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일상

미용실 가는 날,

by 우사기

#205

끝자락을 살짝만 가다듬었는데도

미용실을 다녀온 날은 왠지 기분이 좋다.


나의 머리를 담당하는 그녀는

손님들의 이야기를 참 잘 들어준다.

가끔 다른 손님과 이야기 나누는 걸 보고 있으면

상대를 참 편안하게 해 주는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미용실에서도

지명 손님이 가장 많다.

오늘도 그녀는 바빴고 그래서 나의 샴푸는

처음 보는 남자 헤어 디자이너가 맡게 되었다.


샴푸를 할 때에는 손님에게

샴푸를 시작하겠습니다.

이쪽으로 오세요부터 시작해

물의 온도는 괜찮냐 자세가 불편하진 않냐는 등

계속해서 확인을 하는데 늘 정해진 매뉴얼이라

손님도 아무 생각 없이 고개만 끄덕이거나

가벼운 대답만 하는 게 보통이다.

그런데 오늘은 남자 헤어디자이너의 말투가

조금 특이하고 리듬감이 강해 자꾸만 눈이 갔다.

음... 뭐랄까 스시집의 에너지 넘치는 요리사의

이럇샤이~와 비슷한 리듬감이랄까...

거기에 옷 가게 점원 특유의

살짝 오버스러움이 묻어나는

이럇샤이마세~의 리듬감을

절묘하게 섞었다고 해야 할까...

뭔가 에너지도 느껴지면서

유쾌하기도 하고 재밌기도 해서

나도 모르게 살짝 웃음이 났다.


그러고 보니 일본어를 배우기 시작했을 때

일본어 특유의 리듬감을 좋았던 기억이 난다.

일반적인 대화를 할 때는 조금 덜 하지만

일을 할 때나 매뉴얼이 정해진 말을 할 때는

리듬감이 더 살아나는 것 같다.

특히 옷 가게 점원 특유의 리듬감이 귀여워

그녀들의 이럇샤아마세~를

한참을 따라 해보기도 했지만

의외로 잘 안됐던 기억이 난다.

카페에서 주문을 받는 상냥한 말투도 너무 귀여워

집에서 혼자 거울을 보며 흉내 내곤 했었는데...


그 남자 헤어디자이너는

샴푸와 드라이도 아주 정성껏 해주었다.

물론 그 리듬감으로 계속 질문을 던지면서 말이다.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은 보고만 있어도

좋은 기운이 전해오는 것 같다.

마지막은 나의 담당인 그녀가 와서

친절한 미소로 깔끔히 뒷마무리해 주었고,

나는 미용실을 나오며 평소보다

조금 더 큰 소리로 감사 인사를 전했다.

오늘따라 머릿결이 유난히 찰랑거려 그런지

돌아오는 발걸음이 아주 상쾌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도쿄 일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