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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원에 가서 토끼를 만나고 싶어요

by 영주


지난주 금요일,

어린이집을 다녀온 아들의 가방 속에는

선생님에게만 살짝쿵 말한

아이의 소원이 들어있었다.



'동물원에 가서 토끼 만나고 싶어요'




일요일 휴무인 남편에게

아들의 소원을 들어주자고 말하자

남편이 검색해 찾아낸 인근 카페.



좁은 길을 따라 산길을 따라오니

작은 호수가 있고

호수를 품은 자리에 위치한 카페였다.


강아지들과 고양이,

닭과 사슴이 고 있는

너무나 아기자기하니 귀여운 장소.




그리고 울 아들이 보고 싶다던

토끼들이 뛰놀고 있는 곳!!




토끼를 보자마자 그 앞에서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며

난리가 난 아들 뒷모습 ㅎㅎ



이렇게나 토끼를 좋아했었나?



옆에 사슴도 있으니

사슴도 구경하자며 끌고 갔지만

정말 구경만 하고는 다시 토끼 앞으로 돌아가는

그저 토끼만을 바라보는 어린이.



깡충깡충 뛰면서 어디를 가느냐~


멈추지 않는 아들의 노랫소리는

꽤나 시끄러웠지만

듣기 싫은 소음은 아니었다.


그냥 참새가 지저귀는 소리처럼

짹짹 거리는 것 같은 아들의 노랫소리.


일찍 와서 손님이 아무도 없길 다행이지.





토끼 곁에서 나오지 않는 아들에게서

잠시 시선을 거두고

카페 앞에 펼쳐진 작은 호수를 바라보며

가진 휴식시간.


커피 한 잔 마시러 와서

이런 호사를 누릴 수 있다니.

참 좋은 세상이야.





오래간만에 나온 나들이에 신나

남편이랑 사진도 한 컷 찍었다.


쁘이





아이가 태어나던 그날

다른 건 모르겠고 소소한 추억들만은

많이 쌓아주자고 약속하던

스물아홉의 동갑내기 초보엄마아빠.



서른둘이 된 지금

우리, 그때 그 마음처럼

잘 살아 나가고 있는 거겠지?




토끼를 봐서 너무 좋았다며

잠자기 전 엄마를 꼭 안아주는 아들덕에

하루종일 돌아다닌 피로가 싹 가셨다.


어쩌면 추억 우리가 아니라

너가 쌓아주고 있는거 아닐지 모르겠다.




먼 훗날 엄마아빠가

토끼에게 당근을 주며

천진난만한 미소를 지어주던 오늘의 너를,

엄마와 아빠를 반반 닮아

너무 예쁘게 생긴 토끼같은 5살의 너를

기억할 수 있게 해 줘서 너무 고마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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