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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은 Aug 20. 2022

(4화) OO엄마들의 브런치 모임

OO엄마만 있다.

#엄마들 이름은 몰라도 되는

   

늦게 온 엄마들까지 전부 모였다. 한 엄마는 수더분하게 생겨서 말없이 앉아 있고 나이가 조금 있어 보이는 엄마가 목소리가 크고 여러 사람과 얘기를 주고받는 게 보아하니 이 단톡방을 만든 장본인 같아 보인다. 미주 엄마와도 잘 아는 사이인 듯싶다. 미주 엄마가 초대해서 온 브런치 모임에 아는 사람 한 명 없으니 갈 곳 잃은 시선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모르겠다.     


“5반 누구 어머니세요?”    

 

역시 모임을 주선한 한찬이 엄마가 툭 하니 묻는다. 브런치 모임에서 내 이름은 필요 없다. OO엄마만 있을 뿐. 눈으로 반쯤 반달을 그리며 입꼬리를 슬며시 올리려는데 주 엄마가 대신 소개를 했다.   

  

“아~ 하은이 엄마예요. 저도 얼마 전에 애 등교시키면서 뵈었는데 전화번호를 주고받은 게 있어서 한 분이라도 더 초대하면 좋을 것 같아서”     


“안녕하세요. 하은이 엄마입니다. 주 어머니 덕분에 같은 반 엄마들도 뵙고 좋네요. 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휴. 미주 엄마가 챙겨주니 한결 마음이 가볍다. 한찬이 엄마가 대부분 대화를 주도했다. 다들 1학년인데 애들이 너무 일찍 학교에서 돌아온다며 좋은 시절 다 갔다고 푸념이다. 그럴만한 것이 유치원 때는 방과 후 과정으로 영어나 놀이 체육 같은 활동을 하고 오면 4시쯤 돼야 집에 왔다. 게다가 유치원 통원버스로 집 앞까지 데려다 주니 시간이 여유로웠다. 그러니 내심 신랑들은 아침에 아이 유치원 보내 놓고 엄마들끼리 모여 유유자적 시간 보내는 게 말은 하지 않아도 불만인 것 같다. 한찬이 엄마가 영어학원 이야기를 꺼냈다.     


#폴리가 더 이상 로보카 폴리가 아닐 때     


“여기 폴리 유치원 보낸 엄마 있어요? 폴리가 레테가 어렵다면서요? gt반 들어가는 것도 영유 안 나온 애들은 힘들다던데. Sr 점수도 웬만해서는 나오기 힘들고.”    


 

나는 미소를 이따금 보이며 묵묵히 파스타면 만 포크로 뱅글뱅글 돌리며 이게 무슨 상황인지 파악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폴리? 우리 하은이가 어릴 때 보던 로보카 폴리? 캐릭터가 인기가 좋아서 유치원 이름도 폴리인가 보네? 근데 레테? 레테가 어려워? 인기가 많은 유치원은 들어가기 힘들어서 추첨하는데 그게 힘들다는 건가? gt반은 뭐야? 그 유치원은 반도 지정해서 추첨하나?’     



하도 많은 물음표가 머리 위에 떠 있어서 스무고개를 푸는 것 같다. 모른다고도 하지 않고, 물론 아는 척도 못 했다. 아이 교육에 관심이 없는 엄마처럼 보이기 싫어서 애써 알지만 말하지 않는 척했다. 포크와 숟가락을 양손에 잡은 채 파스타만 우아하게 돌돌 말고 있었다.   

  

‘빨리 다른 이야기로 넘어가야 할 텐데….’     


“그래서 한찬이는 폴리 보내기 전에 다른 학원 보내고 내년에 레테 도전하려고요. 그래서 어제 영어학원 레테 보러 다니느라 힘들어 죽겠어요. 그래도 합격해서 보람은 있네요. 호호호”


“어느 학원 보셨어요? 들어가기 좀 쉽던가요?”


“무슨~~ 거기도 어려웠죠. 청담 에이프릴이요. 보내보고 괜찮으면 뭐 폴리로 안 옮기고 바로 중고등 연계 청담어학원으로 계속 보내던가요.”     


가만히 듣고만 있던 주 엄마가 웃으며 말했다.   

  

“아우~그래도 한찬이가 엄청나게 잘하네요. 청담 에이프릴도 어려운 곳인데.”     


그 말을 듣자 엄마들 반은 걱정에 찬 얼굴, 반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며 한찬이 엄마를 부러워하는 얼굴이다. 그런데 주는 책만 읽고 학원은 안 다닌다고 하은이가 그러던데 민주 엄마는 어떻게 학원을 다 아는지 궁금해졌다.


 아이들 하교 시간이 가까워지자 마음이 급해진 엄마들이 서둘러 일어났다. 계산은 어떻게 할지 고민하는데 자연스럽게 한 엄마가 카드로 계산할 테니 카톡으로 27,500원씩 보내면 된다고 백 원 단위까지 친절하게 알려줬다. 부담 없이 편하긴 하구나…. 누구든 들어왔다 나갈 수도 있는 모임이 브런치 모임 같다.          


#갑자기 살아난 자신감     


동그라미 네 개가 손잡고 있는 차가 카페 앞에 서 있다. 쭈구리처럼 아무 말도 못 하고 입꼬리만 올리고 있던 내가 카페를 나서며 경쾌하게 ‘삐빅’ 소리를 울리며 걸어갔다. 다들 차만 쳐다 볼뿐 누가 눌렀는지 모르는 눈치다. 서로 웃으며 다음에 또 시간 내서 얼굴 보자며 인사를 하는데 운전석으로 걸어가는 내 모습을 보며 조금 더 환하게 웃는 것 같다. 그냥 그렇게 보였다.   


  

나도 조금 더 활짝 웃으며 고개를 숙이며 운전석에 올랐다. 학원 얘기할 때 사라졌던 자신감이 운전대를 잡으니 다시 살아나는 것 같다. 액셀을 살며시 밟았는데도 오늘따라 더 부드럽게 속도가 올라간다. 내 자존심이 살아나는 것처럼.     


그나저나 주 엄마한테 학원정보나 좀 물어봐야겠다.


그전에 집에 가서 레테니, 폴리니, 뭐니, 하는 단어들 먼저 공부해야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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