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를 시작하면서 나도 예상하지 못한 이야기가 나와서 놀랐어. 너한테 하고 싶은 이야기를 쓰려고 했는데 자꾸만 내 이야기를 하게 되더라고. 신기한 건 이전에 알고 있던 것과 다른 걸 쓰게 된다는 거야. 이전에 이야기는 과거의 내가 하는 것이고, 지금 쓰는 글은 현재의 내가 하는 것이라는 걸 알게 되었어. 글을 쓰면서 현재의 나를 보는 기분이었지.
너를 너로만 보기 어려웠다는 걸 고백해야겠다. 너를 통해 아빠와의 일이 떠오를 때가 많았고, 그 때문에 가슴이 콕콕 찌르듯이 아프기도 했어. 너는 아빠와 성격이 많이 닮았잖아. 네가 하는 행동에서 아빠가 보이더라고. 같은 행동에 다른 감정을 느끼는 나를 발견하고 놀라기도 했지.
한 번은 내가 얼굴 마사지기를 샀는데 아빠가 써보더니 똑같은 걸 사더라고. 그게 엄마는 (부정적이지 않은 표현이 뭐가 있을까 고심하고) 인간미가 없다고 느꼈거든? 이 포인트에서 너는 “난 이해가 되는데?”라고 할 것 같지만. 그래, 네가 만약 똑같은 행동을 했다면 남한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한 양심에서 한 투자로 봤을 거야.
아빠와 헤어지고, 내가 너를 보듯 아빠를 봤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어. 하지만 엄마가 아빠와 재결합을 원한다고 오해하지는 말아 줘. 이 대목에서도 넘어가지 않고 너는 “아빠도 아니거든”이라고 할 것 같지만. 엄마는 과거 내가 본 것이 일면에 지나지 않는다는 걸 말하고 싶을 뿐 이미 태평양을 봤는데 다시 개울로 돌아갈 생각은 없어. (노파심에서 강조)
아무튼 네가 커나가는 모습처럼 지나간 일도 다르게 다가왔어. 너한테 하는 이야기에서 나의 과거와 현재를 볼 수 있다니 너는 나한테 그런 존재야. 너와 함께 한 시간은 나를 보는 일의 연속이었어.
지금에야 보이는 걸 말하다 보니 아빠 이야기를 하게 되는 거야. 그리고 그 시절의 아빠와 나를 드넓은 태평양에 풀어주고 싶다. 힘겨웠던 그 시간을 안아주고 싶다. 이제 시작에 불과하지만, 이 글을 아빠를 이해하고 흘려보내려는 엄마의 노력으로 봐주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