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티 어딘가에
정처 없이 발걸음을 내딛는다
목적지 없이 걷는 건
시간 많은 사람들이나 하는 행동이라고 생각했다
그냥 날씨가 꾸리꾸리 한 것이
나는 서울 사람이지만 서울에서 길을 잃었어
그런 감성으로 걷는 건
꽤 멜랑꼴리 한 느낌이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했다
귀에 꽂힌 노래 가사는
마음에 꽂히지 않고 배경음악처럼 바뀌었고
그 안에서 주인공인 마냥 서성이는 이 순간이
이 복잡한 도시에서 가장 쿨한 사람처럼 만들었다
시끄러운 자동차들의 지저귐에도
눈 깜짝하지 않고 나는 내 길을 가는 내가
어쩌면 이 도시에 익숙해져 버린 게 아닐까 하다가도
도를 아냐고 물어보는 사람들을 보면 찡그려진다
맥락 없는 발자국 소리 하나 들리지 않는
완전한 이방인 같다고 생각되는 억지스러움이
발가벗은 것처럼 마음이 자유로워져서
나는 서울에서 그냥 걷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