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꽃시장/선물,

소소 일상

by 우사기

새벽 꽃 시장을 다녀왔다.

꽃내음 속에서 인파에 밀려

이리저리 휩쓸려 다니는

다채로운 경험을 하긴 했지만

에너지를 듬뿍 받고 돌아온

상쾌한 아침이었다.

내일은 조카의 졸업식 날,

졸업식 꽃다발은 두 개만 있으면 되지만

꽃을 고르는 사이 마음이 부풀어

튤립도 담고 미모사도 담았다.

내일 아침 꽃다발을 만들 때까지

베란다 한 편에 놓아두었더니

어느새 꽃향기가 베란다를 가득 채웠다.


지난번 여행 중 그녀에게 선물 받은

[마인 베를린]이 너무 맘에 들어

이번엔 내가 좋아하는 그녀에게

새해 선물로 보내기로 했다.

그녀에게 선물 받은 책과

또 다른 그녀에게 내가 선물할 책이

그렇게 잠시 겹치는 순간을 맞았다.

앞면과 뒷면이

어디가 앞이고 뒤여도 상관없을 만큼

멋스러운 디자인의 여행책,

잡지보다 더 잡지 같아

왠지 휴일 침대에 누워 뒹굴뒹굴하며

읽고 싶은 그런 책.

그날 조식에 지각을 한 아침,

나는 침대 한 편에 기대어 이 책을 뒤적거렸고

그녀는 그런 나에게

이 책에 대해 이야기해 주었다.

베를린의 이미지를 담은 컬러와 폰트,

시각적인 아름다움을

얼마나 섬세하게 담으려 노력했는지

그리고 이 시리즈에 대한 애정까지

아주 조곤조곤하게 들려주었다.

그러며 딱 지금처럼

침대 속에서 뒹굴뒹굴하며

쉬어가는 느낌으로 보는 책이

이 책의 콘셉트라고 했다.


그녀의 말처럼

침대 속의 뒹굴거림이 잘 어울리는 책,

이 책은 책장을 뒤적거릴 때마다

예쁜 사진에 시선을 고정할 때마다

눈 깜짝할 사이

베를린의 그 거리로 카페로

나를 데려다 놓는 것 같다.

그런 책을

내가 좋아하는 그녀에게 선물하기로 했다.

그녀의 사랑스러운 딸에게 보내는

졸업 선물과 더불어.

물론 짧은 새해 인사 카드도 함께.

keyword
이전 17화새해맞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