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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변인팬클럽 Aug 31. 2020

비건 치약을 만든 MD, 30살 박은하님  

한국에서 나이드는 것이 희망찬 환경을 만들고 싶어요.

https://www.youtube.com/watch?v=6i6mrpS_yAE

인터뷰를 하러 가는 길, 아니 은하님을 만나 인사하기 전까지만 해도, 오늘의 인터뷰에서 눈물을 흘릴 거라고 전혀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더군다나 늙음에 대해서 이야기하리라고는요. 생각해보면 인터뷰의 저변엔 차마 블로그엔 올리지 못한 참 많은 상실이 있었습니다. 모두가 언젠가는 겪어야 할 이별이지만, 왜 그때였을까, 말로 다 하지 못하는 감정들이 올라옵니다.



영화 '빅피쉬'에 대한 이동진 평론가의 글이 기억이 남습니다. "'누군가가 했던 이야기를 기억해 준다면, 그는 영원히 죽지 않는 거란다' 결국 삶은 이야기라는 것, 삶은 떠나도 이야기는 남는다는 것. 어쩌면 그것이 삶에 외경심을 가져야 할 진정한 이유일지도 모른다."



남은 이야기는 남겨진 사람들의 삶을 바꿉니다. 미처 바라보지 못했던 것에 관심을 가지게 하기도 하고, 현재를 사는 방식을 송두리째 바꾸기도 합니다. 오늘은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최고의 멘토이자 지표였다는 은하 님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자기소개해 주세요


저는 박은하고 상품을 만드는 일을 하고 있어요. MD라고 하죠. 다 만들어요. 내 생각을 제품화할 수 있는 것은 다 만들어요.


자신의 업무 패턴에 맞게 DIY 한 다이어리

왜 MD를 하게 되셨어요?


MD를 하면서, 매출이 오르거나, 남들보다 달성률이 높은 것보다, 파트너사와 같이 성장해 나가는 것에서 만족감을 많이 느꼈어요.


물론 돈을 많이 벌고 싶지만, (좋은 건지는 모르겠지만) 파트너사가 나를 믿어줬을 때 그리고 같이 클 때 더 보람을 느끼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당장 내가 운영할 수 있는 사업체를 내기보다 현재 이 사람이 하고 있는, 사업에서 내가 어떻게 하면 더 끌어줄 수 있을까 이런데 더 관심이 많아요.



직장인으로써의 MD를 그만두고, 프리랜서가 되셨는데 앞으로 어떤 일을 하고 싶으신가요?


나중에는 컨설팅 같은 업무를 하고 싶어요. 파트너에게 나의 아이디어를 밀어붙이기보다는, 그들의 의견을 들어보고 합쳐서 제안하고 이렇게 일하는 걸 좋아해서요.


올해의 목표는 돈보다는 경험! 물건을 만들고 싶거나 유통을 하고 싶고, 또 수익을 창출하고 싶은데, 그걸 어려워하는 분들을 만나서 솔루션을 제공해 주는 업무를 지금 하고 있고 나중에는 개인 사업자로 컨설턴트가 되고 싶어요.


마음 맞는 파트너사와 함께 만든 비건 100% 치약. 원자재부터 생산 과정까지 비건을 지향한다.



사실 저는 애완동물을 키우지도 않고, 육식을 하고 있지만 (웃음) 대표님 또 동업하시는 분의 성향을 보았을 때, 이 브랜드를 만들면 내가 없더라도 이 두 분이 잘 키워나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왜 비건 치약을 만들게 되셨어요?


사실 좋은 제조사를 찾았어요. 더불어서 생활용품 중에 치약이 개인의 취향을 제일 많이 타는 제품이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대기업들이 많이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도 구매를 많이 할 수 있는 제품이겠다 싶었어요. 매일 쓰는 제품이고 아무 생각도 안 하고 쓰긴 하지만 하루에 세 번 입에 들어가잖아요. 하다 보면 먹을 수도 있는 거고 그니까 조금 더 안전하게 만들고 그러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어요.



관찰력이 뛰어나시네요


MD를 하면 프로 불편 버들이 되게 잘하는 것 같아요. 사람 성격이 흑백처럼 장단점이 아니잖아요. 남이 볼 때는 너 왜 이렇게 불편한 게 많냐라고 할 수 있지만, 그런 불편점을 잘 캐치해서 긍정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면 사실은 굉장히 좋은 성향이 되는 거잖아요. 그래서 저한테는 굉장히 맡는 직업인 것 같아요.



오늘도 불편한 게 하나 있었어요. 점심때 콩나물국밥을 먹으러 갔는데 양이 너무 적은 거예요. 그래서 생각한 게 ‘ 왜 이게 일 인분일까" 일 인분의 기준은 도대체 무엇일까. 누가 일 인분을 정의하는가. 이 식당의 일 인분은 누가 정한 건가 (웃음)



나중에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가요?


은퇴하고, 내가 관심 있는 것에 대해서, 돈을 굳이 벌지 않아도, 마음이 가는 일을 하고 싶어요.



노인복지에 관심이 많아요. 할머니 할아버지가 키워줘서 그런 것 같아요. 노인 복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이유가, 어차피 사람은 다 늙잖아요 근데 늙는다는 거에 대해, 우리가 긍정적인 이미지가 없는 것 같아요. 젊어서도 노년의 삶이 기대되지 않는 것 같아요. 그 이유를 생각해보니, 노인이 되어서 즐길 거리나, 새로 배우고 싶다거나 그런 것들이 되게 없는 것 같았어요.



젊은 사람들이 한국에서 노인이 된다는 것에 대해 희망찬 환경을 만들고 싶어요. 서로를 이해할 수 없거나 세대 갈등이 더 심해지는 것도 우리가 보기에 노인의 삶이 멋져 보이지 않아서 그런 것 같아요. 그래서 그런 가치관을 바꾸고 싶은 일을 하고 싶어요.



노인의 삶이 어떻게 보면 인생에 있어서 최고 경력자인데, 그 삶이 너무 허비되는 것 같은 기분이 들다 보니까, 그런 생각이 들면 저도 우울해지는 거예요. 왜냐하면 나도 한국에서 늙어갈 거니까. 내 미래의 삶이 저 모습인 거니까.




그러면 은하 씨에게 가장 영향을 많이 미친 사람은 누구인가요?


저는 할아버지. 제 삶에 지표가 되는 것 같아요.



할아버지는 멋쟁이셨어요. 제가 할아버지 옷들을 아직도 입고 다녀요. 진짜 좋은 옷 하나 사서 오래오래 입으세요. 할아버지 입생로랑 재킷도 있고 이래요. 시골에서 농사를 지어도 면도를 잊지 않는, 할아버지 되게 양반이지요.



진짜 어렸을 때 되게 재밌는 얘기 많이 해 줬는데 그땐 재밌는지 모르는 그런 거 있잖아. “은하 야 출근 그럼 어떻게 하냐” 이렇게 물으셔서, “저 노량진역에서 9호선 타고 봉은사역 내려서 버스 타요” 이러면은


할아버지가 "할아버지 고등학교 때 봉은사로 수학여행 갔어. 그때는 봉은사를 배 타고 들어갔어."라고. 되게 재미있잖아요 지금 들으면. 더 이상 이런 얘기를 들을 수 없잖아요 그런 게 되게 슬퍼요.







할아버지는 어떤 분이셨어요?


진짜 존경하는 어른이었지. 할아버지가 쓰러지시고 말을 못 하셨어요, 한 2주 동안. 의식은 있는데 말씀을 못하셨어. 누가 말 걸면 눈을 크게 뜨시고 병원에 누워계셨는데, 돌아가시는 날에 우연히 제가 있었어요. 그날 그냥 혼자. 진짜 한 시간 동안 할아버지가 말 못 하시니까 한 시간 동안 별의별 얘기를 다 했어요.



“나 오랜만에 거기 짜장면 집 가서 간짜장 먹었다.” 그런 얘기부터 “저번 주에 할아버지 농사진 거 얼까 봐 무 덮어주고 왔다" 그런 얘기를 한 시간 동안 하다 보니까, 면회 시간은 남았는데, 더 할 말이 없어지잖아요. 할아버지 좋아하는 노래라도 틀어드릴까 했는데, 모르겠는 거예요. 그러고 나서 면회시간 끝나고 나오는데, 눈물이 주룩주룩 나오는 거야. 그러면서 왜 저런 걸 안 물어봤을까? 왜 가까운 사람이었고 옆에 계속 계셨었는데, 왜 몰랐을까 이제 영원히 알 수가 없는 거잖아요. 그게 상실감이 크더라고요.






인터뷰의 제목을 무엇으로 했으면 좋겠나요?


자아가 다양하다 이런 뉘앙스였으면 좋겠어요. 옛날엔 사람이 뭔가 일관되어야 할 것 같고, 왜 나는 끈기가 없을까, 나는 안될 거다 이렇게 생각을 했어요.


그러다 한번 북클럽을 통해 외부 강연을 들으러 갔는데 신문사 편집장이셨던 분이 말씀하시는 거예요. 자기는 3개의 자아가 있다 고요. 하나는 기자, 두 번째는 도서 저자로 자기의 삶이나 알리고 싶은 내용을 책으로 계속 쓰는 사람. 그리고 세 번째 자아는 베트남 전쟁에 대한 모든 기록 수집가. 저렇게 직업으로서의 일을 하고, 자아실현으로 일을 하고 돈벌이가 되지 않더라도 평생 탐구하고 싶은 것을 저렇게 나누어서 밸런스를 맞추어서 살 수 있는 거구나.



저렇게, 이렇게 사는 게 잘못된 게 아니구나 그렇게 위안을 얻었다고 해야 하나. 그래서 지금 하는 일이랑 나중에 하려는 일을 어떻게 연결 지을 건데 누가 물어보면, 지금의 답은 '몰라요!' (웃음). 이게 밑거름이 돼서 나중에 컨설팅을 하고 싶고, 그걸 하게 되었을 때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다양한 경험을 한건 분명히 도움이 될 거다. 이렇게 생각하면서 살고 있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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