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요나라, 도쿄 #9
한국에 있는 동안 모르는 번호로
여러 번 전화가 왔었다.
살짝 신경이 쓰이긴 했는데 알고 보니
온수와 난방 시스템 메인터넌스에 관한 전화였다.
그러고 보니 지난번 에어컨 교환 때도 그랬었다.
받지는 않으면서
이 번호는 누굴까하고 궁금해했던 게.
암튼, 그렇게 해서 어제 오후
우리 집을 마지막으로
맨션 전체의 메인터넌스가 끝이 났다.
여긴 고장이 나지 않았어도 일정 기간이 지나면
미리 낡은 기계를 교환해 주는 등
메인터넌스에 충실한 것이 참 마음에 든다.
그래서 그런지 내가 이사를 왔을 때보다
집이 더 반짝반짝해진 느낌이다.
오늘은 오랜만에 일과를 마치고 반신욕을 즐겼다.
이 집은 처음 이사 올 때부터
욕실이 참 마음에 들었었다.
사실 욕실뿐만 아니고 전체적은 느낌이 좋아서
이곳으로 오고 나면 모든 일들이 원하는 데로
술술 풀릴 것 만 같아 꽤 기대에 부풀었었다.
이제 와서 보면
그 느낌이 딱 맞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암튼, 이 집은 나에게 한결같이
친구처럼 다정하고 따뜻했다.
오랜만에 욕조에 몸을 담그고 있으니
이런저런 생각이 스치고 지나갔다.
시간이 훨씬 더 흐른 뒤 도쿄를 떠올리면
이 집과 수많았던 산책과
그리고 또 무엇이 떠오를까...
몸이 나른하니 마음도 나른해지는 밤이다.
사요나라, 도쿄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