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일상
그때의 나를 담은
책이 있다는 게
문뜩 행복합니다.
그 책을 늘 머리맡에 두고
생각나면 한 번씩 펼쳐봅니다.
그때의 오늘은 어땠을까 하고요.
그렇게 펼쳐든
그 해의 오늘과 내일이
그 시절의 나를,
그 시절의 도쿄를,
모조리 담고 있는 것 같아
잠시 뭉클했습니다.
여전히
나는 비를 좋아하고
혼자의 시간을 즐기며
가끔은 끝없이 절망하고
또 언제 그랬냐는 듯
훌훌 털어버리며
아직도
그렇게 조금씩
어른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욕심 부리지 말고
대단한 일을 하려고도 말고
하루에 하나씩
좋아하는 걸 하다 보면
분명 인생이 달라져 있을거야
볼륨을 높이고 음악 속에 몸을 맡기고 지그시 눈을 감으면 끝없이 추락하는 나를 느낄 수 있다. 고독의 끝으로, 절망의 끝으로, 도저히 헤어나올 수 없는 어둠의 끝으로. 토시의 애절한 목소리가 소리 없는 빗물이 되어 흘러내리면 내 자신에게 끝없이 되묻는다. 이제 어디로 가야 하냐고, 혼자서 정말 괜찮은 거냐고. - 156p
어제는 그토록 슬프더니, 오늘은 또 언제 그랬냐는 듯이 힘이 난다. 이런 일들을 수없이 반복하며 그 속에서 성장해 나가는 것이겠지. 어른이 된 지가 언제인데, 나는 아직도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 속에 있는 것 같다. - 157p
살다 보면 혼자 헤쳐 나가야 하는 시간이 있다. 어떤 만남으로도, 어떤 대화로도 풀어낼 수 없는 그런 것이 있다. 가슴 깊은 곳의 그 무언가를 머리끝까지 끌어올려 빗물 속으로, 바람 속으로, 공기 속으로 내뱉으며 텅 빈 공원을 걸었다. 그리고 심플하게 생각한다. 지금은 그냥 성숙해지는 과정이라고. - 194p
누구나 힘들고 무기력해지는 시간이 있다. 그런 시간을 피하거나 도망치지 말고 그 자리에서 다시 나답게 일어서야 한다. 자신과 정면으로 마주하는 시간이 얼마나 사람을 성숙하게 하는지 이제서야 알 것 같다. - 265p
새해가 되면 작년과는 다르게 특별히 좋은 일들이 가득하기를 기대하지만, 실은 우리들의 일상에 갑작스레 큰 변화는 없다. 오늘은 어제의 연속이고 올해는 작년의 연속이다. 단지 오늘의 충실한 삶이 내일의 좋은 결과로 이어지길 바랄 뿐이다. - 에필로그 중에서
우사기의 아침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