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이제 넷이다 ♥
아들 하나면 충분하다고 늘 말하던 내 뱃속에 새로운 생명이 들어섰다.
임신 8주 차.
너무 바빠 얼굴 보기도 힘든 남편 대신
다섯 살짜리 겸둥이 손 잡고 들린 산부인과에서
손톱보다 작은 태아의 심장소리를 듣고 왔다.
아직 동생이 뭔지 잘 모르지만
그저 즐거워하는 아들의 축하를 받으며 시작된
임산부의 삶.
너무 오랜만이라 기억도 가물가물하지만
금세 시작된 입덧에 첫째 때의 기억이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했다.
'나 임신했다!'
그날 저녁 퇴근길 집 앞 꽃집에서
홍콩야자를 사들고 온 남편.
선물이라기엔 투박해 보이는 화분이지만
오래오래 키우길 바라는 마음에
그나마 키우기 쉬운 식물을 사들고 온 마음이 느껴졌다.
꽤나 귀엽구먼.
아이 하나도 낳기 무섭다는 이유로
꽤 오랜 기간 고민했던 내가
둘째를 낳고 싶은 마음이 생긴 건
울 집 겸둥이 때문이다.
아침부터 밤까지 멈추지 않는 수다로 엄마를 지치게 하지만 잠든 모습 하나로 절로 사랑한다는 말이 나오는 아이. 그냥 살아가던 인생에 목표를 만들어주고, 내일 뭐 할지를 고민하게 만들어주는 아이덕에 인생이 가득 차기 시작했다.
사랑으로 가득 찬 인생이 너무 좋아
하나를 더 낳고 싶어진 마음.
돈이고 뭐고 모르겠고 일단 하나 더 낳으련다!!
입덧이 점점 심해져 입에 집어넣을 수 있는 건
고작 과일이 전부에
쌀밥을 먹지 못하는 요즘이지만
뭔들. 다 괜찮다.
어차피 지나갈 일이다.
나로 가득 채웠던 일상에 남편과 아들,
이제는 뱃속의 아이까지 더해져
어떻게 보면 남들로 가득 차게 된 삶이 되었다.
남들로 가득 찬 삶.
누군가는 나를 잃었다고 내 삶이 없어졌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난 그냥 더 많은 것들이 채워진 내가 됐다.
가족으로 가득 채운 나.
이제 네 명이 될 우리 가족과
두 아이의 엄마가 될 내 삶이
어떻게 바뀔지 모르겠지만 몰라서 더 재밌다.
원래 아무것도 모를 때가 제일 행복할 때다 ㅎㅎ
일단 즐겨야지-
올해 11월!
곧 만나게 될 아복이.
무럭무럭 자라거라 얼른 만나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