍼할 수도 없는 노릇이기에 그냥 그 자체로 언짢은 즉 야속한 것이다.

그리고 어른들의 말 중에 잊히지 않는 표현이 '세월은 나이의 속도로 흐른다'라는 것인데 이 또한 격공(격한 공감)이다. 열 살 때는 10km, 서른 살에는 30km, 마흔 살에는 40km로 흐르다가 여든 살이 되면 80km로까지 세월이 달려간다는 것이다. 딱 그 예가 최근 TV에서 어느 배우의 입을 통해 나왔다. 유퀴즈에 배우 김영옥 님이 출연했는데 그녀는 본인이 느끼기에 1년도 안된 것 같은 일들이 벌써 6~7년 전에 있었던 일이라고 한다. 참고로 김영옥 님은 38년 생으로 지금 나이로 86세이시니 86km로 하루를 살고 있는 것이다. 나이가 세월 속도라면 정말 과속하는 기분일 것 같다. 그녀가 출연했던 <올드 미스 다이어리>라는 시트콤이 2004년도 방영작으로 올해로 20년이 넘었다. 이게 20년이 넘었다고...? >_<


김영옥 님과는 비할 바가 아니지만 나도 요새 세월의 속도를 느끼는 중인데 어렸을 때와 가장 큰 차이는 이제 하루도 되게 빨리 지나간다는 것이다. 어렸을 때는 하루만큼은 늦게 지나갔다. 다만 방학이 끝나고 나서야 '와, 날짜가 벌써 이렇게 흘렀네'라고 할 정도로 주 단위 혹은 월 단위 정도가 정말 빠르게 지나갔다. 하지만 이제는 하루 자체가 빠르다. 그래서 월요병이라는 직장인 고질병도 없어진 느낌이다. 일을 하고 싶어서 월요병이 없어진 것이 아니라 어차피 월요일이 되어도 금방 금요일이 다가오고 주말이 올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정말 그렇다. 월요일에 출근해서 정신없이 지내다 보면 저녁이 되며 집에서 그대로 곯아떨어지고 며칠 회사로 출근하면 주말이다.

어찌 됐든 올해가 6분의 1이 지난 시점이니 이제는 올 한 해를 다시 정비하지 아니할 수가 없는 시기다. 사실 우리나라는 음력이라는 게 있어서 그런지 1월 1일이 되어도 새해 됐다는 느낌이 적다. 그러나 설날이 지나고 나면 양력으로도 음력으로도 완연한 새해가 되어버리고 이제는 반대로 한 해가 갑자기 성큼 지나간 느낌이다. 일반적으로 한 해의 시작은 음력 설날을 기준으로 할 수 있어도 그 마지막을 내년 설 전날로는 안 하기 때문이다. 올해는 2024년 12월 31일로 끝난다. 그렇기 때문에 1년의 2개월을 어영부영하고 보내고 나면 1년이 10개월로 줄어든 착시현상까지 일어난다.


암튼 이렇게 설 명절까지 지나고 2월도 끝나고 3월도 이렇게 빨리 지나게 되니 혹시라도 진행하지 못한 새해 계획이 있다면 이제는 더 이상의 핑계가 없어진 셈이다. 나는 올 한 해 어떠한 계획을 가지고 살고 있나. 지금 명확한 새해 계획을 세우지 않은 것 같다. 작년에 해왔던 것들 예를 들어 블로그 인플루언서가 되겠다, 브런치 스토리에 에세이를 주 2회 올리겠다, 연애를 하겠다, 주식 투자 잘하겠다 등 정도다. 2024년 만의 특별함은 없다.

그래서 새롭게 무언가를 목표로 하고 싶었다. 나에게 도움이 되는 목표가 무엇이 있을까. 나는 그것을 감사 일기를 쓰는 것으로 결정했다. 아침마다 30분~1시간 정도 일찍 일어나서 지금 내게 감사한 일들을 적어보는 것이다. 가끔 자신감도 떨어지고 기분이 울적할 때가 있는데 나만의 미라클 모닝을 만들어 보려 한다. 스스로 생각하기에 조금은 새로운 목표라 흥이 난다. 이제부터의 올 한 해가 기대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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