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풀막진 언덕을 오르다 보면 자연스레 시선은 하늘을 볼 수 있는 시야가 넓어진다.
그래서 R의 차를 타고 집에 함께 돌아가는 길, 언덕을 지날 때면 멀찌감치 보이는 산과 하늘을 자연스레 보게 된다.
얼마 전, 2주에 한 번씩 가는 마트에서 장보고 꽤나 가득 찬 트렁크의 짐들과 함께 집으로 돌아가는 길 그 언덕을 접어들고 있을 때, 뜨겁게 내리쬐는 한낮의 해가 넘어가며 아직은 낮의 여운이 남아 있는 늦은 오후의 하늘이 보였다. 밝지도 어둡지도 않은 어중간한 색감의 하늘을 보고 있자니 문득 생각이 들었다.
'벌써 9월이구나. 한국은 이제 가을을 기다리고 있겠네.'
R과 만나면서 언젠가는 한국을 떠나 하와이로 가야 한다는 걸 잘 이해하고 있었다. 한국을 떠나게 되면 슬플까. 그리울까. 떠나기 전에 어떤 시간을 보내야 할까.
'사계절이 무척이나 그리울 거야.'
무엇을 가장 그리워하게 될까 생각해 보니 하와이에는 없지만 한국이 갖고 있는 것들.
한 동안 봄, 가을, 겨울을 볼 수 없고 맡을 수 없다고 생각하니 슬펐다. 그럼 겨울만 되면 꼭 찾아 먹던 붕어빵도 한 동안 안녕. 또 다른 계절을 알리던 계절 냄새들도 한 동안 안녕.
같은 9월을 맞이 하지만 가을이 없는 9월은 어떤 느낌일까. 어색할 것 같은데. 적응해 봐야겠지. 이제 내 집은 이곳이니까.
시간이 너무 빨라. 그래서 슬프지만, 그래도 한국을 방문하게 될 날도 금세 올 거라고 생각하면 다행이기도.
높고 파란 가을 하늘이 벌써 그리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