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 일상
새벽 꽃 시장을 다녀왔다.
꽃내음 속에서 인파에 밀려
이리저리 휩쓸려 다니는
다채로운 경험을 하긴 했지만
에너지를 듬뿍 받고 돌아온
상쾌한 아침이었다.
내일은 조카의 졸업식 날,
졸업식 꽃다발은 두 개만 있으면 되지만
꽃을 고르는 사이 마음이 부풀어
튤립도 담고 미모사도 담았다.
내일 아침 꽃다발을 만들 때까지
베란다 한 편에 놓아두었더니
어느새 꽃향기가 베란다를 가득 채웠다.
지난번 여행 중 그녀에게 선물 받은
[마인 베를린]이 너무 맘에 들어
이번엔 내가 좋아하는 그녀에게
새해 선물로 보내기로 했다.
그녀에게 선물 받은 책과
또 다른 그녀에게 내가 선물할 책이
그렇게 잠시 겹치는 순간을 맞았다.
앞면과 뒷면이
어디가 앞이고 뒤여도 상관없을 만큼
멋스러운 디자인의 여행책,
잡지보다 더 잡지 같아
왠지 휴일 침대에 누워 뒹굴뒹굴하며
읽고 싶은 그런 책.
그날 조식에 지각을 한 아침,
나는 침대 한 편에 기대어 이 책을 뒤적거렸고
그녀는 그런 나에게
이 책에 대해 이야기해 주었다.
베를린의 이미지를 담은 컬러와 폰트,
시각적인 아름다움을
얼마나 섬세하게 담으려 노력했는지
그리고 이 시리즈에 대한 애정까지
아주 조곤조곤하게 들려주었다.
그러며 딱 지금처럼
침대 속에서 뒹굴뒹굴하며
쉬어가는 느낌으로 보는 책이
이 책의 콘셉트라고 했다.
그녀의 말처럼
침대 속의 뒹굴거림이 잘 어울리는 책,
이 책은 책장을 뒤적거릴 때마다
예쁜 사진에 시선을 고정할 때마다
눈 깜짝할 사이
베를린의 그 거리로 카페로
나를 데려다 놓는 것 같다.
그런 책을
내가 좋아하는 그녀에게 선물하기로 했다.
그녀의 사랑스러운 딸에게 보내는
졸업 선물과 더불어.
물론 짧은 새해 인사 카드도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