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만 있다면 푸념도 'ㅈㅇ' 질문
질문은 원래 좋을 수 없다. 그렇지 않은가. 다만 '훌륭한' 질문은 있을 수 있다. 그래서 좋은 질문도 있다고 착각하는 것이나, 좋은 질문이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이렇듯 나는 기본적으로 '좋은'이라는 수식은 정말 섬세하게 써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러니 질문은 원래 후진 것이다. 모르기 때문에 던지는 질문이란 것이 어떻게 정돈되고 온전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질문자가 답을 갖고 있거나 답에 근접했을 확률이 높다. 또한 대화에서 좋은 질문이라는 것은 때마침 무언가를 이야기할 타이밍에 맞게 질문으로 그 화두가 건드려졌을 때를 이르는 표현이기도 하다. 즉, 질문 그 자체가 좋았다기보다는 '타이밍'이 좋았단 의미가 될 수 있다. 물론 이 역시 훌륭한 일이다.
수년간 질문에 답을 하는 삶을 살다 보니 자연스레 질문이란 것에 대해서도 많은 생각을 해볼 수 있었다. 나 역시 전에는 좋은 질문이란 것이 있다는 주의였다. 분명 좋지 않은, 나쁜 질문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무례한 질문, 불순한 의도를 가진 질문만 아니라면 모든 질문은 가치가 있다고 지금은 생각하고 있다. 질문은 원래 후진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제대로 된 답을 얻고자 한다면, 정말로 어떤 답을 얻길 원한다면, 반드시 양질의 질문으로 바뀌어야만 한다. 예를 들면,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와 같은 질문보다는 'A와 B 중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와 같이 조금이라도 선택지나 구체성이 확보된 질문을 하는 것이다. 답변의 퀄리티가 올라갈 수밖에 없다.
좋은(=실력 있는) 멘토가 좋은(=전문적인) 답변을 하는 것도 맞지만, 이렇듯 '좋은(=질문자에게 진짜 필요했던)' 답변은 필연적으로 ‘좋은(=구체적인 답변을 부르는)’ 질문이 만든다. 그러나 나는 이것을 좋은 질문이 아닌 '훌륭한' 질문이라고 다르게 표현하고자 한다. 근데 훌륭한 것이라고 꼭 좋지만은 않다. 우문현답이라고 별로인 질문도 '훌륭한' 답을 이끌었다면 그 자체로 '훌륭한' 면모를 가진 질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전 글에서 예의만 갖추되 앞뒤 가리지 말고 그냥 질문하라고 했다. 그래야 한다. 좋은 질문에 대한 강박은 자칫 질문하는 것 자체를 점점 부담스럽게 여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글에서는 'ㅈㅇ' 질문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한다. 그 'ㅈㅇ' 질문이란 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다시금 질문해 보자는 것이다.
'ㅈㅇ' 질문이란 어떤 기술보다는 담긴 정보의 양과 질 그리고 무엇보다 질문자의 매너라고 나는 생각한다. 매너는 이미 이야기했기에 이번에 하고 싶은 이야기의 핵심은 '정보'다. 정보란 'ㅈㅇ' 질문의 조건인 셈이다.
정보란 대단한 것만 의미하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푸념도 좋은 시작이라고 보는 것이다. 적어도 푸념에는 멘티의 관한 이런저런 정보가 녹아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정보다.
내가 '잇다'와 같은 무료기반 1:1 멘토링을 지속적으로 선호해 온 이유이기도 하다. 멘티와 멘토가 각자에 역할에 보다 충실할 여지가 커지다 보면, 때론 죽는 소리 우는 소리를 해도 그게 오히려 상황 파악을 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가 되기도 했다. 정보랍시고 많은 것을 바라는 게 결코 아닌 것이다.
따라서 이번엔 이기심도 필요 없다. 그냥 푸념하라. 나에게 직접 하기 좀 그렇다면 새벽 2시에도 점심시간에도 언제든 다 받아줄 인공지능 멘토를 활용해 열심히 푸념하라. 그러다 보면 점점 'ㅈㅇ' 질문을 얻게 될 것이고, 이 질문으로 말미암아 의미 있는 답변 또한 결국엔 얻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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