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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줌 Jun 10. 2024

야호! 나도 브런치북 생겼다!

첫 브런치북을 마치며






첫 브런치북을 끝맺는 날이다. 23년 3월 10일에 시작해서 6월 10일까지 딱 세 달이 걸렸다. 90일 동안 총 27편의 글을 매주 한두 편씩 연재했다. 구독자는 20명에서 660명으로 껑충 뛰었고, 6월 8일 저녁 10시 현재 기준 브런치북 누적 라이킷 2,361회, 댓글 434개, 총 조회수 649,962회를 기록했다.


브런치도 처음, 연재도 처음인 왕초보 작가에게 기대 이상의 성과이다. 나는 첫 브런치북을 연재하는 세 달 동안 작가로 살았다. 작가의 마음으로 살았다. 아이가 잠든 밤 9시 반부터 자정 무렵까지 책상 앞에 앉아 글을 읽고, 쓰고, 고쳤다. 이제 자야지 하고 불 끄고 침대에 누웠다가 불현듯 좋은 단어나 소재가 떠오르면 휘발되기 전에 얼른 잡아서 작가의 서랍에 담아두느라 수시로 일어나야 했다. 내 일상에 들어온 그 수고로움이 참 달콤했다.


한 열 편 쓰겠구나 했는데 거의 서른 편을 썼다. 두 주에 한 편이나 올릴 수 있을까 했는데 한 주에 두 편도 올렸다. 글 하나에 조회수가 200은 나올까 했는데 200,000이 나오기도 했다. 이 모든 일은 내 능력을 훨씬 뛰어넘은 신묘한 일이었다. 부족한 글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읽어주신 독자들의 힘이라고 밖에는 설명할 수 없을 것 같다.


그래서 초보 작가 언니버서리는 첫 브런치북을 쓰는 세 달간 행복했다. 그리고 용감해졌다. 가슴이 웅장해지고 마음 근육도 탄탄하게 올라왔다. 처음에는 익명성이라는 가면 뒤에 숨어서 내 얘기는 쏙 빼고 이혼한 사람의 목소리만 낼 심산이었다. 그런데 독자들과 댓글로 소통하면서 나는 달라졌다. 솔직한 내가 글에 묻어나기 시작했다.


내가 아픈 경험들을 솔직하게 풀어내자 더 많은 독자들이 내게 다가왔다. 그들은 때로 자기 일처럼 공감했고, 때로 내 가족처럼 가슴을 치며 열불을 냈다. 남이 아닌 '우리'가 되는 순간이었다. 그런 특별한 유대감은 태어나 처음 느끼는 것이었다.


진솔한 이야기를 담담하게 나만의 언어로 풀어내고자 했다. 앞으로도 그런 글을 쓰는 작가가 되고 싶다. 아직은 모르는 것도 많고 부족한 것도 많다. 글을 쓰기 시작하니 나의 부족함이 더 보인다. 더 많은 책을 읽고 배워야겠다. 세상에 나와 있는 좋은 책들을 찾아 읽고 그 안에서 좋은 글이란 무엇인지 나만의 답을 찾아가고 싶다.


다음은 무엇에 관해 이야기해 볼까? 머릿속에 몇 가지 아이디어가 있는데 조금 시간을 두고 스케치해 보려 한다. 연재의 압박 덕분에 빠르게 첫 브런치북을 완성할 수 있었지만 긴장감도 함께 느꼈다. 그래서 당분간은 조금 더 편안한 템포로 글을 써볼까 한다. 그래도 주에 한 편 정도는 꾸준히 업로드할 생각이다.


손으로 한 장 한 장 만지며 넘길 수 있는 종이책은 아니지만, 하나의 주제로 약 서른 편의 글을 집중해서 쓰고 완결해 보는 작업은 내게 매우 의미 있는 일이었다. 포기하지 않고, 놓아버리지 않고, 흔들리지 않고 꾸준히 해낸 나 자신을 칭찬해주고 싶다. 양팔을 가슴 앞에서 교차해 토닥토닥. (구독자님들, 아시죠? ^^)


매주 연재를 기다려주시고 라이킷과 댓글로 말을 걸어주신 모든 분들, 특히 600여 명의 구독자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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